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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더 이상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7기 송민정

(표지 출처: Den of Geek)



요즘 사람들에게 로빈후드란?


     어렸을 때 ‘로빈후드’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로빈후드는 우리나라의 홍길동처럼 귀족들을 습격해서 재물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나눠준 의적이다. 하지만 요즘 로빈후드는 동화 속 인물을 뜻하기보단 다른 의미로 사람들 입에 많이 올라온다. 바로 미국의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다.

     로빈후드는 2014년에 출시된 미국의 주식 거래 어플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올해에만 사용자가 300만 명이 증가하여 총 사용자 수가 1300만 명을 돌파했다.  


     내가 로빈후드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 조지아 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때였다. Introduction to Personal Finance 수업에서 교수님이 이 서비스를 알려주셨다. 주식 투자 서비스로 모바일앱과 웹사이트가 모두 있다고 하여 둘 다 들어가 보니,  UI/ UX가 정말 깔끔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미국엔 이런 앱이 있다니, 정말 부러웠다. 국내 금융투자 앱은 어느 섹션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어렵고 디자인도 고리타분한데, 로빈후드는 주식 초보자도 이용 절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할 만한 트렌디한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로빈후드 고객들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출처: Robinhood website)

( 로빈후드 웹사이트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봐도 좋겠다 :)  → https://robinhood.com/us/en/ )




로빈후드의 3가지 매력


그럼 로빈후드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인가? 로빈후드의 차별화 전략을 찬찬히 뜯어보겠다.  



    1. 거래 수수료 0달러  

     로빈후드는 거래 수수료 무료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주식거래 건당 10달러 수수료를 받던 월가 금융기관에 반기를 들었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 월가에 반감을 갖고 있던 미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무료 수수료 전략은 차별화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로빈후드는 고객들에게 국내(미국) 주식, ETF, 옵션에 이어 암호화폐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고 거래를 지원한다.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로빈후드는 주문 흐름 결제(Payment for Order Flow)로 수익을 창출한다. 주문 흐름 결제란 거래를 성사해주는 대신 증권사 등 주식 브로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브로커들은 로빈후드 같은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고 고객 거래량에 따라 돈을 번다. 고객 거래량이 많을수록 브로커와 로빈후드의 이익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로 로빈후드의 올해 1분기 수입 중 70%가 주문 흐름 결제를 통한 것이다. 또한 주문 흐름 결제뿐만 아니라 잔고 이자수익, 카드 수수료, 프리미엄 서비스 구독 방식으로도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2. 프랙셔널 주식 거래 (Fractional Stock Trade)

     이는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기능으로, 로빈후드에서는 주식 하나를 부분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가령, 나의 로빈후드 투자 계좌에 단 돈 100달러가 있을 경우, 1주에 2,000달러나 하는 아마존 주식을 사고 싶어도 절대 못 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로빈후드의 프랙셔널 주식 거래 기능을 통해 아마존 주식 1주에 대한 5% (=$100 달러 나누기 $2,000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로빈후드는 지갑이 얇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비싼 주식을 소액 주주로서 투자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로빈후드는 미국에 거주하고 유효한 사회 보장 번호가 있어야 해서 나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기능을 직접 써보지 못한다는 게 정말 아쉽다.  



1주가 아닌 0.046016주를 살 수도 있다. (출처: Robinhood)





3. 고객 성공 서비스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의 투자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부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들은 서비스 내에 [ Learn ]이라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하여 이곳에서 금융 투자에 관한 기초적인 교육 자료를 무료로 배포하고, ‘Snack’이라는 메일 구독형 금융 뉴스레터도 제공하고 있다. 이 기능은 특히 로빈후드의 주 이용자들 중에서 투자 경험이 적고 투자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너무 리스크가 크고 비이성적인 투자를 하지 않도록 로빈후드 입장에서 책임감을 갖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좌 - 서비스 내 교육 콘텐츠, 우 - Snack 예시 화면 (출처: Robinhood)




한국에도 로빈후드가 있다면?


     로빈후드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의 투자 경험을 이끌고 있다면 한국에는 어떤 기업이 있을까? 국내에 현존하는 서비스 중에서는 아직 로빈후드 만한 밀레니얼 세대용 주식 거래 서비스는 없다고 생각한다. 령 카카오페이는 인터페이스도 간편하고 직관적이고 카카오톡이라는 듬직한 플랫폼도 있지만, 고객이 앱 내에서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아직은 알 모으기나 펀드 가입, 금융리포트 등 자산관리에 집중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장벽을 낮게 설정하여 기존 카카오톡 유저가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한 건 좋지만, 직접 개별종목에 투자를 해보고 싶은 유저는 놓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 빈틈을 노리고자 토스에서 로빈후드를 표방하여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팅한 주식 거래 서비스 '토스증권'을 출시할 예정이다. 토스증권은 기존 증권사에서 볼 수 없었던 고객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투자정보 서비스를 통해 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들의 목적이 그렇다면 나는 토스증권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선, 기존 금융사 앱을 쓰는 입장에서 인터페이스가 더 깔끔한 서비스에 대해 니즈가 확실히 있기 때문이다. 나는 주식 투자 앱을 쓸 때 주가 변동이나 잔고 확인을 위해서만 앱을 쓰는데, 앱 내에 자잘한 메뉴가 과하게 많고 어딜 들어가야 무엇이 있는지 아직도 파악하기 어렵다. 또 디자인도 삭막해서 투자가 재미없게 느껴지고, 투자 초보자들 입장에선 앱 내에서 쓰이는 용어들이 생소하게 느껴져서 서비스 이용 자체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문제도 있다.


인터페이스가 고객 친화적이지 않은 키움증권 앱 '영웅문'  (출처: 키움증권)



     이런 페인 포인트를 토스증권이 해결해줄 수 있다면 나는 토스증권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 다만, 거래 수수료가 얼마인지에 따라 사용 여부를 정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거래 수수료는 미국과는 다르게 많이 싼 편인데, 0.01%에서 시작해서 0.1% 내외이다. 이처럼 기존 금융사들 간에 수수료 경쟁이 나타나고 있는데, 토스증권은 이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유료 수수료를 기반으로 영업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초반에는 우선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수수료 마케팅이 꼭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인 수수료를 최대한 부담하지 않는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스도 아무리 유료 수수료 기반으로 운영하겠다고 해도 초반에는 수수료 마케팅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 후에  토스의 간편한 인터페이스와 기능으로 유료 수수료를 지불하게 하더라도 고객을 충분히 lock-in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빈후드의 프랙셔널 주식 거래 기능이 토스증권에도 꼭 들어가길 바란다. 국내 금융법 상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이 기능이 도입된다면 고객들이 평소에 사고 싶었던 비싼 주식들에 투자할 수 있겠다. 또한 이는 토스증권의 비즈니스적 성장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경기순환을 이끌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토스, 과연 한국판 로빈후드가 될 수 있을까? 어서 출시한 모습을 보고 싶다. (출처: Toss)





한국판 로빈후드를 기대하며


     로빈후드는 고객 입장에서의 불편사항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여 전례 없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고, 결과적으로 미국 밀레니세대의 대표적인 금융투자 앱으로 거듭났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융투자시장은 고객 중심이라고 보기 어렵고, 여전히 전공자나 자산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금융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은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현재 토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출시되면서 정보 비대칭성이 줄어들고 있어 다행이다. 다만 핀테크 서비스 중에서도 아직 밀레니얼 세대를 뾰족하게 타켓팅하고 있는 주식 거래 서비스는 부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틈새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업이 누구일지, 그리고 내년초에 출범할 토스증권이 로빈후드만큼의 영향력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지 어서 보고싶다.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송민정

msong31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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