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배원빈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행복하다면, 또는 그렇지 않다면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겨울이 내려앉는 11월의 마지막에서 바라보는 행복
조금 더 볼살이 통통했을 때 내 행복은 서울에 있었다. 짭쪼롬한 바닷내 나는 그 곳을 떠나 나긋나긋한 말투가 들리는 서울로 가는 것이 내 꿈이었고, 행복이었다. 아직도 대학 면접 전 날, 서울역에 도착했다는 KTX의 안내방송과 국악음악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기억한다. 그리고 서울로 왔다. 그렇게 나는 가장 큰 행복을 잃었다.
내가 생각했던 서울의 대학생활과 나의 대학생활은 달랐다. 더 바쁘고, 더 치열한 그 곳에서 그렇게 갈망하던 행복과 낭만은 어디가고 매캐하고 뿌연 공기를 마시며 마스크를 쓸지말지 고민하는 대학생A가 되었다. 그렇게 늘 행복했던 고3 때보다 덜 행복한 대학생A가 되었다.
여느 대학생처럼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점심을 먹으며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던 대학생A는 여느 대학생처럼 교환을 간다. 뉴욕? 런던? 그런데 뭔가 잘못되었다. 분명 한 달 전만해도 캘리포니아로 교환을 간다고 말했는데, 메일 몇 통이 오간 뒤 나는 몬태나에 가게 되었다. 늘 따뜻한 곳이 늘 추운 곳으로 한 순간에 바뀌었다. 그렇게 서울에서 열심히 서울을 떠날 준비를 했다.
별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그 날도 난 대우관에 갔다. 백양관을 향해 내려가는 데 평소처럼 코 끝을 스치는, 아니 때리는 차가운 공기가 낯설었다. 그 설렘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 간 나의 서울을 되찾았다. 그리고 나는 서울을 떠났다.
1년 간의 이별이었다. 애써 뒤찾은 나의 서울을 뒤로하고 떠난 한적한 그 곳에서 나는 또 행복을 찾아 방황했다. 1년인데 한 두달 쯤 방황하면 어떤가. 그리고 두 달 뒤, 코로나가 미국을 덮쳤다. 봄방학이 끝나면 같이 놀 계획을 세웠던 친구들을 난 봄방학부로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내가 너무도 당연히 여겼던 내게 주어진 1년의 몬태나가 한 순간에 사라졌다. 기숙사와 캠퍼스는 텅 비고, 당연하게 여겼던 미국 학식도 변했다. 한 순간의 일이었다. 다가오는 귀국을 앞에 두고 좋아했던 언덕에 다시 일출도 보러가고, 이제는 다 잠겨버리고 경고딱지가 붙은 건물로 마치 오늘도 지각한 것처럼 뛰어가보았다. 너무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해지지 않자, 모든 것이 소중해졌다. 손에 쥔 모래처럼 멈출 새 없이 사라져버리는 남은 시간 동안 난 행복의 민낯을 보았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눈을 좀 더 크게 떴어야 했다. 당연한 것이 행복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서울이 없어진 게 아니라 내가 서울을 못 본 것이었다. 귀국 후 반 년만에 서울에 왔다. 오랜만에 탄 2호선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에 다시 설렜다. KTX에서 내리던 그 날처럼.
가끔 창문을 열고 앞에 서면 기분이 정말 묘하다. 작년에, 재작년의 공기가 불어온다. 마스크가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지금, 창문 앞에 서있지 않았다면 난 작년에도 내게 불어왔던 싸늘하지만 달콤한, 그 당연한 공기를 잊었을 것이다.
본래 가까이에 있는 것은 더 보기 힘들다. 내 얼굴만은 꼭 거울이나 모니터에 비쳐야만 볼 수 있듯이. 늘 행복한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그 동안 그토록 찾아헤맸던 행복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그 행복을 잊었을 뿐.
오늘이 지나면 1년 뒤에나 올, 하지만 한달 간 너무나 당연했던 11월을 떠올리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2020년 하반기에 너무 당연했던 내 글의 마지막에서 바꿔 묻고 싶다.
당신은 행복의 어디에 있나요?
연세대 계량위험관리 배원빈
happywonb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