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진우
설득력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의 말을 빌려 보자면,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깨우치는 힘” 이라고 정의한다. 즉, 자신의 이야기가 무엇이 되었든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해를 하게하고 그 이야기를 수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살면서 느꼈겠지만, 설득력은 비단 언어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표정, 말투, 때로는 신체적인 압력 모두 설득력을 높여줄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설득력의 중요성을 맹신한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은 설득력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별과제에서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도, 그것을 납득시킬 논리를 설득력있게 풀어낸다면, 그 것은 더이상 엉뚱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즉 직관적으로 느끼기에 나쁜 행동이 존재한다고 믿는 바이지만,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말이나 행동으로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상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 필자는 기분이 이상해진다. 설득력은 그 사람의 행동을 차가운 머리로 알더라도 가슴으로 이해하게 하거나, 심지어는 공감해주는 것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3요소로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를 말했다. 로고스는 논리이며, 파토스는 수용자와 감성이며, 에토스는 설득자의 성품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설득력에 있어 필자가 생각하는 고려할만한 요소들과 어떻게 하면 더 설득력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설득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첫번째 요소는, 누가 말을 하는지, 즉 정보원의 지위이다. 공신력이 있는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사람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력이 있는지,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고 인정을 받는지 모두 설득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의 요소는 심리적 매력이다. 우리는 말할 때 항상 공신력이나 전문성을 가질 수도, 신체적으로 매력적이어서 수용자들을 매료시킬 수도,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아 여러사람이 따를 수도 없다. 하지만 심리적 매력은 조금이라도 노력을 한다면 쟁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자기 주장을 해야하는지, 언제 희생이 필요한 지 알아야한다. 물론 강력한 자기 주장이 있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의 몫을 일부 포기해가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할 때, 사람들은 자기 편이 생긴다는 느낌을 받는다곤 한다. 당장은 이익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오히려 자신의 몫을 더 챙기게 되는 판단일 것이다. 이를 통해 지나친 강요로 인해 상대방이 본인의 초기 의견을 고수하게 되는 특성을 방지하며, 진실된 사람이라는 힌트 역시 줄 수 있을 것이다.
설득은 쉽게 말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다. 앞서 언급했 듯, 사람은 타인의 주장을 따르라는 지나친 요구를 받을 시에 심리적 방어체계가 발동해 기존의 의견을 고수하게 된다. 몇 번의 논리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또 다른 논리를 가져와 재시도를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실제로, 상당한 판매 실적을 유지하는 보험 설계사는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을 골라 비를 뒤집어 쓴 후 고객을 찾아가 설득을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심리를 자극하라고 해서 불쌍한 척을 해 보호 본능을 일으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그것과 대비되게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힘 있는 화법이 필요하다. “그런 것 같아요” 같이 추측성 어투 보다는 “예, 그렇습니다” 같은 단정하는 화법이 좋다.
이외에 사람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화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언어 구사의 유사성을 공략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인의 말의 속도와 같거나 목소리 톤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 본인이 빠르게 말하는 것에 익숙하다면, 빠르게 말하는 사람과 일을 할 때 더 끌리고,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둘째, 생동감 있는 말하기이다. 적절한 숨쉬기와 비유는 생동감 있는 말하기의 필수 요소이다. 에너지 절약 공기업 검사자가 “문들의 틈새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막아야 합니다.” 보다는 “문들의 틈새가 농구공만 해요” 라고 말했을 때 주택 소유자가 15%에서 61%의 증가된 반응을 이끌어 냈다. 농구공이라는 적절한 비유가 와 닿았고, 생동감 있는 비유가 설득력의 큰 요소라는 반증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매체의 활용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아무리 사회적 관계가 좋은 사람이고, 생동감 있는 화법을 쓴다고 모든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득은 수용자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피설득성향이 낮은 사람들은 일단 귀를 막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추가적인 접근은 오히려 큰 마이너스로 다가올 수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영어 어구가 있다. “Let’s agree to disagree”라는 어구인데, “우리가 동의하지 못하는 것에 동의하자”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 한 발 물러서서 설득을 미루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설득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설득은 상대적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모두를 설득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서툴고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에서 사람을 설득하는 힘을 갖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렇기에, 사람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예측하기 힘드며, 심지어는 열려 있는 예외의 가능성 덕에 재미있기까지 하다. 독자분들도 본인의 공신력이 부족하여, 심리적 매력이 부족하여, 혹은 말투가 어때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탓보다는 가끔은 이 인간의 불확실성에서 핑계 아닌 핑계를 찾아보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노력하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고,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연세대 UD 경제학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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