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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면 순한맛은 안 먹어도 예능은 순한맛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7기 김가영



유튜브의 발전, 웹예능의 성장, TV 예능의 몰락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 시장이 따르게 발전하면서, 요즘 젊은 세대는 10분이 넘어가는 컨텐츠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폭발력 있고 자극적인, 흔히 마라맛, 매운맛 예능이 현재 콘텐츠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유투브를 필두로 발전한 웹예능은 기존 배정된 60분에서 90분의 러닝타임이 존재하는 TV 예능과 달리 재미있는 부분만, 웃긴 부분만 쏙쏙 골라 편집해 20분 안에 시청자를 해당 컨텐츠에 잡아 두고 큰 웃음을 주기 위해서 발전해 왔다. 

‘웹예능은 촬영은 대충하고, 편집으로 모든 걸 살린다’
 ‘웹예능에 마가 뜨는 것(출연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와 같이 웹예능 시장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유행하는 각종 밈(meme)과 트렌드를 반영해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이 되었다.


이런 웹예능 시장은 ‘와썹맨’, ‘워크맨’ 등 몇 백만 조회수를 달성하는 콘텐츠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충분히 수익성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도 ‘네고왕’, ‘발명왕’ 등 유명 연예인들의 웹예능 진출로 그 인기를 이어 나가고 있으며 이제는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따로 뉴미디어팀을 신설하여 웹예능, 웹드라마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점으로 웹 콘텐츠를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 '네고왕'

요즘 누가 TV봐? TV 예능의 예견된 몰락?


이렇게 웹예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빠르게 쇠퇴한 시장은 TV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웹예능이 큰 반응을 끌게 되면서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콘텐츠로 승부보는 웹예능 콘텐츠를 따라하며 보다 자극적이고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는 TV 예능 프로그램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TV 예능의 긴 러닝타임으로는 웹예능의 빠른 속도감을 따라잡기 어려웠고, 동시에 공중파 TV의 심의기준에서는 웹예능만큼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TV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하락세를 예상했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오히려 빠르고 자극적인 ‘매운맛’ 웹예능에 지친 2049시청자들이 여유롭고 힐링 콘텐츠를 앞세운 ‘순한맛’ TV 예능에 큰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빠르고 보다 자극적인 추구하는 웹예능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논란, 다툼, 비속어에서 멀어져 행복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힐링과 편안함을 선물하는 TV 예능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유 퀴즈? 평범하게 내민 손이 건네는 위로


순한맛 예능의 대표적인 예로 먼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은 초기 거리에서 만나는 일반인 게스트와 함께 그들이 사는 솔직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테마에서 최근 코로나19 이슈로 평소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수한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을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형식으로 변화했고, 대표적인 ‘순한맛’ 예능으로 최근에는 2020년 11월 한국 갤럽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로그램 7위까지 오르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유 퀴즈’는 초기 런칭 당시 지나치게 출연자인 유재석의 역량에 의존한다, 혹은 현재 예능 흐름에 맞지 않는 밋밋한 예능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유 퀴즈’는 초기 설정한 방송 테마를 바꾸지 않고 솔직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했고, 그 이야기들을 통한 공감과 감동, 소소한 웃음과 작은 행복에 집중했다. 물론 유명 연예인도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나오는 공감, 감동, 하지만 동시에 그걸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는 ‘유 퀴즈’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재미 요소들로 점철된 웹예능에, 동시에 웹예능을 따라가려 지나치게 ‘선넘는’ TV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제공했다.


언제적 1박 2일이 아닌 요즘 예능 1박 2일


그리고 최근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TV 예능이 바로 ‘1박 2일 시즌4’이다. 2007년 ‘1박 2일 시즌1’을 시작으로 꾸준한 국민 예능으로 사랑받던 ‘1박 2일’은 오랜 시간 시즌을 늘려가면서 출연자들의 사생활 논란과 ‘남초 예능’ 특유의 서열화와 가학성 이슈로 점점 대중들에 잊혀져 가는 ‘옛날 예능’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즌 4를 맞이하며 ‘1박 2일’은 큰 변화를 감행했다. 기존 남성 예능인들이 주축이 되었던 멤버 구성에서 벗어나 기존 예능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가수, 배우로 섭외해 기존의 가학성과 자극적인 웃음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순한맛’ 대세 예능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1박 2일’ 에피소드에서 폭우가 내려 잠시 촬영이 중단된 상황에서 ‘1박 2일’ 전 시즌 멤버인 이수근에게 전화연결을 해 조언을 구하면서 이수근은 “진흙탕에 몸을 던지고 자진 입수를 했다”고 대답하지만 ‘1박 2일 시즌4’ 제작진은 ‘촬영 철수’를 외치며 기존 예능과 달라진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1박 2일 시즌4’ 방영 1년 만에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최근 꾸준히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며 최고 시청률 18.8%, 2049세대 일요일 전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시청자가 원하는 건 매운맛? 순한맛?


순한맛 TV 예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현재 웹예능이 크게 쇠퇴하고 있거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도 자극적이고 속도감 있는 웹예능들이 몇 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매운맛, 순핫맛 중 그 무엇 하나가 큰 예능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시청자의 니즈를 확인하기 이전에 그 콘텐츠가 전달되는 매체의 특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개인기기로 보는 웹예능과 공개적인 장소에서 함께 보게 되는 TV 예능은 시청자의 니즈가 다르다.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는 매체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밥을 먹으면서는 ‘순한맛’ 예능을 보지만 통근시간에는 ‘매운맛’ 예능을 원할 수 있다. 단순 모방으로는 넘쳐나는 콘텐츠 생태계에서 살아남긴 힘들어졌다. 



[가영’s OPINION] 결국 롱런하는 건 순한맛이 아닐까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을 말해보자면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사회에 니즈가 끊이지 않을 건 순한맛 예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상에 지치고 콘텐츠를 보는 여가 시간 마저도 힘들고 숨가쁘고 싶지 않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그리고 또 살펴야 하는 건 현재 우리나라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PC(Political Correctness)하다’라는 말이 최근에는 ‘지나치게 예민하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왜곡되기도 하지만 약자를 혐오하고, 가학적인 서열화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상식처럼 알고 있는 상황이 되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들의 가치관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매운맛’에 가려진 혐오와 비상식을 가려낼 수 있는 대중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에 콘텐츠는 굉장히 깊숙이 들어왔다. 눈을 뜨면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우리는 언제나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콘텐츠 제작을 넘어 마케팅, 서비스 기획 등 많은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에 콘텐츠 시장의 생태계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분위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세대 국문 김가영

laver_is_9oin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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