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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은 뜨고 퀴비는 서비스 종료, 왜일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김나경



'숏폼'은 흥하는데 '퀴비'는 망했다


  최근 틱톡을 비롯한 숏폼 영상이 소위 '뜨고' 있다. 하지만 이를 노리고 출범한 퀴비는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 퀴비는 드림웍스 전 CEO인 제프리 카젠버그와 Ebay의 전 CEO인 매그 위트먼이 무려 2조 원 규모 시드머니로 시작한 초거대 스타트업이었다. 서비스 시작 초반에는 애플스토어 1위를 차지하고 17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좋은 시작을 보였으나, 무료 서비스 종료일인 9개월 이후의 유료 회원 전환율은 10%에 미쳤으며 어플 다운로드 순위 역시 82위로 떨어졌다. 결국 2020년 10월, CEO는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퀴비의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차세대 소비층으로 MZ 세대 꼽히는 만큼 숏폼 영상은 분명 주목받는 미디어 형태이다. 센서 타워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퀴비와 유사하게 숏폼 영상을 주력으로 하는 어플 '틱톡'은 2020년 1분기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퀴비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단 퀴비에 대해 알아보아야 하겠다.


퀴비 서비스 화면




출근길 10분에 하이퀄리티 영화 한 편을 소비한다는 꿈


  퀴비는 18-34세의 이용자를 타겟층으로 하여 5-10분 길이의 숏폼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이다. 퀴비의 이름은 'Quick Bites'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름처럼 '짧은 영상'을 '쉽게'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퀴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이동시간 등 짧은 시간동안 소비하기 쉽도록 핸드폰 등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되어있다. 2. 다른 OTT와의 차별점으로 '턴스타일'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턴스타일 방식이란 가로로 영상을 볼 때와 세로로 볼 때 각각 다른 구도의 영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3. 길이는 짧지만 퀄리티가 좋은 '프리미엄 숏폼 콘텐츠'를 제공/제작한다.

 퀴비는 스티븐 스필버그, 제니퍼 로페즈 등 유명 할리우드 제작진과 계약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짧은 길이의 하이 퀄리티 영화를 주 콘텐츠로 설정한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콘텐츠들을 다루는 틱톡에 대항하여, 이동 중에도 하이퀄리티 영화들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병하며 사람들은 집에 머무르게 되었고 퀴비의 CEO들은 이를 퀴비 서비스가 실패하게 된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과연 코로나라는 악운 때문에 퀴비가 부진했던 것일까?

 



문제 1 : "MZ세대를 노렸어야지…."


 퀴비의 패착은 숏폼 영상의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일단 퀴비가 다른 영상 플랫폼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턴스타일 방식이 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가로와 세로에 따라 다른 화면을 보여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특징이 없는데 이 점조차 MZ세대들에게 그다지 유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로로 보게되면 인물의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사용자가 타이밍에 맞춰 직접 화면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에 비해 사용자가 느끼는 효용이 적은 것이 분명했다. 


턴스타일을 설명하는 CEO

 

 또한 MZ세대가 중시하는 쌍방향성이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MZ세대의 주요 특성으로는 꼽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이들의 문화 콘텐츠 소비는 단순히 디지털 콘텐츠를 탑다운 방식으로 시청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시청한 콘텐츠에 대한 서로의 반응을 소비하고 자신이 소비한 콘텐츠를 주변에 공유하는 경험까지 콘텐츠 소비에 포함시킨다. 콘텐츠 내용만큼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즐기는 경험 자체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퀴비는 댓글을 달거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삼엄한 저작권 때문에 캡쳐가 불가능하여 외부에서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들다. 즉 MZ 세대들이 요즘 서비스에서 기대하는 즐거움이 없을 뿐더러, MZ 세대들을 타켓으로 하는 마케팅에서 중요한 긍정적 바이럴이나 유입 역시 발생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압도도적인 콘텐츠 양으로 고객들을 안정적으로 잡은 넷플릭스나 디즈니 +조차도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넷플릭스 파티와 같은 기능을 고안하곤 했다. 퀴비는 그러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위에 제시된 문제들은 퀴비가 숏폼 영상 방식을 차용했을 뿐, 이를 소비하는 MZ세대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들이다. 




문제 2 : 콘텐츠는 부족한데 도입은 어렵고...


  만약 플랫폼의 형태가 매력적이지 못하다 해도, OTT인 만큼 배급하는 콘텐츠가 좋으면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점이 있다. 퀴비의 ‘턴스타일’과 ‘숏폼’이라는 특성 때문에 기존 인기 영상들을 들여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퀴비 런칭 초기에는 콘텐츠의 수가 50개 정도에 그쳤다. 디즈니 플러스가 초창기 5000여개의 영상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해본다면 확연히 적은 숫자이다. 영상 배급자 입장에서도 기존 영상을 분량 상 10분 내외로 나누고, 턴스타일 방식에 맞게 가로와 세로 비율 영상을 모두 제공해야하니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퀴비는 사용자들에게 다량의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OTT로서의 기능도 잘 수행하지 못했다.




문제 3 : 마지막 보루, 퀴비 오리지널도 흥행 부진


  그렇다면 퀴비가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셀링 포인트는, 모든 OTT 서비스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이다. 하지만 퀴비 오리지널이 숏폼 영상에 니즈가 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영상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 패착이었다. 실제로 위에 언급한 것처럼 퀴비는 유명한 영화 제작진과 계약해 10분 단위 오리지널 영화 콘텐츠들을 제작했으며 분당 10만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많이 들인 것에 비해 퀴비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흥행하지 못했다. 퀴비는 근본적으로 '숏폼' 플랫폼이며, 심지어 이동 중에 편하게 시청하는 것을 서비스의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퀴비 오리지널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하이퀄리티 영화'이기 때문이다.  


출처 : 스냅챗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자면, 숏폼 영상이 가장 성적을 보인 곳은 예능과 드라마 부분이다. 나영석 PD는 <라끼남>, <금금밤> 등등의 콘텐츠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로는 특히 '연플리'와 같은 가벼운 웹드라마가 흥행하고 있으며 이후에 만들어지는 작품들도 '추리장르'처럼 집중해야 하는 장르보다는 가벼운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넷플릭스가 이번에 새로 도입할 예정인 숏폼 기능의 이름은 ‘FAST LAUGH’이다. 스탠딩 코미디 등을 중심으로 한 코미디 콘텐츠로 숏폼 기능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동 중에 잠깐 보기에는 가벼운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것을 성공한 콘텐츠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상상해본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퀴비가 목표로 한 것은 지하철 환승을 하고 개찰구를 지나는 사이 사이 간단하게 영상을 소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퀴비 오리지널이 집중하고 있는 '영화'류의 영상들은 영상에 집중하며 서사를 따라가야하며 플롯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이전 장면을 놓치면 이해가 힘들다는 부담이 있다. 

 퀴비 오리지널을 이동 중이 아닌 집에서 편하게 소비한다면 어떨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퀴비는 모바일 전용 플랫폼이기 때문에 TV나 컴퓨터에서 볼 수 없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집에 앉아 무조건 작은 모바일 화면으로만 오리지널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오리지널 콘텐츠의 내용이나 퀄리티에 관계없이 흥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진은 숏폼 콘텐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하였다.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 오브 카드'가 넷플릭스 초반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을 생각해보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진은 퀴비측에 큰 타격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퀴비 서비스는 이미 명운을 달리했으나 숏폼 영상의 인기를 생각해볼 때 이후에도 숏폼 영상을 겨냥한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나 추가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1. 주 소비층을 이해하자

 일단 숏폼 플랫폼의 주 소비층이 될 Z세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쌍방향성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 유튜브의 댓글 기능과 같은 소통의 장을 도입하거나 넷플릭스 파티 기능처럼 사용자들이 영상을 시청하며 소통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또한 콘텐츠들의 저작권을 느슨하게 하여 콘텐츠 소비 경험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 캡쳐를 허용해 콘텐츠를 홍보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거나 콘텐츠 중 10-20초 가량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기능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용자들에게 단순히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험 자체가 MZ세대가 좋아하는 방식의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숏폼에 어울리는 영상부터 밀어보자

  또한 주력 콘텐츠의 방향을 잘 설정해야한다. 퀴비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초기에는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주력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영화에 비해 서사가 중요하지 않은 예능류나 어느 시점에서 봐도 이해가 쉬운 류의 드라마/영화 위주로 도입하고 개발해야 한다. 토막 시사 영상도 숏폼 플랫폼과 어울리는 콘텐츠이다. 이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시청자들이 환승하면서, 걸으면서 부담 없이 소비하기 좋다는 것이다.


국내 숏폼 콘텐츠 현황, 출처 https://m.blog.naver.com/sanail0907/221812336873



숏폼 플랫폼, 분명한 기대주


  결국 퀴비의 실패 요인을 종합하자면 퀴비가 셀링하고 싶은 가치와 타겟 고객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뜨고 있는 '숏폼 영상'에만 편승하려 했던 점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메조미디어가 조사한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따르면 동영상 시청시 선호 길이는 10대는 15.5분, 20대는 15.0분이었다. 즉, 앞으로도 숏폼 콘텐츠는 꾸준히 소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아직까지 숏폼 영상을 특징으로 하는 OTT 서비스는 미개발 영역이다. 숏폼 영상의 주 소비층을 이해하고 숏폼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주력으로 한다면 OTT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김나경

memirror1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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