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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왜 와이번스를 팔았을까?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이동현

프로야구 역사의 뒤안길로



2000년 창단 이후 한국 프로야구 21시즌 동안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3번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달성하며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 SK 와이번스가 지난 1월 26일 신세계그룹에 매각되었다. 구단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신세계그룹과 MOU를 작성하며 1353억원에 구단 매각을 진행했고, 현재 (구)SK 와이번스는 'SSG 랜더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매각 당시 스포츠계는 물론이고 주식 시장과 유통업계까지 이 딜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가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왜 SK텔레콤이 구단을 팔았는지, 신세계는 왜 인수를 결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정확하고 자세한 사정이야 기업 내부 정보를 알 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기업들의 행보, 재무 상황 그리고 스포츠 시장의 변화를 통해 SK텔레콤 입장에서 왜 SK 와이번스를 파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한국 프로야구 현황과 구단 운영의 고질적 문제점


프로야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다. KBO는 1991년 이후로 8개 구단 체제를 이어오다가 2011년 NC 다이노스, 2013년 KT wiz가 차례대로 창단되며 현재는 10개 구단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만 놓고 보자면 한국 프로야구 시장이 호황이며 수익도 많이 나고 모기업에게 큰 마케팅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좀 다르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기 전인 2019년 까지의 입장 관중 추이를 보면 2년간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2017년 역대 최다 관중 수인 840만 명을 기록한 이후 2019년에는 700만 명 대까지 2년 간 약 140만 명 (16.7%)이나 감소했다. 특히 2019년 감소폭이 꽤 크다. 따라서 관중수입이 많이 줄었다. 2019년 약 858억 원으로, 이전 년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점을 간단히 진단하자면, 우선 팬들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는데 경기력은 수준이 낮다는 문제와 강팀과 약팀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문제 등 프로야구 내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프로야구 대신 볼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와 해외 스포츠 중계가 원활해져서 대체제가 많이 생겼다는 외적인 문제 등에 기인한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거의 전 구단에 걸쳐 관중 감소가 일어났고, SK 와이번스의 경우 2018년 103만 명에서 2019년 98만 명으로 13.9% 감소했다.

KBO 시즌 별 관중 수 (출처: KBO)
KBO 구단 별 관중 수 (출처: KBO)


또한,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대부분 모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구단들은 모기업의 지원금을 주 자금 조달 방법으로 삼는 것이다. 관중 수익, 중계권료, 스폰서십 등에선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구단의 제무제표를 살펴보면 '광고 수익' 항목이 있는데 이 항목이 실질적으로는 모기업 계열사에서 받는 지원금이다. 모기업은 왜 지원금을 주는 것일까? 프로야구가 한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고 한 시즌 당 경기 수도 많아 기업 노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꾸준한 적자이면서도 지금까지 기업들이 야구단을 운영해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원금의 규모와 그 자금이 쓰이는 구조, 실제 마케팅 효과를 분석해보면 과연 이러한 적자 운영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각 구단별 지원금 규모를 알 수 있다. 모기업이 삼성, SK, 롯데, LG 등의 대기업의 경우 지원금 규모가 최소 200~300억 원을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키움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는 시민 구단이며 키움증권은 네이밍 스폰서이다. 따라서 구단 전반을 운영하는 지원금이 없다. 정리하자면 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려면 평균적으로 매년 약 200억 원의 지원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단이 스스로 마케팅 효과를 통해 벌어들이는, 순수 마케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순광고수익'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많은 구단에서 지원금의 비중이 훨씬 크고 대부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KBO 구단별 광고수익과 지원금 규모 (출처: https://maily.so/cathyxcash/posts/d3b022)


SK 와이번스만 따로 분석해보자. SK 와이번스는 2019년 약 5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입장료, 광고, 임대, 상품 및 IP, 대관 수입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그러나 선수 연봉, 구단 운영,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꽤 커서 약 425억 원을 기록했다(매출원가). 매출총이익은 약 137억원이다. 여기에 판매 및 관리비 등 부대비용을 빼고 남은 영업이익(손실)은 -6억원, 당기순이익(손실)은 -9억원 가까이 발생헀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구단에 2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주었는데도 BEP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아래의 그래프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지원금이 없었다면 적자 규모는 -244억원 까지 늘어난다. 단지 비정량적이고 측정하기 어려운 기업의 마케팅 효과 혹은 CEO의 선호만을 위해 매년 많은 돈을 들이고 적자를 감수하는 현재 운영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적자 폭이 잘 나가는 스타트업 연매출 규모와 비슷하다.

2019년 SK와이번스 손익계산서 주요 항목
지원금이 없을 때 적자 규모 (출처: https://maily.so/cathyxcash/posts/d3b022)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온 이유는 스포츠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있다. 로고와 굿즈, 상품을 노출하는 정도의 마케팅이 국내 대기업들에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전 국민이 다 아는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이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프로야구를 통한 마케팅은 실관중과 시청자들에게 자세하거나 복잡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없다. 타겟과의 상호작용이 없어 도달률 정도가 유의미한 지표일 것이다. 마케팅 성과 지표들을 관리하기도 힘들다. 이미 이름이 잘 알려진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야구단을 통해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광고가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마침 온라인 플랫폼과 딱 맞아 떨어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등장한다. 바로 이스포츠다.



SKT T1, 더 나은 선택과 가능성


골드만 삭스는 2020년 이스포츠 시장 규모를 약 11억 달러(1조 35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시청자 규모는 전 세계 기준 약 5억명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2022년에는 약 29억 6300만 달러까지 증가하여 매년 평균 35%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이스포츠 규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2015년부터 2019년 까지 매년 평균 17.9% 성장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게임인 롤의 롤드컵 결승전의 경우 동시 시청자 수가 46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앞서 제시된 연간 프로야구 시장 규모와 비교해서 훨씬 큰 시장임을 알 수 있다.


SKT의 이스포츠 게임단인 T1은 현재 롤, 하스스톤, PUBG,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발로란트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온라인 게임 종목에 대한 프로게임단이다. 롤을 플레이 하는 방법은 잘 몰라도 이름은 들어본 '페이커'가 이 SKT T1 소속이다. T1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국내 이스포츠 시장에서 주요 참여자였고 한국 이스포츠의 수준과 규모를 발전시키는 데에 큰 공헌을 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기업은 SKT이다. 이스포츠는 다른 전통적인 스포츠와는 다르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성장해 온 산업이고 앞으로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SKT는 5G, AR 등의 자사 기술을 가지고 T1 관련 콘텐츠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SKT의 기술을 사용해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마케팅 효과, IP 상품 등의 실제 수익을 증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콘텐츠 및 수익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SKT는 또한 정보통신 기술을 이스포츠와 결합하여 미래형 스포츠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을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기술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T1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게임단이며 BMW, 나이키 등의 대형 브랜드 들의 스폰서십을 받고 있다. 스폰서십 계약금과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세계적인 광고 수입만 해도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SK텔레콤은 미국의 컴캐스트(Comcast)와 합작하여 T1을 관리하는 합작회사 '에스케이텔레콤씨에스티원 주식회사'를 만들었는데 약 492억 원의 투자와 1099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T1과 이스포츠를 향한 기대감과 가치를 구체적으로 평가받은 사례이다.



SKT의 현실적인 선택


정리하자면 SKT는 현실적으로 지원금도 많이 들어가고, 이미 유명한 국내 대기업이라 노출 효과도 크지 않고, ROI도 확실하지 않은 마케팅 수단인 SK 와이번스를 매각하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이스포츠 게임단 T1을 선택하여 지원 규모를 늘리려는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T1의 성적이 예전 같지 않고 간판 스타인 페이커의 실력이나 존재감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T1은 전 세계 LOL 프로게임단 중 가장 가치가 큰 게임단 중 하나이다. 네이밍 밸류, 충성도 높은 팬덤, 수많은 T1 관련 콘텐츠들은 T1이라는 브랜드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매년 SK 와이번스에 들어가던 200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T1으로 돌려 게임단 예산에 사용한다는 계획이 있을 것이다. 선수영입과 운영에 큰 자금이 들어오면 이는 성적으로 연결되고, 좋은 성적은 글로벌 광고 수주와 스폰서십으로 이어진다. 결국 수익은 이스포츠 쪽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SKT가 와이번즈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용했다면, T1은 SKT를 마케팅 하는 효과돠 더불어 자체적으로 운영 비용은 적으면서 수익성이 뛰어나고 전망도 좋은 하나의 사업인 것이다.


물론 SKT 입장에서 T1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와이번즈를 매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매각에는 앞서 다룬 고질적인 적자 문제와 프로야구에서 더 이상 전망을 찾지 못 했다는 이유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항상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SKT의 행태는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 부문(와이번즈)를 정리하고 상대적으로 신사업인 T1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구단, 두 개의 결정


SK측의 입장은 이렇다. 그렇다면 신세계그룹은 왜,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구단을 인수한 것일까?를 분석하는 것이 다음 단계이며 추후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SK의 입장과 신세계의 이해관계는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신세계의 입장에서는 인수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신세계는 현 시점에서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SK 와이번스 매각-인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구단을 두고도 두 기업간에 완전히 상반된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의 의사결정은 결국 정해진 답이 없다. 각각 시장, 기업, 경쟁사들간의 관계가 맞물려 하나의 문제에 대해 두 개의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 이동현

paul3ldh1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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