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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면접장에서 도시락을 뚝딱?!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최유리


     보글보글, 지글지글

놀랍게도 면접장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오늘날 바쁘디 바쁜 현대인의 삶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 도시락, 

도시락 푸드 MD 채용을 위한 면접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자.




HR의 혁신, 코리아 세븐의 SPEC 태클 전형


중앙일보

    

    HR의 영역은 실제로 기업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거보다 현재, 더 돋보이는 분야이다. 특히 롯데는 2008년부터 HR 포럼을 개최하며 매년 롯데그룹 전 계열사 인사, 노무, 교육 담당자들을 모아 그룹 HR 방향성을 공유하고, 인사 관련 이슈를 학습하는 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HR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롯데의 기조를 반영한, 롯데의 계열사 중 하나인 코리아 세븐일레븐(이하 세븐일레븐)의 채용 전략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2016년부터 시행된 세븐일레븐의 SPEC 태클 전형은 푸드 MD 선발을 위해 도시락 요리 테스트를 진행한다. 해당 전형은 식품 업계에서 주로 시행하는 관능평가 방식이 아니라 지원자의 창의성을 주로 평가하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원자는 한 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제시어에 걸맞은 새로운 도시락을 직접 기획하여 만들고, 이에 대한 발표까지 진행한다. 여기에서 학력 따위의 스펙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번뜩이는 아이디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만이 결정적이다. 즉, 면접관은 지원자의 스펙을 전혀 알지 못하는 대신 지원자의 실무 아이디어와 상품과 가능성, PT 능력, 즉 직무적합성만을 평가한다.

 

    이러한 세븐일레븐의 채용 전략은 산업 전반의 프로토콜이 아니라 채용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맞춤형 채용 전략을 수립한 사례라고 판단된다. 채용은 모든 기업에게 있어서 중요하다. 채용으로 더불어 기업 내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고, 신입사원의 역량이 기업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으며, 직원이야말로 기업이라는 조직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채용을, 세븐일레븐이 다른 기업들과 다른 독자적인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븐일레븐, SPEC 태클 전형을 선택한 이유

: 하나, 도시락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먼저, 도시락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한 인터뷰에서 “편의점 도시락이 매년 두자릿 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푸드 MD가 도시락 상품 기획에 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2016년을 편의적 도시락의 전환점으로 꼽는다. 2016년을 기점으로 도시락 시장 성장률은 ▲2012년 34.2% ▲2013년 58% ▲2014년 51% ▲2015년 90.2% ▲2016년 153.7%을 기록했다. 급격한 성장세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2020년에도 이어져 김수미 도시락이 출시 3주 만에 20만 개 팔리면서 세븐일레븐은 도시락 카테고리 판매 순위 1순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도시락 시장의 성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불황, 코로나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많은 사람들이 3500원에서 4500원 정도의 비용으로 한 끼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에 빠져든 것이다. 또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당에서 식사하는 대신 편의점 도시락 등과 같은 간편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 또한 도시락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세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21년 1월부터 2월 24일까지 세븐일레븐 앱 간편식 예약주문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4.5% 증가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락 산업의 규모 속, 세븐일레븐의 푸드 MD 채용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전형은 범람하는 경쟁사의 편의점 도시락 시장 속에서 혁신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맞춤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세븐일레븐의 채용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상품에 대한 이해가 기본으로 장착된 인재를 선발함으로써, 신입사원의 교육/훈련 및 적응 비용을 줄이고 바로 직무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SPEC 태클 전형을 선택한 이유

: 둘, 그들만의 생존전략

출처: 던험비 '2021 한국 편의점 선호 지수' 조사


    세븐일레븐의 시장적 위치를 고려해보면,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부문 경쟁력은 업계 1위로 탁월하지만 전체 편의점 시장에서는 업계 3위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4위인 이마트 24와의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편의점 시장에서 살아남고, 도시락 부문에서의 역량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기르고 위치를 견고히 하기 위한 일환으로 세븐일레븐의 핵심 부문인 도시락 부문의 푸드 MD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강조된 것이다. 따라서 SPEC 태클 전형은 자사의 전반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의 장으로 세븐일레븐의 채용 전략 내에서 포지셔닝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븐일레븐, SPEC 태클 전형을 선택한 이유

: 셋, 기업과 지원자, 상호간의 피드백


    또한 세븐일레븐은 면접을 통해 신규 채용을 함과 동시에 고객 관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면접비를 제공하는 것을 물론 전형 결과에 대해 역량, PT, 임원 평가라는 세 가지 영역에 있어서 지원자 평균, 합격자 평균, 지원자(본인)에 대한 평가 수치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지원자에게 피드백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용 전략에 비해 매우 친절한 채용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세븐일레븐은 지원자로부터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도시락 면접이기 때문에 지원자가 현장에서 도시락을 만들어야 하므로 지원자로 하여금 전형 준비 과정에 있어서 많은 제품의 도시락을 먹어보고 분석한다. 이 과정 속에서 지원자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자사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 이렇게 지원자가 습득한 정보들을 기반으로 지원자가 채용 과정에 참여하면서 현재 자사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세븐일레븐의 고객에 대한 의견이고, 해당 의견이 지원자의 PT과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세븐일레븐 입장에서는 고객의 유의미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듣고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효용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렇게 얻은 외부에서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피드백을 기반으로 성장의 잠재력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평가 수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친절한 면접에 속하기 때문에 채용되지 못하더라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비교적 적게 손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사의 생존 전략에서 시작된 똑똑한 전략, SPEC 태클 전형, 하지만 그 이후는


    이처럼 세븐일레븐은 채용에 있어서는 핵심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똑똑한 전략을 수립하고 진행 중에 있으며 해당 SPEC 태클 전형은 현재 롯데 전체적으로 적용 중이다. 핵심 맞춤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최적화된 전형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채용을 제외한 전반적인 HR에 있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독특한 전형을 통해 인재를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븐일레븐의 퇴사율은 편의점(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 24) 평균 77.2%와 비교했을 때 130%로 높은 편이다. 해당 높은 퇴사율은 편의점의 인력 운영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정규직은 입사한 뒤 수년간 현장에서 영업을 배우는데 이 과정을 힘들어하는 신입사원이 많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선발한 신입사원들이 바로 퇴사를 결심하게 하는 직무 구조, 채용 전략에 신경을 쓰는 만큼 직원들의 전반적인 HR에도 신경 써야 하지 않나 싶다.



연세대 독어독문 최유리

urisys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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