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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와 '하이브', 뭐가 다른가요?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김나경


'빅히트'에서 이제는 '하이브'로


  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9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기업의 새로운 변화를 알렸다. 바로 빅히트의 사명을 ‘하이브(HYBE)’로 바꾼다는 것이다. 빅히트는 BTS의 세계적인 성공을 통해 이제는 아이돌 팬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기업이 되었다. 빅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5872억 원으로,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연/엔터 업계가 주춤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실로 놀라운 성공이다.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주도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빅히트가 새로운 변화를 꾀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이브의 로고



Q. 그럼 빅히트는 사라지는 건가요? A. NOPE!


  그렇다면 하이브라는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빅히트는 사라지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의 ‘하이브 레이블즈’ 산하의 ‘빅히트 뮤직’으로 명맥을 이어간다. 여기서 기업이 하이브로 사명을 변경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일단 하이브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하이브 구조도 (출처 - 하이브 유튜브)


 하이브는 ‘하이브 레이블즈’, ‘하이브솔루션즈’, 그리고 ‘하이브 플랫폼즈’ 라는 세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하이브 레이블즈’는 기존에 엔터테인먼트로서 진행했던 음원/공연 사업 등을 전담하는 부서이다. ‘하이브 솔루션즈’는 영상 콘텐츠, IP, 하이브 에듀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하이브 레이블즈에서 나온 크레이티브 결과물들을 바탕으로 2차, 3차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부서이다. 마지막으로 ‘하이브 플랫폼즈’는 앞서 나온 결과물들을 담아내는 플랫폼으로, 빅히트가 창조한 팬 커뮤니티 역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위버스’가 여기에 속한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이걸 다 엔터테인먼트에서 하는 게 맞아?’ 혹은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걸 왜 해?’라는 질문이 나올 만하다. 그렇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서 IT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지난해 9월 자사의 경쟁사에 대해 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지목하지 않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지목하였으며 IT 인력을 대거 채용하기도 하였다. 빅히트는 단순히 사명만 변경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의 설립을 통해 ‘빅히트 레이블즈’로서 해왔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크리에이티브 활동을 넘어서고, IT 기업으로 기업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결국 구 빅히트, 현 하이브가 사명 변경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기업의 ‘정체성 변화’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할 수 있다. ‘이미 잘나가고 있는데 왜 굳이?’ 빅히트가 하이브로의 변화를 꾀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겠다. 




1. 'BTS’의 고객에서 ‘하이브’의 고객으로


  빅히트가 작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놀라운 수익을 내긴 하였으나 그것이 빅히트라는 기업의 역량인지 BTS의 덕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소비자들이 ‘BTS’를 소비한 것인지 ‘하이브’를 소비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하이브의 주타겟층인 아이돌 팬덤에게 물어본다면 대부분 전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이브의 입장에서는 BTS의 뒤를 이어 자사에서 BTS만큼의 스타를 배출해내지 못한다면 수익의 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는 숙명적으로 자사의 스타들과 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에게 논란이 생기거나 주춤할 때 그 소속사의 주식이 같이 휘청이는 모습을 최근 자주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빅히트의 성과는 안정적이기보다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태로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때문에 빅히트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BTS’의 고객을 ‘하이브’의 고객으로 전환해야만 한다는 과업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BTS를 중심으로 응집되어 있는 현 고객층, 즉 팬덤에게 기업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것에 매력을 느껴 '하이브'라는 기업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이브 레이블즈에서 탄생한 IP를 활용하여 2차적으로 여러 상품을 만들어내는 ‘하이브 솔루션즈’와 이를 송출하는 ‘하이브 플랫폼즈’가 그 시작점이다. 하이브는 자사 소개 영상에서 회사의 비전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설정하였다. 아티스트의 크리에이티브 활동만을 셀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팬덤의 생활에 스며드는 ‘서비스’를 셀링하는 것이 하이브라는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목표인 것이다.   



2. 음반 제작만? 이제 공급도 우리가 한다!


  앞서 소개한 이유가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한 과업이라면 이번에는 기업이 얻는 이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빅히트는 이제 창작물만을 만드는 곳이 아닌 이것을 공급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고 있다. 이를 빅히트와 하이브의 차이를 통해 살펴보자. 

  이전에는 BTS가 온라인 공연을 한다고 하면 이 온라인 공연을 유튜브나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송출해야 하고 그쪽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연의 송출 과정에서 플랫폼 쪽에서 평균 30-50%가량의 수수료를 떼어간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손실되는 이익들을 회수하기 위해 빅히트는 자사의 자체 플랫폼인 ‘위버스’를 창설한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체 플랫폼을 통한 유통채널 내재화로 외부 유통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어 매출의 70~80% 이상 이익을 남기는 구조가 가능하다”며 “코로나 장기화에 위버스를 통한 온라인·디지털 콘텐츠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출처 - 이데일리 2020-11-23)  


출처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빅히트는 하이브의 창설과 함께 ‘하이브 레이블즈’라는 독립 부서를 신설하며 위버스 성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위버스는 플랫폼의 아티스트로 BTS를 비롯한 자사 레이블의 가수들뿐만 아니라 ‘NEW HOPE CLUB’등의 해외의 유명 가수들까지 다양하게 섭외하고 있다. 외국의 가수들도 위버스 내 가수 영역에 들어와 글을 남기며 팬들과 댓글을 주고받을 수 있고 위버스를 통해 자신들의 공연을 생중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위버스는 다시보기 서비스 독점이나 비하인드 영상들을 유료 결제하는 시스템을 통해 추가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결국 빅히트는 음악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를 유통하고 선보이는 ‘장’ 자체를 만들고자 나선 것이다. 자사의 아티스트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음악을 선보이는 플랫폼을 자체를 창조하여 아티스트와 독립적인 또 다른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공급 서비스는 다시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에 도움이 된다. 자사의 아티스트를 새로 선보이고 이 아티스트를 플랫폼을 통해 성공시키고 이들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을 다시 플랫폼의 소비자로 유입하면서 ‘성공의 재생산’이 가능한 루틴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엔터' 빅히트에서 'IT 기업' 하이브로


  이러한 하이브의 '탈 엔터'스러운 행보에 대해 기존의 엔터테인먼트에 익숙한 팬덤은 아직 낯섦과 우려가 큰 것 같다. 하지만 최근 NC 소프트가 ‘유니버스’라는 플랫폼을 신설하고,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네이버와 손을 잡고 ‘브이라이브 팬십’ 강화에 나서는 등 이러한 경향은 이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엔터 업계 1위의 빅히트가 과연 발군의 IT기업 하이브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연세대 영어영문 김나경

memirror1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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