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이지연
2019년 11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탈(脫) 아마존을 선언한다. 판매 중이던 모든 상품을 철수하겠다는 나이키의 폭탄선언. 나이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인지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이 보장된 거대 유통망을 등질 때 발생할 리스크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나이키가 모든 우려의 목소리와 당장 마주할 리스크를 뒤로하면서도 아마존의 전면 철수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숨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D2C 전략' 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D2C란 Direct to Consumer의 약자로, 제조사의 상품이 제조사의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유통 도∙소매 업체들을 거쳐서 소비자를 만나던 상품이 제조업체에서 바로 소비자로 직접 판매되고 있음을 뜻한다.
사실, 과거에도 D2C는 존재했다. 제조업체가 공장 옆에 직영점을 두거나 창고세일 등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과거 D2C와 현재 D2C의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 환경이다. 과거 D2C는 지역적 한계와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힘들었다. 하지만 디지털의 변화로 인해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상품 구매가 가능해졌다.
: 첫째, 양질의 데이터 확보
나이키가 탈 아마존을 선언하고 D2C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세 가지 이유로 추론해보았다.
첫째, 양질의 데이터 확보이다.
미래 커머스 시장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의 데이터이다. 나이키는 2019년에고객 데이터 분석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셀렉트(Celect)'를 인수한 바 있다. 그리고 고객의 데이터 확보를 통해, 나이키는 패스트 패션을 지향하며 소비자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으로 나이키는 생산 과정에서 '익스프레스 레인(Express Lane)'이라는 시간 단축 생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게 된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 그리고 매장 출고까지 시간을 대폭 단축한 생산 시스템이다. 나이키는 판매 방식에서도 변화를 주었는데, 그 변화의 일종으로 2017년 아마존과의 직접 거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나이키의 제품이 아마존에서 판매될 때에, 다양한 고객들의 다양한 양질의 데이터가 아마존으로 귀속된다는 점이다. 즉, 나이키가 필요로 했던 질 높은 데이터를 아마존이 가져가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잠재적 유통 경쟁사로 기우는 것이 나이키 입장에서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나이키는 소비자 양질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이에 맞춘 생산, 공급 계획을 가능케 하고자 D2C 전략을 강화한 것으로 생각된다.
: 둘째, 소비자와의 직접 경험 강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모든 유통이 상품 판매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는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Andy Thaemert(Nike senior creative director)-
둘째, 나이키는 D2C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경험 확대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나이키의 홀세일 판매망이 빠르게 재조정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나이키는 나이키 브랜드에 맞는 유통 중심으로 관계를 재편하는 전략을 세운다. 나이키는 3만 개에 달하는 유통 거래처를 향후 40개 파트너까지 줄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양질의 고객 서비스, 브랜드 차별화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유통 업체 중심으로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홀세일 파트너의 축소는 이미 2017년 나이키 전 최고 경영자 마크 파커가 발표했지만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아마존을 철수하기로 결정한 2019년 부터이다. 최근, 나이키는 거대 유통인 DSW, Urban Outfiiters, Shoe show, Dunhams's Sports, Olympia Sports 및 Big Five 등 6개의 홀세일 기업과의 거래 중단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작년 6월, 슈즈 멀티숍 레스모아가 홀세일 파트너 지위를 박탈당했다. 나이키는 3만 개에 달하는 유통 거래처를 향후 40개 파트너까지 줄일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소비자들이 나이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한 곳과의 계약은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재진입한 슈즈 멀티숍 '풋락커'는 나이키의 홀세일 파트너이다. '풋락커'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27개국에서 4,000개에 가까운 유통망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슈즈멀티숍 중 하나이다. 서울 홍대 입구사거리에 위치한 '풋락커'는 전체 건물 4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간 대부분이 나이키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나이키 한정판 제품, 나이키 조던라인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희소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라인 제품이 대거 구성되어 있다.
: 셋째, 나이키 상품 단순 구매자를 넘어서 팬 보유
셋째, 나이키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단순 이용자를 넘어서 팬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 멤버쉽과 다양한 앱을 통해 '나이키 커뮤니티'로 성장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 플러스'라는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키 플러스'의 특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둘 다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상호작용을 강화하도록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이키는 Run Club, Training Club, 나이키 앱 그리고 SNKRS 앱 등 다양한 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Run Club 앱은 이용자의 러닝 활동을 추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코칭 플랜을 지원한다. 이용자의 진행 상활 기록하고, 달리는 속도와 위치, 거리, 고도, 러닝 구간 등 관련 활동에 필요한 모든 세부사항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러닝 중 친구들의 응원(In-run Cheers)' 기능을 통해서 친구나 유명 운동선수들로부터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이처럼 나이키는 자신의 브랜드를 믿고 구매해주는 열렬한 팬슈머를 보유하고자 이커머스 판매망 서비스와 기술 개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19년에만 나이키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 구매 기능에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 이상을 투자하였고, 작년도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고객 데이터 분석 기업 조디악(Zodiac)에 이어 앞서 설명한 셀렉트(Celect) 기업을 인수하는 등 IT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키는 소비자의 경험 제공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고 변화하는 트렌드와 유통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자 D2C를 강화해왔다. 기존 오프라인 및 온라인 유통망을 정리해 전략적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나이키 브랜드 경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재편해 가고 있다. 또한 단순 나이키 상품 구매자 또는 아용자를 넘어서 팬으로 육성하기 위해 나이키 플러스 멤버쉽을 만들고 다양한 앱을 개발해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작년부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패션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이키는 선전하며 특히 소비자 직접 판매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브랜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커뮤케이션을 직접 컨트롤 한다는 것은 브랜드 관리에 있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이키의 D2C 전략 강화는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이키는 D2C 전략을 강화하되, 차별화된 상품과 고객 경험으로 직접 고객에게 다가가고 관계를 쌓아하는 과정에 집중해야한다. 그리고 나이키 브랜드에 충성 고객에게만 국한하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까지 '발견의 즐거움'을 줘야할 것이다.
연세대 정치외교 이지연
jiyeon11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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