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준현
기존의 중고거래는 C2C 구조가 기본적이기에 항상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존재한다. 또, 정가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가격도 협상이 필요하다. 가격이 결정돼도 제품이 배송완료될 때까지 벽돌이 오지 않을까 매순간 걱정된다. 그렇다고 직거래를 하기엔 낯선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다. 미국의 'stockx'와 같은 중개 플랫폼이 생겨난 이후, 국내에도 중간단계를 자처하는 플랫폼이 여럿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내 시장의 지배자는 어느 쇼핑브랜드도 아닌 카메라 앱 스노우의 플랫폼이다.
작년 3월 스노우 필터로 유명한 엡 ‘스노우’가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을 출시했다. 대체 왜 스노우가 신발 거래 플랫폼을 출시할까? 스노우와 신발의 조합은 전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지만, 스노우의 모기업이 네이버임을 고려한다면 네이버가 스니커즈 거래 시장에 진출한다고 보는게 더 타당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네이버이고, 그 중에서도 왜 신발 거래 플랫폼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최근 유통업계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른 MZ 세대에겐 물품을 거래하는 것의 수익성에 즐거움을 더한 ‘리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 트렌드 분석 센터에 따르면 MZ 세대는 중고 거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며, 이들이 중고 물품에 수익성을 더한 ‘N차 신상’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리셀 문화의 중심인 이 MZ 세대가 가장 접근하기 좋은 상품군이 바로 신발이다. 명품 브랜드의 잡화는 아직 그들의 능력으론 기회가 주어져도 구매하기 어렵다. 반면 신발은 도전할 수 있는 가격, 그리고 리셀 시의 수익성까지 겸비했다. 그 결과 국내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업계 추정 5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토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분야에 아직 수수료를 받으며 중개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면, 충분히 진입해볼만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시장에 왜 네이버가 진입했을까? 사실 네이버가 가장 먼저 진입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서울 옥션에서 엑스엑스블루를 출시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수수료는 10%였고, 수익성이 중요한 리셀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네이버는 서울 옥션과 달리 그들의 자본력을 리셀 시장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시장의 점유율을 뺏기 위해 수수료를 전면 포기했다. 네이버는 아직까지도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고, 후발 주자 플랫폼들이 생겨나도 꾸준하게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가장 큰 스니커즈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는 98만명의 회원을 가진 커뮤니티로써 신발 정보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 매니아 안에는 자체 장터도 활성화되어있어 ‘평화로운 중고나라’의 가품들에 지친 많은 소비자들이 카페로 유입되는 선순환도 가지고 있다. 나이키매니아는 크림이 출시되자 기존의 파트너였던 엑스엑스블루와의 계약을 중단하고, 곧바로 크림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결국 네이버는 큰 출혈없이 98만명의 신발 매니아들에게 홍보되었고, 자신들의 자본력으로 수수료도 맘껏 지불해주었다.
크림이 완전무결한 플랫폼은 절대 아니다. 정가품 검수 이슈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고, 많은 사람들과 내가 느끼듯 최종 배송완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점도 있다. 무신사의 솔드아웃과 같은 경쟁 플랫폼까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최근엔 번개장터에서도 오프라인 신발 거래 플랫폼 ‘브그즈트 랩’을 런칭하며 크림에겐 또다른 변화의 타이밍이 오고 있다. 그들의 자본력을 맘껏 활용할 네이버의 다음 스텝을 기대해본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 박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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