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정운채
시원한 바닷바람, 새콤달콤한 감귤의 맛, 드넓게 펼쳐진 유채꽃밭… ‘제주도’라는 말을 떠올리면 우리의 머릿속에 연상되는 이미지이다. 이런 아이코닉한 제주의 이미지를 살려 2017년, 국내에서 수제맥주 브랜드를 런칭한 회사가 있다. 바로, 제주맥주이다.
제주맥주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제주도 한달살기’ ‘취어스클럽’ ‘수재 귤 양갱 원데이 클래스’ 등,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다. 제주맥주 제품 이미지와 함께 밤하늘, 휴양, 여행, 친구, 애인의 이미지가 계속 반복되는 제주맥주의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보이는 소비자 이벤트는 왜 진행되는 것일까? 왜 다른 국내/외 맥주 회사보다 제주맥주가 유독 더 이러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주맥주의 최신 이벤트, ‘나만의 캠핑카’로 살펴보고자 한다.
제주맥주의 프로젝트 ‘나만의 캠핑카’는 4월부터 9월까지 일 주일에 한 번씩 신청자들 중 추첨으로 한 팀을 뽑아 주말 동안의 캠핑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자들은 세 가지 캠핑 트랙인 ‘놀멍’ ‘쉬멍’ ‘즐기멍’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신청하고, 신청한 트랙에 따라 캠핑카와 함께 지급받는 항목이 달라지게 된다. 놀멍의 경우 보드게임, 만화책, 스낵바 등 놀거리로 가득한 캠핑카를, 쉬멍은 싱잉볼, 요가매트, 캔들, 아로마 오일로 힐링타임을 즐길 수 있는 캠핑카를, 즐기멍은 책과 빈티지 LP,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이 실린 감성 캠핑카를 지급받는다.
이 신청 과정에서 흥미로운 요소가 한 가지 있다. 바로 해당 이벤트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큐레이팅하게 되는 ‘나만의 캠핑카’ 일러스트이다. 신청자들은 ‘나만의 캠핑카’를 신청하기 위하여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의 배경을 고른 뒤, 그 위에 사람, 동물, 가지고 놀고 싶은 아이템, 그리고 제주맥주를 자유롭게 배치하면서 자신만의 일러스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해쉬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자신이 만들어낸 여행 경험을 타인과 공유한다. 전체 해쉬태그를 눌러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만든 각양각색 여행의 모습을 한 눈에 모아볼 수 있다. 마치, 일러스트로 개개인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 듯한 모습이다.
이쯤이면 눈치챈 독자들이 많을테지만, 제주맥주의 이번 이벤트 '나만의 캠핑카'의 핵심 에는 ‘여행’이 있다. 사실 이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제주맥주가 '제주 한 달 살기' 프로젝트 등의 이벤트를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하던 점이다. 제주맥주의 슬로건은 '매일의 여행을 만들다' 이다. 즉, 여행 및 여행과 관련된 이미지를 슬로건과 더불어 고객에게 직접 체험시켜 줌으로써 제주맥주를 마실 때 '여행' 자체, 그리고 그와 관련된 소비자들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제주맥주는 국내에서 대량으로 맥주를 공급하는 회사들에 비하여 그렇게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다. 또한 일반적 맥주와 다르게 '수제맥주'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다른 맥주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독특하며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강한 맛의 맥주를 생산한다. 이러한 제주맥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딩이다. 다른 맥주 회사들의 이미지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차별 포인트를 가져감으로써 강한 맛의 맥주와 더불어 강한 이미지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는 제주맥주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가진 충성도 높은 고객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그러나, 제주맥주의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코로나로 인해 약간의 위기 상황에 도달한 바가 있다. 지금까지 제주맥주가 여행의 이미지를 살리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벤트 중 하나인 '제주 한 달 살기'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어려워지고, 이를 실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제주맥주는 좀 더 사적이고, 소수로서 진행되며, 다같이 즐겁게 노는 '파티' 보다는 몇 명이서만 함께 즐기는 '프라이빗 파티' 및 '힐링' 으로 눈을 돌렸다. 그로써 나온 행사들이 지금의 '나만의 캠핑카' 이벤트 및 집과 호텔에서 진행하는 '집캉스' '호캉스' 이벤트인 것이다.
이는 기존에 다양한 회사에서 맥주와 결부시켰던 왁자지껄한 즐거움 위주의 이미지를 넘어서 소비자가 제주맥주를 스스로와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는 기회 역시 연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을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제주맥주의 자유로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여행을 더 개인적인 차원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신의 내밀한 삶에 제주맥주의 자유로움을 들일 수 있게 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정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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