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경영혁신학회 28기 여석원
지난 4월 14일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였다. 첫날 시가총액은 125조원까지 치솟았고, 지분의 약 20%를 소유한 코인베이스의 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고작 38세의 나이에 단숨에 세계 100대 부호 반열에 올랐다. 코인베이스의 파격적인 상장과 동시에 국내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보유한 두나무 또한 뉴욕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현재 두나무의 1분기 매출은 5900억원, 순이익은 544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92%에 달한다. 하지만 두나무가 언제까지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두나무의 거래 수수료가 0.1% 수준으로 코인베이스(0.5%)에 비해서 낮은 것은 사실이나 주식의 거래 수수료인 0.015%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다. 암호화폐가 점점 제도권에 정착하면 분명 암호화폐 거래소들 간의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것이며, 기존 증권사들 또한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수수료 경쟁이 생길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를 주식의 거래 수수료 수준으로 낮춰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나무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수료 이외의 부분에서 국내 경쟁 기업들과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필자는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 시장의 선두주자인 코인베이스의 행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코인베이스와 업비트 모두 개인이 편리하게 암호화폐를 사고 팔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업비트와 달리 코인베이스는 ‘코인베이스 프로’라는 고급형 거래 시스템 또한 제공하고 있다. '코인베이스'가 단순한 상점의 개념이라면 '코인베이스 프로'는 거래소의 개념으로 '코인베이스'보다 다양한 차트, 주문 가격, 실시간 대기 수량 등 훨씬 더 전문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코인베이스 프로만의 API 또한 제공하고 있어, 외부 프로그램과의 연동을 통해 더욱 체계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두나무도 앞으로 닥쳐올 국내 거래소들 간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코인베이스처럼 보다 전문적인 트레이딩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을 출시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거래액도 증가하면서 전문적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베이스 프로’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업체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두나무는 ‘코인베이스 프로’를 벤치마킹하여 보다 다양한 차트를 제공하고, 전용API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문적인 투자자들을 업비트에 끌어들임과 동시에 국내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코인베이스와 두나무 모두 암호화폐 거래 이외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암호화폐 수탁 자회사인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를 운영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디파이), 코인베이스 카드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준비 중에 있다. 두나무의 경우도 다양한 자회사들을 소유하고 있다. 일단 카카오톡 기반으로 하는 트레이딩 서비스인 ‘증권 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이 이외에도 블록체인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 블록체인 연구소인 ‘람다 256’ 등 여러 방면으로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두나무의 행보는 분명 칭찬할 만하지만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업비트와 직접으로 연계되는 사업들이 없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관련해서는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장점을 최대로 살릴 수 있을 만한 서비스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코인베이스와 마찬가지로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수탁 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물론 여러 법률적인 난관을 넘어야하지만) 비트코인 ETF와 같이 암호화폐와 관련된 여러 금융 파생상품들을 출시하고 그것들을 업비트 어플 내에서 판매하는 것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두나무 또한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핵심은 분산 원장 기술을 이용하여 탈중앙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은행이나, 중재 역할을 하는 법원 같은 기관들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탈중앙화 금융에서는 이러한 중개자나 중재자가 필요 없다. 코드에는 가능한 모든 분쟁에 대한 해결책이 명시되어 있고 사용자는 언제나 자신의 모든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한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중개 비용들을 감소시킴으로써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업비트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를 보유한 거래소라는 이점을 살려서, 탈중앙화에 바탕을 둔 여러 은행, 보험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두나무는 국내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서게 될 것이다.
세상은 블록체인 기술로 말미암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법은 기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필자가 제시한 여러 서비스들을 출시하기 위해서 두나무는 여러 법률적인 제약들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격동기에서 두나무가 이러한 제약들을 잘 헤쳐나갈 수만 있다면, 분명 변화된 세상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여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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