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윤가원
네이버는 2020년 6월 구독형 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출시했다. 네이버플러스는 매월 4,900원(VAT포함)으로 1) 네이버페이 결제액의 최대 5%까지 적립받을 수 있고, 2) 티빙 방송 무제한 이용권, 웹툰 49개, 시리즈온 영화 1편 무료, 콘텐츠 체험팩 5종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서비스이다. 아마존은 2004년부터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연 119달러 혹은 월 12.99달러를 내면 FBA (물류를 아마존이 대행해줌으로써, 구매자에게는 신뢰를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상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대상 상품을 무료로 빠르게 배송하주며, 무제한 음악 감상 및 영화 콘텐츠를 제공받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구독자들은 1억 8000만명을 돌파했고, FBA를 사용하지 않는 판매자는 이제 3%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연회비만으로도 21조원 이상의 수입을 창출해내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 결속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구독 서비스의 핵심 가치
아마존 프라임은 FBA라는 핵심 가치를 통해 시작된 서비스이다. 오픈마켓 플랫폼 특성상, 거래자 간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이용자들의 가장 큰 니즈였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FBA를 내놓았고, FBA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일종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FBA 대상 상품의 빠른 무료배송'이라는 혜택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은 소비자들의 핵심 니즈를 가장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네이버 플러스는 핵심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을까? 네이버 플러스가 제공하는 혜택 내역을 살펴보았을 때, 5% 적립에 해당하는 '금융' 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 5% 적립이라는 혜택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네이버플러스를 구독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아마존은 FBA라는, 아마존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통해 소비자의 높은 결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네이버의 5% 적립 혜택은, 경쟁사에서 금전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할인과 적립의 혜택을 내놓으면 굳이 네이버에서 상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게 되고, 그렇다면 구독료로 지불한 돈 자체가 낭비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2) 스스로 제한해버린 멤버십의 가치
아마존 프라임은 거의 모든 상품이 프라임의 대상이라, 아마존을 나의 쇼핑몰로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구독하지 않는 게 손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차피 아마존에서 살거라면 구독을 하게 되고, 구독을 했으니 무언가 살 게 있으면 아마존에서 사게 된다. 이는 구독의 특성상, 상품을 구매해야 구독료에 대한 가치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상품을 많이 살수록 구독을 통해 누리는 가치는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네이버는 5% 적립 혜택에 '20만원까지'라는 제한을 두고 있어, 고객이 네이버를 통해 상품을 더 많이 사야겠다는 생각이 잘 안 들고, '구독을 했으니 이왕 사는 거 네이버에서 사자'라는 사고 과정에 제동이 걸린다. 네이버는 소비자가 네이버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할 유인을 막아버린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가 네이버를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의 가치를 스스로 제한해버리게 되었다.
3) 모래로 만든 구독 해지를 막기 위한 벽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아마존이 제공하고 있는 혜택 중 가입을 이끌어내기에 적절한 요소였다면, 아마존 프라임이 제공하는 음악, 비디오와 같은 부가적인 혜택은 이용자들의 구독 해지를 막기에 효과적이다. 가령,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다면, 간혹 아마존을 잘 이용하지 않아 이 구독 요금이 낭비라고 느껴지더라도, 콘텐츠들을 이용하기 위해 해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네이버 플러스 역시 티빙, 웹툰 이용 등을 제공하며 해지를 방지하기 위한 벽을 마련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제공하는 혜택들은 아마존 프라임의 혜택들과는 다르게, 무제한 혜택이 아니다. 제공받을 수 있는 콘텐츠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이 부분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구독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보다 큰 혜택을 제공했으므로 매력적인 구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혜택이 '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제한적으로 콘텐츠들을 제공받을 때 고객은 자신이 기업의 '멤버'로, 기업과 교류하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처럼 제공에 제한을 둔다면, 고객은 기업과의 결속력을 얻기는커녕 자신이 멤버로 가입을 한 것인지, 구독 번들을 구매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지금 네이버가 준비한 벽은, 벽은 벽인데, 모래로 만든 벽이 되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이버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제공 가치'를 찾는 것이다. 아마존은 오픈마켓이라는 플랫폼의 본질적인 특성에 근거하여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FBA라는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구독 멤버십 관계를 형성했다. 네이버도 포인트 적립 혜택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이 멤버십이 힘을 가질 수 있다. (네이버 쇼핑, 스토어 등에 대해 더 자세히 분석해야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생각해본 바로는, 상품거래를 할 때 네이버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쉬운 상품 노출/검색 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검색 시 네이버 플러스 칸을 위쪽에 마련해서 멤버십 대상 상품이 먼저 노출되도록 하고, 멤버십을 등록하는 상품은 네이버가 보장한다고 하는 식으로 구성해보면 어떨까 싶다. 광고와는 별개로.)
두 번째는 포인트 적립과 이용권 측면에 대한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선택지를 줄이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멤버'로서 '혜택'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정해진 만큼 다 이용하지 못하면 오히려 '이 멤버십 서비스가 내게는 별로 필요없구나' 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제한으로 돌렸을 때 너무 비용이 크게 발생할 것 같은 것들은 제외하고서라도 멤버라면 충분히 원하는 만큼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윤가원
kawonoff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