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수연
대체육은 말그대로 우리가 먹는 육류를 대체하기 위하여 식물성 단백질 또는 실험실에서 육류의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만들어 낸 고기로 흔히들 말하는 '콩고기'가 식물성 육류에 속한다. 대체육은 이미 한참 전에 개발되었지만 실제 고기를 대체하기에는 그 맛과 질감이 한참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은 진짜 고기와의 맛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축산으로 인한 환경 오염 그리고 가축전염병(돼지열병, 구제역 등)에 따른 공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진짜 고기를 대체할 만한 가짜 고기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근래에는 정말 진짜 고기와 거의 흡사한 맛을 내는 대체육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앞서 말했듯이 대체육은 크게 두 종류 1) 식물성 대체육 과 2) 배양육이 있지만 배양육의 경우 국내에서는 시판되지 못하므로 이 저널에서는 식물성 대체육 푸드테크 회사 두 곳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후술할 대체육들은 모두 식물성 대체육을 일컫는다.)
먼저 살펴볼 대체육 회사는 미국의 비욘드미트이다. 2009년에 설립된 이 곳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대체육 시장의 선두주자이다. 꾸준히 성장을 하던 이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 육류 공장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때아닌 특수를 누리며 더욱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비욘드 미트의 강점 세가지를 꼽아보았다.
1. 진짜 같은 가짜 고기
비욘드미트는 R&D를 통해 진짜 고기와 흡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 제품들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기존의 대체육 제품들은 냉동의 형태로 시장에 공급되었지만 비욘드 미트의 제품들은 대부분 냉장제품들로 우리가 정육점에서 구매하는 생고기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의 제품은 조리했을 때도 진짜 고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동안 식물성 고기의 가장 큰 흠으로 꼽혔던 육즙의 문제는 코코넛오일을 통해 해결했다. 이들은 코코넛 오일, 녹두, 해바라기씨, 비트즙 등을 통해 잘 구워진 고기의 예쁜 때깔(마이야르 반응)을 그대로 구현했다. 진짜 고기와 똑같이 생긴 비욘드미트의 제품들은 대체육에 대한 고정관념과 불신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무항생제, Non GMO
비욘드미트의 제품은 무항생제, 호르몬프리, non-GMO, 글루텐프리라는 점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경쟁사 ‘임파서블푸드’의 대체육 주성분은 대두, 즉 글루텐이 함유되어있어서 글루텐 프리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 어렵다. 또한 이들이 고기 맛을 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레드헤모글로빈에 GMO 대두콩을 사용하고 있다. 성분에 예민한 소비자들에게는 무항생제, non GMO인 비욘드 미트의 제품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다.
3. B2B 유통을 통한 꾸준한 매출 성장
이들의 고객은 대형마트 등을 통해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리테일, 식재료로 납품하는 푸드서비스 그리고 인터내셔널이 있다. 매출은 리테일보다는 대형 고객사들로부터 발생한다. 사업 초기에는 리테일 판매 비중이 상당히 높았지만 최근 대형 고객사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도 크게 늘고 그 안에서 푸드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던킨도넛, 스타벅스, KFC, 버거킹 등이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에 대체육을 공급하면서 시장의 수요변동에 비하여 안정적으로 매출을 성장시켰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국내에서도 대체육 대중화에 앞장서는 푸드테크 기업이 있다. 바로 지구인컴퍼니이다. 지구인컴퍼니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생긴 농작물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푸드 스타트업으로 2017년 사업을 시작하여 2019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대체육 언리미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 언리미트 브랜드를 런칭하여 활발히 대체육 제품들을 내놓고 있으며 작년 런던 푸드테크500에 선정되는 등 국내 유망 푸드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언리미트의 주요 제품은 슬라이스/민스 고기, 폴드 바비큐, 버거 패티다. 다른 대체육 제품에 비해 한식으로 조리하기 적합한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상시판매는 아니지만 만두 제품도 출시했었다. 이들 역시 비욘드미트처럼 현미, 귀리 등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마이야르 반응을 구현했다. (그러나 진짜 고기같은 맛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의 비욘드미트와 국내의 언리미트의 가장 큰 유사점은 바로 매출의 상당부분을 리테일이 아닌 프랜차이즈에 식재료로 공급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비욘드미트는 전체매출의 과반수 이상이 고객사 유통에서 발생하고 지구인컴퍼니 민금채 대표의 인터뷰에 따르면 언리미트 역시 주로 B2B로 납품한다고 한다. 국내 서브웨이, 샐러디, 썬더버드 등 일곱 개 브랜드의 비건 메뉴에 들어가는 육류가 바로 언리미트의 제품들이다. 이들은 기업용과 일반 리테일용 제품을 따로 나누어 생산, 판매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비욘드 미트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언리미트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대체육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비욘드미트에 비추어 앞으로 언리미트가 더욱 성장하기 위한 방향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1. 냉동보다 냉장제품
비욘드 미트에 따르면 초기 매출의 대부분이 냉동 제품에서 나왔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냉장(신선)제품의 비중이 무려 90%까지 올라왔다. 소비자들이 실제 육고기와 비슷해 보이는 냉장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이 반영된 변화로 보인다. 대체육 소비자들이 대다수 채식주의자일 것이라는 것은 편견이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비욘드미트 소비자의 95%는 일반식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대체육에 대한 니즈가 있다. 이들이 고기와 최대한 비슷한 대체육을 원하다는 점을 반영하여 진짜 고기 같은 제품을 내놓다면 장기적으로 대체육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언리미트의 제품들은 모두 냉동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체육들이 대부분 냉동제품이라 큰 차이가 없지만 향후 시장이 더욱 커지고 (한국의 대체육 시장은 세계에서 38번째로 다른 식품군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향후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반식을 하는 사람들까지 소비자층에 다수 편입된다면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진짜 육고기와 비슷한 냉장 제품들의 메리트는 클 것으로 보인다.
2. 다양한 제품군
언리미트에서 상시판매하는 리테일 제품들은 구이용이 대부분이다. 한식에 들어가는 고기의 형태를 생각하면 적합한 형태이지만 제품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전체 대체육 시장의 파이를 늘리고 그 안에서도 언리미트의 비중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와디즈를 통해 만두 제품을 판매했듯이 대체육이 들어갈 수 있는 제품은 무궁무진하다. 비욘드 미트는 치킨, 미트볼, 소시지, 너겟, 햄 등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상시판매하여 소비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갔다.
이전에도 비욘드 미트에 대한 저널을 썼었는데 이렇게 연속성(?)있게 후속편처럼 국내 대체육 기업인 언리미트와 함께 다루는 글을 쓸 수 있어서 반갑고 좋았다.
(혹시 대체육 산업의 배경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bitinsight/134 )
반년가량 지났지만 그 사이에 대체육에 대한 국내 인지도는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서브웨이 얼티밋썹 이후 버거킹에서 플랜트 와퍼, 롯데리아에서는 스위트어스 어썸버거를 출시하여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이전에 대체육은 그저 맛없고 푸석푸석한 '콩고기'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 틀을 깨는 데에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벤트성 메뉴였지만 앞으로 대체육으로 만든 제품들이 어느정도의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프랜차이즈 브랜드들도 실감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정식 메뉴로 만나보기를 고대한다.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 외에도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다양한 식품회사에서 대체육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대형마트의 대체육 코너에 맛있고 다양한 대체육 제품들이 깔릴 일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국내에서도 대체육이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옵션으로 자리잡는 그 날이 금방 찾아올 것 같아 기쁘다.
참고자료: 삼성증권 글로벌리서치 비욘드미트
산업공학17 최수연
csyeon@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