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최유리
2014년 12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의 한국 상륙 이후 국내 가구업계는 급격하게 커졌다. 이케아라는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다른 경쟁자들을 자극하는 일종의 메기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한샘,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 상위권 업체들은 이케아의 국내 상륙 이후 오히려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케아 역시 유례없는 화려한 성적표를 보였다. 국내 진입 1년 만에 국내 1호이자 유일 매장인 경기도 광명점 한 곳에 670만 명이 다녀갔고 매출액도 3천 80억 원으로 국내 가구업계 3위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단 하나의 점포로 1년 만에 이런 성과를 낸 것이다.
여기에서 이케아 효과의 가장 큰 수혜자가 한샘이었다. 1970년 부엌가구 전문 기업으로 설립된 한샘은 1997년 인테리어 가구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부엌과 인테리오 가구 시장에서 모두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샘은 이케아 진출 이후 2015년 이전 대비 70% 늘어난 1조 710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가구 시장은 이케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극명하게 변화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구는 한 번 사면 수십 년 이상 사용하는 ‘가보’같은 물건이었다. 한 번 들여놓은 가구는 웬만하면 잘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비싸고 튼튼한 제품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케아는 이러한 가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크고 무겁고 비싼 제품이 아닌, 간편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값싼 제품들이 이케아의 특징이었다. 이케아에게 가구란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패션 아이템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이케아 효과는 가구 이외의 생활 소품 분야에도 미쳤다. 국내 가구업계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쿠션, 방석, 전등 등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국내 업체들은 대형 직매장을 늘리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하고 원가 절감 등 체질 개선에 힘썼다. 한샘의 경우 2015년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연면적 9천 256m2의 매장을 개설했고 2020년까지 대형 직매장 수를 7곳에서 20곳으로 늘렸다.
이케아와 한샘은 타깃층에서 차이를 보인다. 먼저 이케아의 경우, 가성비와 실용성을 추구하며 1인 가구를 타게팅 한다 . 이케아는 “단순함이 미덕이다”, “대중들을 위한 Democratic Design”을 특징으로 하며 '절절한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또한 이케아는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함으로써 원가절감과 수익성 효과를 노렸다. 특히 이케아는 DIY(Do it yourself)상품으로 가격을 확 낮추었다.
한샘은 신혼부부나 자녀가 있는 가정, 1인 가구보다는 맞벌이 등으로 소득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고객층을 타깃으로 했다. 소득 수준이 늘어남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집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캐치한 것이다. 또한 한샘은 이케아가 기타의 서비스는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 달리, 가구를 직접 집으로 배송해 설치까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구 특성상 부피가 크고 무거운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서치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전문 기사가 설치하는 것이 품질면에서도, 소비자 만족도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또한 한샘은 패키지 제품을 구성했다. 단순히 가구 몇 개를 파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공간을 원하는 스타일로 꾸밀 수 있는 가구들을 패키지로 구성해 한꺼번에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패키지 방식의 가구 판매의 경우, 인테리어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주택 매매 거래량과 한샘의 매출이 연동될 수밖에 없어서,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띄지 못한다면 수요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한샘은 리모델링 패키지로 방향성을 돌렸다.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을 캐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28조 원 규모였던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2020년 38조 원, 2021년 4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샘은 상품에 따라 100여만 원에서 5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한 가격 군을 제공하여 가구 개별 판매보다 객단가가 높은 패키지 판매를 늘려 매출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집안 내부 공간별, 스타일별 패키지 상품 개수를 대폭 늘렸고 제휴점들을 리하우스 대리점으로 전환했다.
한샘의 매출은 작년 매출 2조 674억, 영업이익 930억 원으로 66.7% 증가했다. 2017년 2조 625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을 걷던 매출은 3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찍으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리모델링 담당 리하우스와 온라인 부문의 성장이 그 원동력이었다. 양적으로는 리하우스 부문이, 성장 폭으로는 온라인이 이끌면서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달성했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 가성비를 찾는 고객들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는 ‘가성비’에 독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케아가 유리한 것은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불황을 이길 수 있는 매출 다변화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샘의 전략은 이케아와의 차별성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샘에게 있어서 그것은 바로 ‘편리성’과 ‘품질’이다.
이케아의 경우, 조립식 가구라는 특징으로 ‘적절한 가격’이라는, 즉 가성비라는 이익을 얻었지만, 그 결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조립해야 한다는 불편함에 대한 페인 포인트가 존재했다. 하지만 가성비라는 부분에도 의문이 존재하는데, 도대체 ‘적절한’ 가격이 한국에서도 적절하냐는 것이다. 이케아는 국가별 가격 차이를 두고 있고, 한국 판매 가격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고, 세계 두 번째로 비싸다. 이케아에서도 국내 판매가가 OECD 평균보다 비싸다는 논란에 반박하지 못했다. 또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송, 조립 비용 등으로 ‘불편을 판다’는 이슈도 있다.
이케아의 이른바 가성비는 조립식 가구라는 데에서 온다. 하지만 타 경쟁업체들은 여러 소비자 서비스들을 제품 구매와 동시에 보장해 주는 반면, 이케아의 고객센터의 서비스는 최악에 가깝다. 한국 소비자 서비스 만족 지수 1위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반해,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자동 응답기와 랜선 연애”하는 기분이라는 등 인터넷에서 수많은 불만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고객센터 평균 연결 시간은 15분으로 그것마저도 6번 이상 전화해야 한 번 연결된다고 한다. 즉 이러한 이케아의 특징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품질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만족도도 떨어뜨렸다.
이에 반해 한샘은 품질 측면에서는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2019년 산업별 고객만족도에서 한샘은 가정용 가구 부문에서는 4년 연속, 부엌가구 부문에선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였고, 전반적인 만족도, 재구입 의향 등 평가 항목 전반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제품과 서비스 모두에서 업계를 선도했다. 요소 만족도에선 견고성, 제품 다양성, 디자인과 색상, 배달 및 설치 서비스, 품질 대비 가격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한샘은 이러한 ‘완제품’에서 오는 편리성과 서비스 정신, 신뢰성이라는 이케아 대비 한샘만의 강점을 강조하여 믿음의 한샘, 신뢰의 한샘이라는 ‘정성’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케아의 바이백 서비스는 중고 이케아 제품을 매입해 수리 후 재판매하는 서비스이다. 고객이 사용한 이케아 가구를 매입하여 재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자원 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돈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셈이다. 해당 정책은 이미 호주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중고거래 열풍이 거세지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가구 ‘중고 거래’에의 도입은 고객으로 하여금 신뢰도가 보장된 가구 업체에서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이미 이케아는 국내에서도 시행 중이다. 해당 서비스를 한샘에서 도입한다면, 한샘이 갖추지 못한 ‘가성비’, 즉 저렴한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뿐만 아니라, 플래닝 서비스의 확대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이케아의 경우,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에서는 홈퍼니싱 컨설턴트가 상주하며 플래닝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이 컨설턴트와 침실, 키즈룸 등 집의 다양한 공간에 대한 플랜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플래닝 스튜디오에서는 직접 판매를 진행하지 않는다. 한샘의 경우, 1970년 창립 이래 제공하고 있는 토털 홈 인테리어 원스톱 솔루션(소비자 목소리를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과 더불어 현장에서 상담을 진행함과 동시에 곧바로 구매를 가능하게 하여, 오프라인 매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보고 원하는 제품을 대기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수백 명이 한곳에서 있어야 하는 매장보다는 아직까지 온라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실제 최근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지난 3월 인테리어 앱 사용자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국 속에서 온라인 몰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한샘은 가구뿐만 아니라 조명, 생활용품 등 제품들도 한샘과 함께 성장할 입점 소상공인을 확대해 종합 쇼핑몰로서 한샘몰을 확대해 나갈 한샘몰 차별화 계획을 밝혔다. 기존의 가구 전문 몰에서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확장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한샘은 또한 공동 개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상품을 신속하게 개발, 판매해 매출을 높이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소상공인은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상품에도 낮은 브랜드 인지도, 유통망 확장 비용 탓에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를 느꼈던 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한샘과 소상공인이 더불어 성장하는 상생관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샘은 현재 520여 개 수준의 소상공인 입점 업체는 2023년까지 7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작년 매출 상승의 주요 원인이 온라인 매출이었다는 점에서 리빙 전문 커머스 플랫폼 강화는 필수적인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자체몰 이외에도, 오늘의 집 등 인테리어 전문 앱과의 제휴를 통해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샘은 오늘의 집과 제휴를 맺고 제품을 판매 중에 있다.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 증대와 오늘의 집이라는 인테리어 채널의 성장 현황을 가늠해봤을 때,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해 한샘의 매출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케아 진입으로 시작된 가구업계 패러다임의 전환은 오늘의 집 등 인테리어 앱 등의 성장과 함께 코로나19라는 나비효과를 맞아 취미 유지 및 기분 전환을 원하는 소비자 중심으로 홈퍼니싱(집꾸미기) 열풍이라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샘에게 있어서는 이케아 진입 이후 다시 돌아온, 그러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전성기의 장이 펼쳐진 셈이다. 국내 가구 업계가 침대, 침구, 소파, 식탁, 주방 등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집 꾸미기 등으로 대표되는 홈 퍼니싱 인테리어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온라인 몰의 성장에 집중하는 것을 제안한다.
한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홈퍼니싱에 앞장서는 업체들은 이케아와 한샘, 현대리바트 등이 손꼽힌다. 이러한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 한샘은 차별화된 우위를 갖추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온라인 유통 플랫폼 확보는 물론이거니와 한샘만의 ‘서비스 정신’을 내세우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온라인 전략 강화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격이라는 메리트는 포기하더라도 그 외의 장점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전략이 요구된다. 따라서 리빙 전문 커머스 쇼핑몰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온라인몰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편리하게 오프라인에 가서 가구를 직접 보고 사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구매를 할 수 있게 하는 수준의 ar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탄탄한 기술발전 기반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 위에서 국내 토종 기업 한샘이 가구 시장 1위의 왕좌를 유지하길 응원한다.
연세대 독어독문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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