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9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HMM'.. How to become '머스크'?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이상민

  

 머스크가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18%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혹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지 않았는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앞 머스크는 Maersk고, 뒤 머스크는 Musk다(죄송합니다ㅎㅎ). 이번 IJ에서는 너무나도 낯선 산업인 해운업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적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과 글로벌 선두 기업 머스크에 대한 글을 작성해볼 것이다.


 간단한 배경부터 살펴보았을 때, 해운업은 1. 서비스 산업의 발전, 2.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으로 완제품의 장거리 운송 감소, 3. 제품 부피의 단소화 등으로 높아진 항공 운송 등의 이유로 물동량 저성장 시대 속에 갇혀 있었다. 게다가 2007년을 기점으로 선복량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앞섰고 선사들의 운임 경쟁이 결국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최근 코로나 상황 속에 빨리 회복된 수요로 인해 선박의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안정화되면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럼에도 선사들의 선박에 대한 투자는 현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선사의 비즈니스 성장 단계를 3단계 순서로 열거해본다면 1단계는 초대형선 확보(선박 단위), 2단계는 해운 동맹이나 M&A(회사 단위)다. 이 두 단계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원가 절감에 초점을 두며 HMM은 이 중간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 단계에 위치하여 단순 해운사의 역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종합물류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머스크의 발자취를 통해 어떻게 HMM이 나아갈 수 있는 지 살펴보겠다.

 


양적 성장) 1 단계 & 2 단계


 양적 성장은 선복의 크기 또는 개수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1. 선박대형화 2. 해운동맹 그리고 3.M&A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글로벌 물동량 감소를 겪던 기존 해운 산업은 가격 외에 차별화 요소가 부족했다. 가격 차별화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선박의 크기와 수를 키워야 했다.  양적 성장을 이룸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서비스 노선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머스크는 이 단계들을 거쳤으나 HMM은 2020년 4월에 양적 성장 단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선박대형화) 머스크는 이미 11년대에 총 운영 선대가 2백만 TEU(Twenty Equivalent Unit = 20피트 컨테이너를 얼마나 적재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선박의 크기와 적재량을 표현)를 도달했고, 현재는 412만 TEU로 세계 점유율을 대략 18%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단일선사가 2만 TEU급 선박으로 10개 이상의 항만을 기항하는 6개 항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60~80개(120~160만 TEU)가 필요한 것을 보면 엄청난 수치다. HMM은 작년 공격적인 투자로 20년 한 해에만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2만 4천 TEU는 12척, 1만 6천 TEU를 8척를 발주하여 운항을 시작했다. 2만 4천 TEU급 선박은 세계에서 가장 큰 크기며, 1만 5천 TEU보다 약 15.3%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번 운항에 총 10개 보다 20개를 실어 나르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2020년 1월 총 58척으로 39만 TEU였던 것이 총 78척으로 85만 TEU를 운영하며 세계 점유율 3%를 차지하는 8순위 선사가 되었다. 


2만 4천 TEU는 축구경기장 4개 크기 (출처 : HMM)

 해운동맹) 해운 동맹은 선사 간 집화 경쟁과 특정 항로에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상호 간의 협조 체제를 확립한 것이다. 마치 한 회사처럼 선사들과 선복을 공유하여, 선박 건조를 위한 조단위의 투자를 할 필요 없이 몸집을 불릴 수 있고, 항로를 공유하여 노선을 확대할 수 있다. 이로써 고정비 및 관리 비용 절감, 안정적 수익 확보, 비용 경쟁력 강화, 서비스 품질 제고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3개의 해운 동맹이 존재하는데, 이 선사들이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하다. 머스크는 14년부터 일찍이 세계 2위 선사인 MSC와 2M이라는 해운동맹을 맺었다. 머스크는 410만 TEU, MSC는 387만 TEU 총 점유율은 33%나 될 정도로 거대한 공룡이다. HMM은 20척의 거대선을 확보한 뒤 20년 4월 세계 3대 동맹 중 하나인 The Alliance를 정식 가입할 수 있었다. 이로써 이 동맹은 5.1백만 TEU로 전 세계 78개 항만을 기항하고 33개 항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HMM은 기존 동맹사들이 구축해놓은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전체 노선 33개 중 27개 노선을 서비스하고 북미 노선의 경우 기존 11개에서, 16개로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3대 해운동맹과 노선 점유율 (출처 : 서울경제)

 M&A) 지난 10년간 22개 선사가 12개 선사로 통합되었다. 머스크는 SeaLand, Hamburg Sud 등 선사를 통합하여 capacity를 늘렸다. 다른 선사들도 M&A를 통해 대략 2배에서 5.7배까지 대형화되었지만 우리나라 선사는 어떠한 통합도 없었다. 사실 HMM에게 M&A를 언급하기에는 현재 상황이 뒷받침 되지 않지만 미래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실 있는 중소형 선사를 인수할 수 있지 않을까 조그만 가능성을 제시해본다.


 선박 대형화와 해운 동맹 가입 배경에는 정부, 산업계의 의지로 ‘해운재건 5개년’이라는 목표 하에 3조원의 자금지원이 있었다. 가장 큰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수출기업이 일본에 비해 추가 부담한 운송비가 연간 약 1조 4천억으로 국가적으로 큰 손해였다. 국가가 HMM에 투자하여 선대의 규모를 늘려 한진해운 파산 전 규모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 선복량이 78% 증가하는 시기에 우리나라는 고장 7.6%에 그쳤다. 머스크는 규모의 경제 달성과 노선 다변화를 위한 투자였다면, HMM은 정상화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100만 TEU를 갖춤으로써 정상화를 넘은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HMM 위 7개 기업은 모두 100만 TEU가 넘고 머스크는 현재 규모를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왔다. 물론 HMM은 머스크 수준으로 따라가기엔 자금과 시간이 부족하다. 대신 HMM의 강점은 1만 TEU 이상 선박의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것이다. 두번째 많은 선사로 양밍이 56%이기에 다른 선사에 비해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HMM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면 앞으로 대형(1만 8천 TEU) 이상의 선박을 확보하여 배의 개수는 적지만 그 거대한 크기로 효율적인 사업을 하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노선은 다양하지 않지만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또는 물동량이 많은 노선에 선박을 집중하여 원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업 모델 확장) 3단계 


 머스크 입장에서 대형선을 도입하거나 다른 선사의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가는 양적 성장은 한계에 다달았다. 이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수익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 머스크는 선박 발주를 넣기보다는 국제 물류 생태계를 수직 통합하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선사들이 Port to Port 해상 운송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머스크는 End to End solution을 제공하려 한다. 이는 내륙 운송 서비스 및 세관 업무를 포함하여 모든 물류 영역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통합하는 것이다. 우선 19년 1월에 육상 물류 자회사인 ‘담코’를 흡수하여 선사에서 종합 물류 기업으로 진화에 초석을 다졌다. 2월엔 미국계 통관 중개업체 ‘밴더그리프트’를, 20년 2월에는 북미 지역에 물류 창고를 운영하고 실시간 재고 관리가 가능한 ‘퍼포먼스 팀’, 7월에는 유럽계 통관 중개업체 ‘KGH’를 인수했다. 이것의 시사점은 분명하다. 머스크는 그 길고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는 물류 과정을 혼자 독식하려는 것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머스크에 묶여 있도록 락인하는 것이다. 머스크와 계약만 맺으면 중계 수수료 없이 더 싸고, 한 번에,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운송할 수 있다. 이는 선사 말고도 기존 포워딩 업체, 내륙 운송업체에 위협이 되는 움직임이다. HMM도 단순히 양적으로 선박을 늘릴 생각을 하면 안된다. 하지만 머스크처럼 integrator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또한 HMM의 재정 사정이 뒷받쳐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화주들에게 어떠한 서비스와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민해야함은 자명하다. 머스크가 공략하지 못한 틈새를 파고 들거나, 한국 다른 물류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HMM 뿐만 아니라 다른 물류 참여자들도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머스크가 한국 내륙으로 진출하려 하고 있다. 사실상 HMM의 투자가 국가 재원으로부터 나왔고, 다른 투자비용은 한국 물류 업체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것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어떨지 생각한다. 

머스크의 End to End 서비스 (출처 : HMM)



연세대 노어노문 이상민

peter950904@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이케아와 한샘, 가구업계의 패러다임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