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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O와 UNIQLO, 자강두천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임수연


UNIQLO vs. SPAO, SPAO vs. UNIQLO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로 더 알려진 SPA 브랜드들은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날로 그 수가 증가한다. 이렇게 치열한 브랜드 경쟁 속에서도 국내에서 두각을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일본의 UNIQLO와 한국의 SPAO다. UNIQLO는 1974년에 설립되었으며, Fast Retailing의 자회사이다. UNIQLO라는 이름의 의미는 '유니크(unique)하고 저렴한 옷'이자 '유니버셜(universal)'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1997년, 중소 규모의 소매점에서 미국 GAP를 따라 SPA 브랜드로 전향 후,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아 2001년에는 영국으로 그 규모를 넓혔다. 현재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18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다. 


  이런 UNIQLO를 목표로 등장한 국내 SPA 브랜드가 바로 SPAO이다. UNIQLO가 미국의 GAP을 롤모델로 삼았다면, SPAO는 UNIQLO를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UNIQLO와 상당히 비슷한 제품을 많이 선보였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SPAO는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10대, 그리고 20대를 집중적으로 타겟해 유행, 스타일, 핏, 모델 등을 전면 수정했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역시 진행했다. 짱구, 해리포터, 어드벤처 타임, 심슨 등 매 시즌 새로운 캐릭터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출처: Wikipedia


  위와 같은 SPAO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여전히 국내 SPA 브랜드 1위는 UNIQLO이다. 지속되는 일본 불매 운동으로 UNIQLO의 국내 매출이 급감해 순위 변동이 예측되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UNIQLO의 네임 벨류가 압도적임은 부정할 수 없다. UNIQLO의 모회사 Fast Retailing이 2021년 2월 15일 기준 시가총액 10조 8725억 엔(약 114조 원)을 기록하며 스페인의 대표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모회사 인디텍스(15일 종가 약 817억 유로)를 누르고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 1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를 사로잡은 UNIQLO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UNIQLO가 세계를 사로잡은 방법  


1. 제품 개발 

 후리스로 대성공을 거둔 후, UNIQLO는 테크놀로지 웨어 개발에 매달렸고, 새로운 테크놀로지 이너웨어 '히트텍'을 제작해낸다.  토레이사의 첨단기술과 유니클로의 패션을 융합해 '히트텍'이라는 테크놀로지 이너웨어를 생산했다. UNIQLO가 정의한 히트텍은 흡습발열 기능을 갖춘 '겉옷'이다. 본래 흡습발열 기능은 내복 등의 이너웨어에서 흔한 기능이었으나, 이를 레이어드를 통해 겉옷으로 드러내며 소비자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꿨다. UNIQLO는 현재 이 기술을 니트, 청바지 등에 추가하며 히트텍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중이다. 

2. 가격

  UNIQLO는 SPA형 시스템을 추구해 의류 생산, 소매 등 제품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전부 본사에서 담당한다. 본사와 제조업체를 잇는 비용을 아끼고, 중국 중심의 공장에서 저가로 제품을 직접 제작하며 비용을 절감한다. 이렇게 본사가 매장과 공장 사이에서 중심점을 잡아 실시간으로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TCM이다. TCM을 통해 UNIQLO는 매우 계획적으로 수요를 예측한 후 상품을 대량생산한다. 출시한 제품은 모두 판매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재고 비용이 0이 되게 한다. 또한, 공장 설비 등의 고정 비용을 지속적해서 지출하기보단 아웃소싱을 통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UNIQLO의 가격의 비법이다. 


3. 프로모션 전략

  UNIQLO 매장은 일반 '옷가게'보단 '옷 창고' 형태에 훨씬 가깝다. 상의, 하의, 속옷 등 각 싶은 상품을 바구니를 들고 자신이  골라 계산대로 가는 일종의 셀프 셀렉션 스타일 판매방식이다. 저렴한 가격의 의류를 판매하지만, 그 이상의 값어치가 느껴지는 점포, 상품, 집기, 진열, VMD를 융합해 기존의 '값싼'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였다. 또한 디스플레이와 진열을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셀프 셀렉션으로 판매할 수 있는 VMD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고객의 편의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처: The Global Fashion Business Journal



SPAO, 잠시 한발 물러서길


  현재 SPAO의 과제는 UNIQLO를 따라잡는 것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아닌, SPAO만의 색을 찾는 것이다. SPAO가 현재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자신을 어떤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을지다. UNIQLO의 키워드는 '기능성'과 '편안함'이다. '무난함'을 내세워 옷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UNIQLO와 다르게 SPAO는 트렌디하지도, 무난하지 않은 '트렌직'(베이직함이 기본이지만 트렌드도 반영)을 추구한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취향 타지 않는 브랜드로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는 것은 반대로 '이도 저도 아닌'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모든 고객층을 다 타겟하고자 한다면 차별화되는 보편적인 제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캐릭터가 그려진 옷' 때문에 SPAO의 이미지는 '어린 애들을 위한 브랜드'로 굳어지고 있다. UNIQLO는 전 연령층이 입을 수 있는 내의를 디벨롭했고, '속옷의 겉옷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SPAO는 우선 움켜쥔 것을 내려놓고, 다시 필요한 것을 주워 천천히 자신의 그릇에 맞게 채워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한국이 그 언젠가부터 그러했듯, UNIQLO와 SPAO도 (적어도 국내에선) 치열한 숙명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UNIQLO가 우세한 것은 사실이나 시작점이 달랐고, 상황이 다르다. UNIQLO가 해냈다면 분명 SPAO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아시아학과 임수연

sysl03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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