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진우
필자는 무한도전의 상당한 팬이었고, 이는 재생산되는 여러 콘텐츠들로 인해 현재 진행형이다. 그 중, 30대와 40대의 경계에 있는 멤버들이 안 따라주는 몸을 혹사해가며, 결국 장충체육관에서 뜨거운 함성과 함께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WM7, 레슬링 특집이 기억에 남는다. 무한도전의 특집을 보기 전에도 필자는 WWE라는 미국 프로레슬링의 굉장한 팬이었다. 2010년경 WWE는 미국에서 대 흥행하는 쇼들 중 하나였다. 고로, 미국에서 화려한 리무진을 타고 빛나는 장신구로 치장한 화려한 슈퍼스타 레슬러들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에서 보여지는 한국의 프로레슬링의 환경은 전혀 좋아 보이지 않았고, 어린 필자의 눈에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2021년 현재, 아직 건재한 WWE와 달리 한국의 프로레슬링 세계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한국에는 여러 프로레슬링 단체가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WWA (World Wrestling Association)은 2011년 2회정도 쇼를 개최한 것 이외에 진전이 없고, PLA(Professional Live Action) 역시 2018년 이후 레슬러들의 탈단으로 인해 잠정 폐업하게 되었다. 가뭄속에서, PWS (Pro Wrestling Society)의 존재는 한국 레슬링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PWS는 2018년 7월 10일 정식 출범된 대한민국의 프로레슬링 단체이다. 2018년 8월 5일, “FIRST RISE”라는 쇼를 시작으로 수차례에 여러 쇼들을 이어 나갔다. PWS의 쇼들은 의외로(?) 더블 저먼 스플렉스나 노터치 플란차 등 고급 기술을 선보이는 선수들과 좋은 경기 퀄리티로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2018년 말경에는 다수의 외국 인디 레슬러들도 섭외하며 덩치를 키워 나갔다. 2019년 4월 14일에는 단체 역사상 서울에서 최초로 쇼를 열기도 했다. 130여명의 숫자가 작아 보일지는 몰라도, 다수의 매체에서 쇼가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 1월에는 쇼에 WWE 크루저웨이트 클래식 참가자였던 호호룬이 참가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초 일정들이 취소되었지만, 6월경 부터 유튜브 및 아프리카 TV에서 스트리밍을 진행해 인기를 이어 나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스포츠 리그의 흥망성쇠는 개개인의 실력차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힌국의 이종격투기 리그, 로드 FC는 미국의 UFC에 비해 무시를 받고, 한국의 축구리그인 K리그 역시 프리미어리그나 라리가 같은 해외 리그에 비해 인정을 못 받는다. 이에 대한 이유는 간단히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위 스포츠들과 다른 점이 있다. 기술적인 실력 이외의 요소들도 못지 않게 중시된다는 점이다. 물론 기술적인 밑바탕이 있어야 하겠지만, 흥미로운 각본과 마이크웍 (진행자의 입담)이 뒷받침된다면 대회는 큰 인기를 끌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WWE에 대한 열광은 현재 진행형이다. 즉, 잘 가꿔진 프로레슬링 대회에 대한 수요가 늘 존재한다는 뜻이다. 현재 IB SPORTS에서는 모든 WWE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고, WWE 월간 대회인 섬머슬램 2018에서는 대한민국 사상 최초 경기들이 현지 생중계되기도 했다. 심지어, 2020년 월간 대회인 클래시 오브 챔피언스에서는 현대자동차가 한국 기업 최초로 WWE 대회의 스폰서로 참여했다.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 PWS는 어떤 점이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국의 WWE로 거듭날 수 있을까?
냉정하게 운을 띄우자면, 현재 선수들의 멋이 없다. 이는 실력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PWS 경기를 보며 필자는 WWE와 견주어 보았을 때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밀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고난이도의 기술들을 구사하는 선수들을 보고 놀랐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의 마법에는 선수들의 연기력이 핵심이다. 실제로 WWE에서 발굴해낸 드웨인 존슨이나 존 시나 같은 대형 스타들은 중간에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졌던 WWE 스타들은 레슬링을 할 때 본인이 특정 캐릭터를 설정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는 연기자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PWS 경기를 볼 때, 중간 중간 어색하게 기술을 맞는 레슬러들이나, 어설프게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들은 많이 아쉬웠다. 평소에 기술뿐 아니라 그 기술을 접수하는 표정연기나 선수와의 합, 그리고 말 솜씨를 연구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WWE를 비추어 보았을 때,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숀 마이클스, 스티브 오스틴 등)이 항상 인기가 많았다. 선수들 개개인이 본인의 하나의 ‘극’중 포지션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경기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PWS는 주로 유튜브와 아프리카 방송을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최선의 선택이다. 하지만 경기가 촬영되는 방식의 박진감이 매우 떨어진다. 물론, WWE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PWS의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된 흥행을 성공시켜 스폰서쉽을 따내기 위해서는 카메라 무빙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는 카메라 한 대로 일관된 각도에서 촬영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선수들의 표정을 담아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선수들의 표정을 담아내려고 하지만, 너무 부자연스럽게 다가가는 모습이 많아서 아쉬웠다. WWE에서 주로 쓰는 자연스러운 카메라 무빙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조명 역시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를 하나 켜 놓고 경기를 펼치는 것 같이 어색한데, 추가적인 색조 조명을 마련하면 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은 콘텐츠이다. 앞서 말했듯이, 프로레슬링의 세계는 캐릭터 싸움이다.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 WWE는 백스테이지 촬영을 많이 했다. 선수들끼리 은밀하게 주고 받는 대화나 후에 갈등을 암시하는 표현들을 통해 개개인의 캐릭터들이 완성되었다. PWS 역시 이를 인지한 듯, 백스테이지를 몇 편 추가하긴 했지만, 역시 선수들의 연기력이 문제였다. 너무 어색하게 대사를 내 뱉는 나머지 한 편의 WWE 패러디물을 보는 것 같았다. 좀 더 확실히 대사 숙지를 한 뒤, 자연스럽게 대사를 뱉는 연습을 많이 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박진감 넘치는 해설 역시 선수들의 캐릭터를 살리는데 큰 몫을 한다. 단순히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 선수 사이의 서사를 박진감 넘치는 톤으로 설명한다면, 관중들로 하여금 더 기대하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PWS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스폰서 쉽을 따내는 것이다. 위 문제들의 기반에는 ‘예산 부족’이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WWE 영상들을 보며 위 세가지 사항을 숙지한 채 반복적으로 연구를 한다면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PWS 공식 채널의 몇 몇 에피소들의 10만을 넘기는 조회수가 증명하 듯, 레슬링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아직 살아있다. 아직은 아마추어스러운 PWS 선수들이 보란 듯이 흥행을 불러일으켜 한국에서도 WWE 못지않는 돌풍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연세대 UD 경제학과 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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