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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sy와 idus, 뭐 하는 기업들이야?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심하경



나는 자아가 몇 개? N개!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91121.010220806500001 (영남일보)

작년 한국에는 ‘부캐 열풍’이 불었다. 유재석의 부캐인 유산슬부터 김신영의 ‘주라주라’ 김다비까지. 연예계를 강타한 트렌드는 점차 대중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다들 앞다투어 새로운 정체성을 인스타그램의 부계, MBTI 등을 통해 나타내고자 했다. 부캐 열풍은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회경제학자들은 이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를 제시했다. 


멀티 페르소나는 심리학자 융의 이론에서 유래한다. 페르소나는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외적 성격을 의미하는데, 다매체 사회를 맞닥트린 사람들은 ‘다중 자아’로 진화하게 된다. 친목 모임, 회사, 가족 모임 등 각각의 모임들에서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게 된다. 자신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출하기 위해 대중들은 가지각색의 아이템을 이용한다. 나만의 ‘유니크한 자아’를 연출하기 위해 다양한 특이 아이템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기성품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만, 점점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아이템을 쫓게 된다.



들어봤니? Etsy와 Idus? 


아이디어스 홈 화면(PC 캡쳐)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idus다. idus는 2012년 스타트업 백패커에 의해 설립되었다. idus는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idus는 일반적인 통신판매업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idus에서는 수공예 상품만 판매가 가능하다. 액세서리, 가죽공예, 도자기, 천연비누, 수제먹거리 등 다양한 수공예 작품들이 판매되며, 상품 수만 누적 20만개에 달한다. idus 이용자들은 독특한 수공예품 구매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게 된다. 

  

Etsy 홈 화면(PC 캡쳐)

idus와 매우 유사한 기업이 있다. 바로 미국의 Etsy이다. Etsy는 미국의 수공예전문 전자상거래 사이트이다. 미국 사이트이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기 때문에 미국 외 지역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2005년 소규모 웹사이트로 탄생한 Etsy는 현재 8190만의 구매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440만 판매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Etsy가 수공예품 시장을 견인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Etsy 이전에는 수공예품을 판매할 온라인 플랫폼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을 직접 중개하는 P2P(peer to peer) 서비스인 Etsy의 등장으로, 판매자들은 찾기 어려웠던 수공예품 소비자들과 접촉하게 되었다. 



수공예품 시장의 KEY=작가


두 회사의 성공 비결은 같다. 바로 “작가” 이다. P2P 서비스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 서비스이다. 따라서 사이트는 직접 판매를 하지 않는다. 상품의 질은 판매자(작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Etsy와 idus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상품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판매자 기준을 만들었다. 

     

우선 idus는 엄격한 판매자 심사 기준을 만들었다. idus의 작가(작품, 오프라인 클래스)로 입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다. 작품의 경우 판매 등록용 작품 사진 6장 이상이 필요하고, 1개 작품에 대한 전체 제작 과정 사진이 6장 이상/혹은 전체 영상이 필요하다. 이름, 가격, 기능 등을 소개하는 판매 등록용 글도 작성해야 한다. 그 후, 이는 제출한 사진의 품질(구도, 연출 등), 독창성(차별성, 창의성), 완성도(내구성, 기술력), 표현력(스토리텔링, 고객 소구력), 시장 경쟁력(시즌성, 수익성) 등 다양한 기준에 의해 평가된다. 


반면, Etsy의 판매자 심사 기준은 엄격하지 않다. Etsy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기 버튼을 누르면, 자신만의 Etsy Shop을 열게 된다. 그 후, 나라와 화폐를 선택한 후 판매 설정을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Etsy는 엄격한 사이트 내 정책을 통해 판매자를 규제한다. Etsy에서는 불법적인 상품/서비스, 저작권을 어기는 상품, 그리고 수공예품이 아닌 상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특히, 수공예품이 아닌 상품은 재판매(resell)로 보아 금지한다. 이 규칙을 어길 경우 Etsy 이용자들은 상품을 신고할 수 있고, Etsy는 내부 심사를 통해 신고된 판매자의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판매자가 사이트에 상품을 등록함으로서 지불한 수수료는 환불되지 않는다. 



하지만 심사기준만으로는 부족해


엄격한 판매자 기준들은 상품의 품질을 높인다. 하지만 소비 심리는 더 복잡하다. 우수한 상품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그래서 두 사이트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바로 커뮤니티 시스템이다. 

Etsy Forums 화면(pc 캡쳐)
Etsy Teams 화면(pc 캡쳐)

Etsy는 Etsy Forums와 Etsy Teams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Etsy Forum에서는 Etsy의 판매자들끼리 소통할 수 있다. Discussion Section에서는 판매자들끼리 소통을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판매 전략을 공유하고, Etsy의 판매 공지들을 전달받을 수 있다. Seller Stories section에서는 Etsy를 통해 성공한 판매자들의 사연을 읽어볼 수 있다. 특히 seller stories의 경우, 성공 스토리를 통해 판매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Etsy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끔 유도한다. Etsy Teams는 판매자들 간의 연결을 끈끈하게 한다. 근처에 거주하는 판매자들과 함께 팀을 꾸리거나, 공통 계열의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이 협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Etsy는 단순 이커머스를 넘어, 소통까지 하는 사회적 서비스로 발전하였다. 


판매자-판매자 간의 소통을 중점으로 하는 Etsy와 달리, idus는 판매자-구매자 간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사회적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idus는 팬덤형 커머스를 지향한다. idus는 웹사이트 내에서 ‘스토리’ 기능을 제공한다. 인스타그램의 피드처럼 자신의 작업물을 올리고 구매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가들은 이 공간을 이용해 구매자들과 래포를 형성하고, 이는 구매자들이 작가들의 상품을 더 열성적으로 구매하게끔 유도한다. 특히, idus는 사이트 내 후원하기 기능을 추가해 원래 가격에 일정 금액을 더 추가해 지불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팬덤형 커머스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답답한 유저 인터페이스


idus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플랫폼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이트 내에서 허점이 발견된다. 우선 대표적인 허점으로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뽑을 수 있다.  


Etsy 홈 화면, idus 홈 화면 (PC 캡쳐) 


위 사진은 idus와 Etsy의 홈 화면을 비교한 모습이다. 비교해 보았을 때, Etsy의 유저 인터페이스가 더 직관적임을 알 수 있다. Etsy의 경우 메뉴에 상품 카테고리들이 정렬되어 있고, 그 밑에는 제일 인기있는 아이템들이 표시되어 있다. 반대로 idus의 홈 화면은 상당히 어지럽다. 실시간 구매, 실시간 후기, 실시간 추천의 탭은 "실시간" 이라는 하나의 분류 안에 묶일 수 있다. 스토리 또한 작가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속하는데, 이를 '작가님 추천' 이라는 탭과 "작가" 라는 분류 아래에 정리될 수 있다. 메뉴 버튼을 유저가 한 번에 볼 수 있게끔 묶고 분류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모바일 앱의 경우 '투데이' '실시간' 'New' 의 세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데, 효과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를 위해 이와 같이 정리하는 과정이 PC 홈페이지에서도 필요하다. 



도안 판매

현재 idus에서는 diy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작가의 기술력보다는 도안을 통한 고객의 가치 생산의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수공예품을 지향하는 idus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도안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 수공예품을 단순히 '기술'로만 한정하는 것은 편협한 해석이다. 기술은 수공예품을 이루는 가치 중 일부일 뿐이다. 도안 또한 수공예품 구성의 일부이고, 기술이 아닌 도안을 판매한다고 해서 수공예품의 본질적 가치(손으로 만드는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또한, 도안을 바탕으로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특히 이는 기술 관련 상품에서 유효하다. 만약 idus에서 도안 판매를 도입하게 된다면, 3D 모델링 도안 등 다양한 첨단 기술 관련한 설계도를 사이트 내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 수공예품 판매 플랫폼에서 수공예 작가들의 지식까지 사고 파는 플랫폼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끔 도와줄 것이다. 


마무리하는 말


정리하자면 Etsy와 idus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두 가지이다. "작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커뮤니티 서비스를 통해 판매자-구매자, 혹은 구매자-판매자 간의 소통을 촉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idus가 더 성공적인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1) 유저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2) 도안 판매를 플랫폼에 도입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 새로운 혁신을 보여줄 idus를 기대한다. 


연세대 신학 심하경

simhas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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