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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무인양품에서 제 1의 자주로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준현


간판만 다른가요? : 무인양품과 자주


무인양품의 연도별 매출 (출처: 조선비즈)

    무인양품은 한자 로고가 써진 종이쇼핑백으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일본의 종합 리빙용품 브랜드다. 단순히 눈길을 끄는 디자인으로부터 벗어나 '무인' 로고를 새기지 않은 '양품'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사하는데 집중하는 브랜드다. 실제 매장을 둘러보면 의류, 가구, 전자제품,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 모두에 그 흔한 로고 하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무인양품의 이런 전략은 디자인 철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서 더욱 효과적이다. 로고 디자인의 제조 공정을 생략하며 제작을 간소화했고, 이는 원가 절감으로도 이어져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거나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강점이 된다.  이러한 무인양품의 철학과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불매 운동과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이 연이어진 2019년과 2020년을 제외한다면 무인양품의 한국시장 매출은 꾸준히 최소 30% 이상의 증가율을 보여왔다. 다만 언급한 악재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고, 특히 코로나의 타격은 극심해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년 대비 2020년의 매출은 약 50%의 감소율을 보였다. 


자주의 연도별 매장 수 추이 (출처: 서울경제)

    이런 무인양품의 하락한 매출을 그대로 자신들의 파이로 가져간 브랜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종합 리빙브랜드 '자주'다. 과거 이마트 내의 코너 '자연주의'로 시작한 자주는 독립한지 약 9년만에 202개의 단독 매장을 오픈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단순히 신세계라는 유통 공룡이 밀어준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마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신세계, 스타필드 내 입점을 최대한 지양했다고 하니 자주의 성공을 쉽게 폄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서울경제에 따르면 2019년 자주는 24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종합 리빙 브랜드인 무인양품을 2배 가량 뛰어넘었다.  


좌 우 매장은 서로 다른 브랜드의 매장이다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트)

    하지만 이런 성공가도를 달리는 자주에게도 뗄 수 없는 역린이 존재한다. 당장 자주만 검색해보더라도 무인양품과 비교하는 블로그 글과 뉴스가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자주가 리뉴얼하며 런칭했을 당시부터 무인양품의 카피캣이 아니냐는 비판이 존재했다. 더구나 자주의 모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마케팅 전략까지 카피한다는 꼬리표가 달린 신세계였기에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당장 브랜드 로고부터 매장 안 구조, 디스플레이 디자인, 판매하는 품목의 종류까지 닮지 않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다. 동일한 리빙브랜드이기에 판매하는 품목은 겹칠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디스플레이하고 내놓는지도 같다는 것은 비판점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인터뷰한 무인양품 코리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선 자주가 무인양품을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하며, 소품부터 매장분위기까지 유사하게 구성한 후 자주는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자주도 지난달 새로운 심볼을 내놓고 브랜드 컬러도 무인양품과 유사했던 자주색에서 검은색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필자는 자주가 겉옷만 바꾸는 전략으론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 브랜드와는 추구하는 지점이 다른 무인양품의 철학을 배워 자주답게 이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한 카피캣과는 다른 지점의 전략일 것이다. 


제품내부의 철학


무인양품 디자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 (출처: 무인양품 코리아)

    무인양품의 제품들은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누군가는 너무 심심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실 이는 굉장히 복잡한 철학으로부터 만들어진 디자인이다. 무인양품 코리아의 CEO인 나루카와 타쿠야의 강연에 따르면 그들의 디자인은 물질이 아닌 사상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들의 디자인에는 필수적으로 겸허, 공조, 솔직, 인내, 희망의 다섯가지 요소가 포함된다고 한다. 그들은 이렇득 복잡한 철학에서 시작해 간결한 디자인을 도출해낸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라고 반복하여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다. 또한 가정 내 기존 생활용품들과의 관계성을 항상 고려한다고 한다. 소비자에게 "이 자리엔 무인양품이여야만 해"가 아니라 "이 자리에 무인양품이어도 돼"를 제공한다. 이렇게 한다면 무인양품을 사보지않았던 고객에게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줄 수 있다.     

    자주는 독립 이전의 이름인 '자연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브랜드 소개에도 자주 쓰는 것들 중 최상을 표방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품 설명에선 자연주의 철학이 보여지지 않고 단순 디자인만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주는 기존의 브랜딩과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그들만의 자연주의 철학이 유지되는 제품 디자인을 보여주고 이를 마케팅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제품외부의 철학

무인양품 어플: 무지 passport

    무인양품은 소비자에게 제품만을 판매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어플리케이션이 무인양품 패스포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어플리케이션에서 온라인 쇼핑을 넘어 무인양품 사용자와 자사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자사의 제품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는지, 사소하게는 무인양품 카레를 어떻게 끓여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까지 어플리케이션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렇게 무인양품은 소비자들의 경험을 제품밖에서도 지속적으로 끌어낸다. 

    반면 자주는 아직까지도 독립된 홈페이지가 없다. 여전히 si 빌리지 내에 포함되어 있는데, 검색 시 다이렉트되는 사이트가 없다는 것은 다소 불편하다. 그리고 자주의 어플리케이션 UI도 일반 쇼핑몰과 전혀 차이점이 없다. 소비자가 자주의 제품을 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주'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적용해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홈페이지를 구축해 어플리케이션과 공통적인 마케팅을 구축하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이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한다. 단순히 리뷰페이지가 아닌 하나의 카테고리로 말이다. 가령 자연주의라는 브랜딩 아래 언더웨어같은 재질에 민감한 제품군에서의 자주의 강점을 소비작 경험을 통해 구축해나갈수 있다.


자주를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필자는 집앞 쇼핑몰에 산책 겸 구경하러 가는 것을 정말 즐긴다. 산책 코스 중 절대 변하지 않는 마무리는 바로 무인양품인데, 무인양품의 오묘한 배경음악과 튀지 않지만 편안한 제품과 디스플레이는 사지 않아도 구경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실 무인양품을 산다기보다 경험하는 것이 더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자주는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자주를 처음 마주쳤을 땐 다이소, 미니소 같은 소규모 카피 브랜드인줄 알았다. 그정도로 무인양품과 비슷했고 별다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자주에겐 여러가지 호재가 찾아왔다. 예상치도 못한 일본 불매 운동으로 무인양품의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반사이익으로 소비자들이 자주를 많이 찾았다. 한국 브랜드라고 무조건 응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에게 행운이 찾아왔던 것은 맞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모기업까지. 그들이 단순매출을 올리는데에는 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 '자주'스타일, '자주'식 라이프라는 고유명사가 등장하길 바란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 박준현

juunyeon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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