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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J03) 현대차, 전기차 충전소 좀 지어줘!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김태연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전기차 시장이 심상치 않다. 작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44%나 증가한 데 이어, 지난 2월 베일을 벗은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 전기차 '아이오닉 5'는 2만 3760여 대에 달하는 사전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한국 출시 자동차 중 최고치이자, 작년 현대차가 전 세계에서 판 전기차의 10%를 뛰어넘는 양이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를 향한 방향성도 확실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연간 56만 대 규모의 전기차 판매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고, 포드(Ford)는 종전 계획의 2배에 달하는 115억 달러를 전기차 부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한 술 더 떠 아예 그룹의 정체성을 바꾼 곳도 있다. GM은 2035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 업체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 그룹 또한 2034년부터는 내연기관 신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2040년부터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차만 판매할 예정이다.


주요 지역 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전망. 2030년 전기차의 점유율은 3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딜로이트 분석, IHS Markit, EV-volumes.com

전기차 up, 충전소 up!


  이러한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맞추어, 필연적으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전기차 충전소'이다. 전기차를 운전하려면 충전이 되어 있어야 하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다가오는 전기차 세상을 예견하며 2030년까지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작년 6월 기준 미 전역에 6만 6천여 개의 충전소가 설치되어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도전적인 숫자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을 보더라도, 정부가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 규모를 전체 판매 차량의 33%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 헸음에도 공용 전기차 충전소 보급 실적은 2020년 기준 급속 88.4% 완속 80.8% 수준으로 크게 미달하고 있다. 

  부족한 전기차 인프라는 대중으로 하여금 전기차를 사용하는 데 있어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완전 충전까지 못 해도 6시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급속 충전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올해 1월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공용 급속 충전기는 1만 59기에 불과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더하여 완전 충전(400~600km) 하더라도 내연기관 차량보다(600~1000km) 운행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충전소를 자주 방문하고, 또 방문하면 오래 머물러야 하는 특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충전과 관련된 이슈는 기존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에 더해 구매 예정자들까지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소 시장, 고군분투하는 현대차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직 국내에서 대부분의 충전소 공급은 공공에 맡겨진 상황이다. 이는 그간 전기차 충전소 사업이 높은 초기 투자 비용에 비해 낮은 수익성이 기대되었기 때문에 신규 민간 업자가 나타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기존 정유업체들(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기존 주유소를 활용하여 유휴부지에 추가적인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업장의 주차장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 주를 이뤘지 전기차 충전소만 전문으로 다루는 기업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도 팔을 걷어붙였다.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 오너들을 위해 '슈퍼차저' 서비스를 운영 중인 것처럼 직접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 직접 나선 것이다. 현대차가 현재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1) 하이차저(Hi-charger)

  하이차저는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설비이다. 350 kWh급 고출력/고효율 충전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급속 충전기보다도 빠르게 충전이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특히, 기계를 통해 해당 차량의 충전구 위치(전면, 측면, 후면)를 선택하면 상단의 캐노피에서 해당 위치에 맞게 충전 라인이 내려오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2) EV 스테이션

  EV 스테이션은 SK네트웍스와 협업해 기존 주유소를 탈바꿈시킨 전기차 충전소이다. 1,000평이 넘는 대지에 앞서 소개한 '하이차저'가 8기 설치되어 있고, 멤버십 서비스 콘텐츠, 드라이빙 센터 등 다양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올해 초 강동에 개소하였으며, 현대차에 문의한 결과 현재 추가 개소 계획은 없다고 한다.


강동 EV스테이션. 8대의 하이차저가 보인다.


3) E-pit

  E-pit는 엄밀히 말하면 앞서 소개한 하이차저, EV 스테이션과는 다른 개념이다. 문의 결과, E-pit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도심지 주요 허브에 설치된 전기차 초고속 네트워크 브랜드'라는 설명에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달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72기)에서 개소했고, 곧 도심 내 주요 거점에도 충전소 8개소(48기)를 개소할 계획이다.


E-pit 충전소. 나름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도 탄 디자인이다!



Volta Charging, 전기차 충전소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


  문제는 현대차가 공기업이나 자선 단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차 시대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끌어오기 위해서는 부족한 인프라가 시급히 확충되어야 하지만, 이 역할을 그냥 현대차가 맡게 된다면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해봤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잠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미국에는 수많은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업체가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플랫폼은 단순히 충전기 하드웨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독립된 앱과 서비스까지 포함하여 온전한 충전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업체를 뜻한다. 이 분야 업계 1위인 ChargePoint는 17개국에 진출하여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시설의 6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 업체 하나가 설치한 충전시설만 115,000개에 달하는데, 테슬라의 슈퍼차저가 17,500개에 불과(?)함을 고려해볼 때 엄청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업은 초기에는 충전기 판매(하드웨어)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이후로는 소프트웨어/서비스 측면에서 클라우드 제공 및 워런티를 통하여 지속적인 수익을 올린다. 블링크 등 후발 주자들도 비슷한 형태의 사업 모델을 꾸리고 있다. 이들은 전기차 충전기만 가지고도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참여자도 존재한다. 바로 미국의 Volta Charging(볼타 차징)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 1,500개의 EV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급속 충전기 또한 빠르게 보완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볼타 차징의 가장 큰 특징은 비즈니스 모델이 여타 기업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볼타 차징은 사용자에게 충전 요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홀푸드, Macy’s, Saks 등 주요 유통업체와 인접한 곳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충전기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는 방식을 활용한다. 최근에는 시, 정부, 국가기관까지 파트너로 추진하며 사업 범위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홀푸드 마켓에 주차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가는 데, 입구 바로 앞 커다란 전광판에 오늘의 할인 정보와 멤버십 정보 등이 디스플레이된다고 생각해보자. 볼타 차징은 이러한 미디어 네트워킹을 통해 파트너 서비스를 찾는 고객의 지출, 체류 시간 및 참여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홀푸드마켓 앞에 설치된 볼타 차징의 충전기

현대가 참고해야 할 이들의 접근 방식


  현대차가 국내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지만, 앞선 해외의 전기차 충전소 업체들, 그중에서도 볼타 차징과 비교해볼 때 참고할 만한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1)  '현대'를 지워라!

  늘 그렇듯,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함에 있어서도 현대차는 자신을 뽐내지 못해 안달이 나있다. 충전소 대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현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르게 이름 붙여진 것만 벌써 세 개 째다.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중구난방식 브랜드의 난립이 현대에게 도움이 될지,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현대'에서 제공하는 충전 서비스라는 점이 중요할지 아니면 더 빠르고 좋은 충전 서비스를 경험하는 점이 중요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 현대차에게 필요한 것은 현대에 집착하지 말고, '현대'를 지우고, 더 공격적으로 인프라를 꾸려가는 것이다. 볼타 차징의 방식을 벤치마킹해 최대한 많은 기업을 파트너사로 꾸리고, 빠르게 충전기 수를 늘려나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볼타차징처럼 사용료를 받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 사용료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비즈니스적 측면에서도 초기 투자비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형태의 충전기가 진짜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일까?

  '하이차저' 이미지를 다시 봐보자. 분명 멋지고, 아이코닉하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거대한, 우주선 모양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그래서 필연적으로 설치 비용도 높고 유지관리도 어려워 보이는)의 충전기가 아니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더 싸게 충전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자 니즈이다. 문의해봤지만 현대차는 당분간 하이차저의 디자인을 변경할 일이 없다고 한다. 현대차는 이 지점에서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현대는 전기차 충전에 있어 무엇이 본질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천장에서 위치 맞춰서 충전 라인이 내려오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출처: https://www.evpost.co.kr



결국 다 현대차가 좋은 일!


  물론 현대차가 전기차 충전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겠다거나, 이를 수익화시켜 독립화된 플랫폼을 지향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대차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어차피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는 앞으로도 꽤 큰 파이를 가져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곳도 현대차이다. 전기차 경험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페인 포인트는 아직까지 충전과 관련된 이슈들이고, 이 페인 포인트를 해결했을 때 현대차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고객만족도, 브랜드 이미지, 향후 전기차 판매량 증대 등등등!)은 가시적인 수치로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충전 인프라를 통해 축적될 무궁무진한 고객 데이터는 덤이다. 여러모로 현대차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김태연

naty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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