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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애슬레저 룩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김희지



애슬레저 룩 (Athleisure Look), 그게 뭔데? 

무신사 : 안다르 스냅 사진 (에슬레저 룩 예시)


<애슬레저> 

에슬레저는 "애슬레틱 (Athletic)"과 "레저 (Leisure)"의 합성어이다. 일상복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운동복을 입었을 때의 편안함과 활동성까지 가져가는 스타일을 뜻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놈코어 (norm core)", "꾸안꾸" 등 다른 패션 키워드들과 비슷한 맥락인듯 하다 - 전체적으로 편해 보이지만 나름의 엣지가 있는. 


한국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운동복(특히 레깅스)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 운동복 차림은 '꾸밈'과는 거리가 먼, 심지어는 예의에 어긋나는 복장이라고도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 "애슬레저 룩"이 유행하게 되면서 운동복 또한 일상 패션 중 한 카테고리로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오피스 전용 상품들도 출시되어 무려 운동복을 입고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필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슬레저 룩을 즐겨 입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룰루레몬이 밴쿠버에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내 주위 모두가 룰루레몬을 입고 다녔다. 아이들 학교 정문 앞에서 수다 떠시는 부모님들부터 강변에서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까지 레깅스에 트레이닝 후드티를 입고 다녔다. 이에 익숙해진 필자도 캐나다를 떠난 이후로도 꾸준히 애슬레저 룩을 즐겨 입었는데, 근 몇 년 사이에 국내에서도 애슬레져 브랜드, 특히 레깅스 위주의 아이템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처음 눈에 띄었던 브랜드는 안다르였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Hi, I’m Air Cooling” 이라는 대사로 시작하는 광고를 보았는데, 이 광고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짧은 시간내에 강렬하게 안다르라는 브랜드 네임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제품에 대한 특징 (시원하다)을 정확히 드러냈다는 점이 돋보였다.



애슬레저 브랜드

글로벌 강자인 룰루레몬, 그리고 국내의 선두주자 안다르 


룰루레몬

"요가 복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브랜드, 룰루레몬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애슬레져 기업이다. 룰루레몬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스포츠웨어 브랜드로 요가뿐 아니라 러닝, 트레이닝 등 모든 운동에 적합한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미러"라는 스마트 홈트 기기 회사를 인수하며 테크 기업과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룰루레몬은 단순 의류 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시대의 흐름, 즉 언택트 사회의 가능성에 투자하며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출처: 룰루레몬 공식 홈페이지


우선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이 브랜드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비전


"개개인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킵니다."

룰루레몬의 비전은 꽤 추상적인 편이다. 이후에 안다르의 것과 비교해보면 무슨 말인지 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넓은 의미의 비전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룰루레몬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적절한 비전이라고 본다. 룰루레몬은 #스웻라이프(sweat life), 즉 "땀 흘리고 (sweat), 관계를 맺고 (connect), 성장 (grow) 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한 개인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도 볼 수 있다. 룰루레몬의 고객들이 매트 밖에서도 목적 있는 삶을 지속하며, 스웻과 명상을 통해 육체적, 정식적 건강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룰루레몬의 비전이자 목표다.


+) 디지털 전환 

(#스웻라이프를 집에서도 즐기자)   

룰루레몬은 오프라인 인터랙션이 많은 기업 중 하나이지만, 코로나 19와 더불어 디지털 전환을 맞이해 home tutorial과 soundcloud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와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룰루레몬의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판단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yes 다. 실제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2019~2020년에는 많은 오프라인 매장이 셧다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2020년 4분기에는 전년 대비 24%의 매출 증가를 보였고, 북미를 제외한 글로벌 매출은 무려 47%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므로 오프라인에서의 룰루레몬도 소비자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인 것으로 보인다


(2) 제품  

룰루레몬과 다른 브랜드의 확실한 차별점은 바로 이 제품 퀄리티에 있다. 

룰루레몬을 한 번이라도 입어본 사람은 이후에 룰루레몬 밖에 못 입는다는 말에 필자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레깅스의 단점 중 하나인 Y 존 부각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한 제품이기도 하며 눌루(자체 개발 섬유) 원단으로 만든 레깅스는 버터같이 피부에 부드럽게 착 붙어 타사 제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룰루레몬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도 자사의 기술과 특허 원단이다. 디자인팀과 Whitespace R&D 팀이 함께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여 룰루레몬의 자체 개발 패브릭인 "Science of Feel™"을 비롯해 에버럭스 원단, 눌루 원단, 눌룩스 원단 등 다양한 특허 원단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옷 구석구석에 작은 포켓을 만들어놔서 카드나 차 키 등 작은 물품들을 별도로 들고 다닐 필요 없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또한 현재 활약 중인 게스트와 운동선수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여 끊임없이 제품을 진화해나가는 중이다. 이렇게 룰루레몬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며 제품에 적용시킨 결과 수많은 단골고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룰루레몬 제품도 단점이 분명 존재한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격이다. 레깅스 주제에 기본 10만 원은 훌쩍 넘으며 두어 벌 사면 40만 원 순-삭이다. 하지만 룰루레몬의 타깃 고객(세련되고 교양 있는 여성)을 고려했을 때 비싼 가격은 장애 요소가 안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3) 커뮤니티

룰루레몬 오프라인 스토어를 방문해본 사람들을 알겠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형적인 매장 경험과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수단으로써의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 이벤트 등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복합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이 더욱 크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룰루레몬 매장 내 직원들은 모두 에듀케이터, 즉 교육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이는 룰루레몬이 지키고자 하는 브랜드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앰배서더 시스템을 통해 실제로 브랜드 가치에 부합하는 다양한 분야의 운동 강사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해 룰루레몬의 브랜딩을 더욱 단단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보다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두터운 단골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예전부터 오프라인 상호작용을 중요한 요소로 여겼던 룰루레몬이지만 온라인 구매와 경험 또한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룰루레몬의 디지털 전환이 기대되는 바이다.


 

안다르 

안다르는 국내 요가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기업으로 레깅스의 보편화에 한몫을 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시장 점유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느 비즈니스가 그렇듯 방심하는 순간 밀려나게 된다. 물론 안다르가 아직도 국내 애슬레저 시장의 선두 주자이긴 하나 후속 브랜드들의 무서운 성장과 룰루레몬 같은 해외 경쟁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안다르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몇 개월 전에 안다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타격을 준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성추행 및 부당해고 논란'이다. 여성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안다르 소속 직원이 성추행 피해 정황을 폭로한 후 부당한 해고 조치를 당했다는 주장이 주요 타깃 고객층인 여성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신애련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려 사죄의 말을 비롯해 오인되는 부분에 대한 해명 의지를 밝혔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과 더불어 현재 국내 운동복 시장의 '붐'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다르가 국내 1위 타이틀을 빼앗겨 버렸다. 실제로 매출만 놓고 보았을 때 젝시믹스가 먼저 1000억 클럽을 찍어 안다르를 앞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안다르가 가진 브랜드 스토리나 인식면에서는 아직 선방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 

출처: 안다르 공식 홈페이지


그럼 이제 룰루레몬과 동일한 세 가지 카테고리로 안다르를 살펴보자. 


(1) 비전

안다르의 브랜드 스토리는 “언제 어디서든 편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웨어”를 추구하는 것이며 비전은 

“누구 나 입을 수 있고, 누구나 좋아하며, 소비자의 삶에 항상 함께하는 브랜드로의 성장”


이다. 확실히 룰루레몬과 비교해보았을 때 안다르는 어떤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더 직접적이고 실직적인 제품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다르는 작년부터 쭉 실천하고 있는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필(必) 환경' 시대에 발맞춰 친환경 제품 라인업 출시 및 에코 플로깅과 같은 이벤트도 진행하며 흔히 말하는 “친환경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안다르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면 룰루레몬의 것과는 달리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나 아이덴티티가 두드러지지는 않으며, 웹사이트를 단순히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수단으로서만 사용한 것 같았다. 그러나 웹사이트나 모바일앱의 경우 편리한 구매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소비자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웹사이트는 이러한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열어줄 수 있기에 브랜드 로열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루트이다. 룰루레몬의 경우 "#스웻라이프"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웹사이트의 다양한 페이지를 통해 어필하였고,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는 커뮤니티의 일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2) 제품



안다르의 제품 같은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가벼움(에어)'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많아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았다. 얇고 가벼운 만큼 비침 현상이 있다고 호소하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착해서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만큼 룰루레몬만큼의 퀄리티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3) 커뮤니티   

안다르의 고객들 사이에 형성된 커뮤니티는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지난해부터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이벤트성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 이력이 있었다. 이를테면 미혼모 대상 ‘힐링 요가 클래스’나 각종 기부나 후원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며 브랜드 미션인 ‘삶의 가능성을 넓히다’를 실천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현재 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출혈 경쟁이 심한 만큼 안다르만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구축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소비자를 락인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룰루레몬의 경우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다양한 이벤트, 클래스 등의 참여를 통해 고객 리텐션을 높이는 설계처럼 말이다.



그럼 안다르는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커뮤니티를 강화할 것

안다르의 차별점을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룰루레몬과 유사한 접근 방식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형 커뮤니티의 장점을 몇 가지 꼽자면:

1. 더 많은 고객/지지자들이 브랜드를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지지해줄 것이다

2. 커뮤니티에 참가하도록 다른 사용자/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3.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으며 브랜드 방어가 가능해진다

4. 브랜드의 진정성을 구축할 수 있다

5. 경쟁업체 간의 차별성 구축


두 번째, 퀄리티 컨트롤에 더 신경 쓸 것

썸트렌드 검색어: 안다르


물론 부정적인 감성 연관어보다 긍정적인 연관어가 훨씬 많지만, '민망하다'라는 연관어가 꽤 있었던 만큼 레깅스를 디자인 함에 있어서 디테일적인 부분을 더 신경 써야 앞으로 고객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격적인 부분에서 메리트가 있는 것은 맞으나, 국내 애슬레저 브랜드들 중에 가격을 강점으로 꼽는 브랜드들도 많기에 안다르만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더욱 보완하여 룰루레몬 못지않는 좋은 브랜드로 거듭나길 바란다. 



연세대학교 문화디자인경영학과 김희지 

heeji24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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