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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시스터즈, 한국의 슈퍼셀 될 수 있을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이정운


너... 쿠킹덤 하니?


  데브시스터즈는 정말 쿠키만 구워서 왕국을 세워버리고 말았습니다. 2013년 '쿠키런 for Kakao'의 국내 출시 이후 대한민국에 쿠키 열풍을 일으키며 초대박 게임 회사의 등장을 알린 데브시스터즈는 지나친 스포트라이트 탓인지 최근 몇 년간에는 상장폐지 위험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후에 언급할 이 회사의 특징인 특급 복지는 오히려 직원들이 배가 불러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고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조롱거리가 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월, 또 하나의 새로운 쿠키 게임인 '쿠키런:킹덤'이 또 하나의 대국민 게임이 되면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습니다. 이른바 쿠킹덤은 그저 핫한 게임 하나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너 왕국 좀 보여줘.", "너 이 쿠키 뽑았어?" 와 같이 쿠키 혹은 왕국이라는 단어 자체가 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젊은 세대의 일상 속에 깊숙히 침투했습니다. 


필자의 쿠킹덤 왕국과 쿠키들. 퓨어바닐라 쿠키가... 뽑고 싶어요.


  이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던 지난 몇 년과는 달리 드디어 흑자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 게임 개발사가 감당하기 힘든 사용자 수로 인해 서버가 하루가 달리 터지고 추가 콘텐츠 보급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유저들의 아우성에 관련 개발자 충원에 따라 인건비와 마케팅비, 게임수수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형 성장이 크기 때문에 아래 표기된 추정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공은 비단 쿠키들이 귀여웠기 때문일까요? 쿠키들 말고 데브시스터즈의 성공작들은 없었던 걸까요?


출처 : IBK투자증권 '데브시스터즈 분석 리포트'(2021.3.4)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여기가 바로 진짜 복지 맛집! :)


 3N을 비롯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이른바 '크런치 모드' (신작 출시를 앞두고 마스터 버전 출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야근 및 주말 근무를 포함한 강도 높은 마무리 근무체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IT업계의 은어) 를 포함해 불규칙적이고 강도 높은 근무를 요구하는 것으로 큰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말뿐인 평등으로 얼룩진 판교(주로 게임사들이 밀집해서 위치해 있음),구로의 등대(늦은 밤에도 항상 불이 켜져있던 넷마블 사옥) 등으로 불리울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만은 달랐습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며 게임개발비보다 복리후생비가 더 많을 정도로 사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타 국내 유명 게임사들은 게임개발비가 복리후생비의 4~10배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컴퍼니 타임스> 선정 '2021 주목할 기업' 에서 중견-중소기업 중 복지 및 급여 1위에 이름을 올린 데브시스터즈는 직원들에게 어떤 대우를 해주고 있는걸까요?


출처 : 컴퍼니 타임스 기업분석보고서 中 데브시스터즈 리뷰 / 쿠킹덤 출시 이후 ceo 지지율이 급격히 늘었다.


 우선 밥이 정말 맛있다고 합니다. 가볍게 말할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71만개의 영리기업이 있는데요, 회사원이라면 모두 이용하는 블라인드가 결산한 재직자가 행복한 기업 top 9 에 사내 식당의 힘으로 이름을 올릴 정도라고 합니다. 호텔 레스토랑 출신 쉐프가 조리하는 사내식당이 삼시세끼 식사-후식-카페 음료를 전부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눈과 입이 즐거운 메뉴들은 실제로 회사 직원들이 가장 만족하고 있는 부분이며 회사 생활의 활력소이자 개발진들이 선정한 최고의 서포터, 힐러라고 합니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걱정거리를 크게 덜어주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정말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밥 하나 만으로 쿠킹덤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는 없죠.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입니다. 젊고 유연한 조직 문화는 물론 게임 업계 및 IT 업계의 특징입니다. 데브시스터즈 또한 기업 문화를 두고 젊다고 표현하는 전현직자들이 많았습니다. 구성원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로 젊은 편이며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마련되어 있어 의사소통이 자유롭고, 함께 일하는 분위기라는 평이 전반적입니다. 너무 평이하고 뻔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는 평등과 수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성과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보입니다. 잡플래닛의 사원 인터뷰 중 일부를 인용하자면 [...한 현직자는 입사 초기에 실수를 저질렀던 일화를 소개하며 "압박하는 분위기 없이 모두 웃으며 더 차근차근 알려주고 실수를 저지른 직원 당사자에게만 부담이 쏠리지 않도록 서로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데브시스터즈의 일하는 문화를 칭찬하기도 했다...] 는 직원의 말마따나 자유롭고 수평적이지만 자발적인 업무 수행과 성취도를 끊임없이 평가하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몇 년동안 뚜렷한 성공작 없이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이면서도 절대 직원들의 복지를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좋은 구성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급여 인상을 선택한 운영진의 비전이 실패를 두려워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결국 초대박 히트작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CELL 단위로 일하는 '슈퍼'한 게임사


 세계적인 게임사들 중에서도 직원 복지로 유명하고, 대박 IP를 활용한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 '브롤스타즈' 등으로 유명한 슈퍼셀입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슈퍼셀의 대표 게임 5개(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로얄, 브롤 스타즈, 헤이 데이, 봄 비치)의 총 설치 수는 무려 50억이 넘습니다. 국내에서도 브롤스타즈는 초등학생들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매김 한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슈퍼셀의 주요 가치는 자유, 평등, 독립입니다. 


작년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슈퍼셀.


우선 '자유'의 경우, 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NDC (Nexon Developer Conference)에서 김우현 게임 아티스트는 슈퍼셀의 기업 문화를 소개하며 대표적으로 'WFH'를 소개했는데, 이는 'Work From Home'의 약자입니다. 부연 설명하자면 슈퍼셀의 직원 개개인이 일을 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업무를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직원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고, 그에 따라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김우현 아티스트의 설명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평등'입니다. 국내 대다수의 IT 회사와는 달리, 슈퍼셀은 지극히 수평적인 구조를 가졌습니다. 임원진을 위한 상석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명의 직원의 목소리에 의해서 CEO에게 충분히 의견이 전달될 수 있고 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립'입니다. 이는 슈퍼셀에 처음 입사했을 경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인데, 그 누구도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직원은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찾아야 합니다. 또, 1~2명의 팀원이 기획안을 올리게 되는데 이를 CEO가 간섭을 하지 않으며 팀 내부 논의를 통해서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충분히 논의를 거쳐 사내 테스트를 진행하고 베타 테스트 이후에 반응을 통해 글로벌 런칭을 합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초기 개발 단계의 브롤스타즈 (출처 : 게임조선)


자유와 평등, 독립의 가치는 '브롤스타즈'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처음 '브롤스타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다양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소규모 팀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콘텐츠를 가지고 있었고 기존의 슈퍼셀 게임 작품과는 전혀 달랐기에 노하우가 부족했으며, 슈퍼셀 스타일의 게임도 아니었습니다.


브롤스타즈는 우주에서 캐릭터들이 펼치는 총싸움 형태였으며 현재의 게임과 다르게 매우 느렸고, 탭 방식의 조작을 택했었습니다. 테스트를 통해 브롤스타즈를 선보였으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그 이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타겟 연령층을 확대하기 위해 SF 스타일을 버리고 현재의 스타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업데이트와 함께 이에 멈추지 않고 안드로이드 출시와 아시아의 말레이시아, 홍콩, 마카오 등의 아시아 시장 개척에 도전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도전 끝에 유저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사전예약 1400만명 중 게임 출시 후 60%가 게임을 즐기는, 높은 전환율을 보여줬습니다. 테스트 후 끊임없는 재도전과 피보팅이 새로운 IP의 성공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스매쉬 랜드


'클래시 오브 클랜'부터 '브롤스타즈'까지, 슈퍼셀의 대표작 대부분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지만, 사실 '슈퍼셀'의 모든 게임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잘 팔린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은 슈퍼셀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였으며, 다음 흥행작 '클래시 로얄' 사이에도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Infinite Game)" 만을 선보인다는 슈퍼셀의 핵심 기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더라도 이용자들로부터 오래 사랑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하게 프로젝트를 폐기한다는 것.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물론 서비스 중이던 게임 역시 이용자 '리텐션(잔존율)'이 나쁘다면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이 일카(Ilkka Paananen) 슈퍼셀 대표의 설명입니다.


2015년 출시된 뒤 5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스매쉬 랜드(Smash Land)'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게임은 출시 초반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지만, 슈퍼셀 측은 '스매쉬 랜드'가 기존의 다른 게임처럼 오래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지만, 슈퍼셀 측은 게임의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이 '슈퍼셀스러운 방식(Supercell way)'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슈퍼셀은 이러한 슈퍼셀스러운 방식으로 올해해도 클래시 퀘스트, 클래시 미니, 클래시 히어로즈 총 3개의 클래시 IP 활용 새 게임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쿠키 말고 다른 것도 먹고 싶은데...


데브시스터즈의 대표작들과 2021년 출시 일정 (출처 : IBK 투자증권)


 데브시스터즈는 한 단계 더 도약해야만 합니다. 쿠키런 IP는 성공했습니다. 아니 쿠키런 IP만 성공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도전을 해왔지만 데브시스터즈의 대표작 3개는 결국 2013 '쿠키런 for Kakao' , 2016년 '쿠키런:오븐브레이크' , 2021년 '쿠키런:킹덤' 모두 쿠키들 뿐입니다. 이제는 성공적인 IP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슈퍼셀과 같이 다양한 IP를 확보해야 할 단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유사한 듯 유사하지 않은 슈퍼셀의 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슈퍼셀의 임직원들 (출처:게임포커스)


슈퍼셀의 브롤스타즈가 앞서 언급한 위기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실패에도 떳떳할 수 있는 슈퍼셀의 문화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입니다. 사내에서는 프로젝트 실패 시에 무려 샴페인 축제가 열리는데, 이 실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보완점을 찾고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팀원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일은 없습니다.


이러한 서양의 기업 문화를 국내에서도 벤치마킹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우리나라 고유의 기업 문화가 존재하고 정서적 차이가 존재하기에 섣부른 벤치마킹보다는 적절하게 변화시켜서 수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이미 성과주의적으로 매출면에서는 나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해당 문화를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데브시스터즈는 다릅니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수평적인 문화와 실패를 탓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슈퍼셀의 전략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슈퍼셀의 신작들. 피드백을 적극 수용할 것임을 명시했다. (출처:게임메카)


 슈퍼셀은 올해에도 3개의 신작을 내놓을 것을 예고하며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여 멋진 새 게임을 만들 것임을 선포했습니다. 데브시스터즈 또한 이런 베타 테스트 및 테스트 버전을 배포해 다양한 게임들을 시도해 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바로 성공작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유로운 데브시스터즈만의 분위기를 활용해 유저들과 보다 친숙한 게임사가 되어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계속해서 고쳐나간다면, 쿠키런 IP 말고도 성공적인 또 하나의 맛있는 게임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연세대 경영 이정운

cloud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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