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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도서관: 윌라와 스토리텔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정운채



 향긋한 종이책의 냄새와 조용히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 그리고 눈으로 한 자 한 자 짚어내려가며 책읅 읽던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종이책을 읽기 위해서는 두께감 있는 책을 손에 잡고, 책장을 넘기며 눈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최근 등장한 전자책 역시, 종이는 아니지만 화면에 쓰인 텍스트를 눈으로 읽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시각이 아니라 청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책을 ‘들려’주는 오디오북 플랫폼이 등장하였다. ‘책.듣다.쉽다’를 슬로건로 하는 윌라와 ‘인생 오디오북’을 내세운 글로벌 기업 스토리텔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책.듣다.쉽다. 윌라


 ‘WE Learn Anything Anywhere Anytime’ 윌라, WELAAA라는 브랜드명의 어원이다. 국내 최다 오디오북 플랫폼인 윌라는 어렵게 보이는 지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지식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현재 윌라는 클래스와 오디오북이라는 두 가지 트랙에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두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하면 월 9,900원, 오디오북과 클래스를 모두 선택하면 월 13,500원의 구독료가 발생한다. 클래스의 경우 ‘최고가 만드는 프리미엄 강의’를 컨셉으로, 역량 개발부터 인문교양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강연을 오디오로 들을 수 있다. 오디오북의 경우, 경제/경영, 인문, 과학, 매거진, 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이 구비되어 있다. 한 달의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한다.


 윌라가 주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지점은 바로 전문 성우가 낭독하는 실감나는 콘텐츠, 완독으로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렵게 느껴졌던 책을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여러 전자책 플랫폼에서 읽기 기능을 지원하지만 현재까지는 AI가 낭독하는 경향이 다분한 데에 반해, 윌라에서는 모두 전문 성우가 낭독하여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그리고 책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윌라를 한 달 동안 100시간 가까이 사용해본 결과, 책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끔 하는 성우진의 실감나는 연기와 더불어 재생만 하면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온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다. 윌라의 클래스 역시, 하루에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을 이용하여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은은한 매력 포인트였다.

 인생 오디오북, 스토리텔


 윌라가 국내 최다 오디오북 플랫폼이라면, 세계 단위로는 윌라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에 세계 단위에서 나아가고 있었던 오디오북 플랫폼 ‘스토리텔’ 이 있다. 스토리텔은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이며, 2016년에는 스웨덴 최대의 출판사를 매입하였다. 이후 2017년부터 러시아, 스페인,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저변을 넓혀갔으며 2020년에는 총 20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1년에는 150만명 이상의 구독자수를 보유하게 되었다. 국내에도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 실황이다.


 스토리텔은 윌라와 다르게 클래스 없이 오디오북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약 5만 권 이상의 오디오북을 보유하고 있다. 구독료는 윌라의 오디오북+클래스 패키지보다 2000원 저렴하고 오디오북 Only 패키지보다는 2000원 더 비싼 월 11,900원이다. 무료체험 기간 역시 14일으로 윌라보다 2주가량 짧은 셈이다. 그러나 패밀리, 패밀리 플러스 등 2인, 3인이 즐길 수 있는 패키지형 구독을 제공하기에 함께 들을 사람이 있다면 윌라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책의 카테고리는 소설에 주로 집중되어 있는 편으로, 비문학 분야 분류가 많은 윌라와는 다르게 소설 안에서도 범죄/스릴러, SF/판타지, 고전, 단편 등의 분류를 메인에서 제공하고 있다.


 스토리텔은 윌라와 유사하게 많은 양의 책을 보유하고 있고, 전문 성우의 낭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국내/일본 소설에 집중되어 있는 윌라와 달리 해외 원서의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넓고 영어로 제공되는 소설 콘텐츠 역시 많다. 한편 윌라가 보유하고 있는 원서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도서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경향이 있다.


 윌라, 국내 1위의 위상을 다지려면


 현재 윌라는 명실상부 국내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디오북 플랫폼이다. 스토리텔과 비교했을 때도 더 많은 오디오북 보유 권수, 오디오북만 보았을 대는 더 저렴한 구독료, 긴 무료 체험 기간 등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쟁자는 빠르게 추격해올 수 있다. 스토리텔은 글로벌 플랫폼이기 때문에 글로벌 단위로 따지게 된다면 보유하고 있는 오디오북 권수가 더 많을 수도 있고, 밀리의 서재를 비롯한 다양한 도서 콘텐츠 플랫폼 역시도 오디오북이라는 분야에 진출을 할 수 있는 신규 진입자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윌라와 같은 넷플릭스형 구독경제 모델이 가지고 갈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 다양성'과 그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이다. 온라인 플랫폼인만큼 소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변동비가 줄어들지 않기에, 최대한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고객에 맞게 큐레이션 함으로써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증진시키고 이 플랫폼 안에 lock-in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요소를 잘 정립할 수 있다면, 다양화된 콘텐츠와 맞춤형 큐레이션이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윌라가 오디오북 시장에서 '승자독식' 사슬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자세히 윌라가 어떠한 전략을 가져가야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어질 윌라와의 CP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연세대 경영학과 정운채

woonchae06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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