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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프래그런스, 사적인 공간의 완전한 사유화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승연

*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는 본 글에 등장하는 어느 브랜드와도 무관하며, 광고성이 전혀 없는 제 온전한 생각을 담은 글임을 밝힙니다.



당신에게 가장 사적인 공간은 어디인가요?

마르쉘 뒤샹 '샘'


갑작스러운 변기 사진에 놀랐을 수도 있다.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본 글은 더러운 글이 아니다. 본 사진은 프랑스 예술가 마르쉘 뒤샹의 작품 '샘'이다. 그는 대량 생산된 기성품, 변기에 단순히 사인을 하였다. 이는 곧 역사에 남는 예술이 되었다. 뒤샹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무에서 유로, 창조해야한다는 관념을 깼다. 기존의 정해진 대상에 '사인'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마법을 부린 것이다. 뒤샹은 흔한 변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대상을 재창조하였다.


이솝 - 포스트 푸 드롭

우리는 변기를 매일 마주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거친다. 변기는 지극히 사적이고, 정적인 공간이다. 어찌보면, 매일 같은 일을 하는 지극히 지루한 공간이다. 조금 직설적으로 말해보겠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냄새나는 대변을 보는 것. 지루하다. 그런데, 만약 당신의 이 냄새나는 변기가 화장실이, 볼 일을 본 후에도 향긋하다면 어떨 것 같은가? 필자는 자연주의 코스메틱 브랜드 이솝에 'Post Poo-Drop'라는 제품을 굉장히 흥미롭게 여긴다. 상상하신대로다. 이름처럼 용변을 보기 전 혹은 후에 변기에 가볍게 한 두 방울 떨어뜨려주면, 당신의 화장실은 상큼한 레몬 농장으로 변신한다.


이 액체 한 두방울 떨어뜨리는 '별 거 아닌' 행동이, 당신의 변기, 화장실, 아니 더 나아가서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 자체를 특별하게, 예술로 만들어주는 행위

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코로나 시대와 그 이후의 집 안에서의 향기라는 마법, '홈 프래그랜스 (Home Fragrance)'에 대해 알아보고자한다.



색다른 집의 경험 : 홈 프래그런스


바이레도의 캔들 '차이'

홈 프래그런스. 말그대로 쉽게 생각하면, '집'에서 사용하는 '향기' 제품이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홈 프래그런스 제품은 캔들, 향초 일 것이다.

이외에도 디퓨저, 룸스프레이, 왁스 타블렛, 인센스 스틱 등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한다. 홈 프래그런스 제품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에 향이 울려 퍼지게 되고, 이를 통해 집에서 향유하는 경험이 전혀 색달라지게 된다.

대략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내에서 홈 프래그런스는 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는, 굉장히 니치한 영역이였다. 그러나, 2018년 산업통상부의 통계를 기준으로, 한국의 홈 프래그런스 시장은 무려 2조 5,000억원의 규모까지 성장하였다.



공간의 또 다른 구성 요소, '향기'


공간에서 향은 중요하다. 그 의미는 매우 크다. 실제로, 인간은 특정 공간을 마주할 때, 그에 대한 첫인상으로 시각보다 후각이 먼저 반응하여 생성된다. 미국의 한 후각 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민감한 것은 후각이고, 실제로 하루에 느끼는 감정의 약 75%를 결정한다고 한다. 인간의 후각 신경 세포에서 감지된 정보는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연결된다. 변연계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이에 특정 냄새를 맡게 되면 우리는 구체적인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프루스트 효과'라고 칭한다. 이에, 다양한 브랜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향기를 긍정적인 요인으로 적극 활용한다.

아베크롬비의 오프라인 매장



단편적 예시로, 미국의 국민 브랜드 아베크롬비는 매장의 독특하고 진한 시그니쳐 향기, '피어스'로 유명하다. 이 향기로 인해 실제로, 매장 내에 손님이 머무는 시간은 15.9%, 구매욕은 14.8% 상승했다.

현대 디에이치의 전용 향, 'H 플레이스'

또한 향기는, 직접적으로 가정이라는 공간에 적용되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자사 아파트인 디에이치를 위한 전용 향, 'H 플레이스를' 사용한다. 디에이치의 고객 커뮤니티 공간에 해당 향을 적용하여,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하도록 설계하여 브랜드의 프리미엄적 이미지와 주거자의 여유있는 삶을 배가시키기 위함이다.



코로나 시대의 심리적 돌파구, 홈 프래그런스


#집콕 #내집콕의여유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SNS 등에서 사용해 본 키워드 일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19로 인해 전례없던 팬더믹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외부 환경에서 코로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모두 집에 있으라고 외친다. 집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4명이 코로나 19 이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여 체중이 3kg 이상이 늘었다고 답하였다. 그만큼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였다는 반증이다.


산타마리아노벨라의 5대륙 컨셉 디퓨져 콜렉션                         (필자도 작년에 이 중 '오세아니아'를 사용하였는데, 정말 좋다.)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콕의 장기화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에는 우울과 외로움을 비롯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단순히 공간적 데코레이션을 넘어서, 심리적 돌파구로 홈프래그런스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하게 되었다. 집 안에서 간편하게 심리적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조성을 위함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코스메틱 퍼퓨머리 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방향 분야 매출은 2020년에 2019년 대비 202%가 증가하였고, 스웨덴 퍼퓨머리 브랜드 '바이레도' 역시 110% 증가하였다.



테크 홈 프래그런스, 코로나 19 이후 홈 프래그런스의 미래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 19가 종식 된 이후 홈 프래그런스의 미래는 어떠할까? 계속하여 긍정적인 상승 곡선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필자의 정답은 반 긍정 반 부정이다.

당연히 코로나 19가 종식된다면, 다시금 집에 머무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사적인 공간인 '집'에 대한 '사유화'의 욕구와 필요성 역시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홈 프래그런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였던,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문제 역시 감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연스레 홈 프래그런스의 상승 성장세도 주춤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조명하자면, 이미 사람들은 나만의 사적인 공간을 온전한 내 것으로 사유화 시키는 것이 얼마나 짜릿하고 낭만적인 일인지 경험하였다. 이에, 집이라는 공간의 개인화에 대한 수요 자체는 계속해서 남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면 퍼퓨머리와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이 홈 프래그런스라는 매력적인 시장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필자는 크게 두 가지를 제안한다.


           1) 향의 연속화          
2) 테크 홈 프래그런스

우선 첫 번째, 향의 연속화.

조말론 - 센트 투 고

말 그대로, 집과 집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의 향 에 대한 경험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게 하라는 것이다. 외부에서 사용하는 자신만의 향을 집에서도 느끼게 하고, 집에서 느끼던 향을 외부에서도 느끼게 하는 전략이다. 이는 주춤하는 집에서의 향에 대한 수요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의 향에 대한 수요를 집에서 느끼는 향에 대한 수요로 끌어오는 교묘한 유인 전략을 통해서 말이다. 이러한 향의 연속화를 도모할 수 있는 예시로, 조말론의 '센트 투 고' 제품을 예시로 들고싶다. 사진과 같은 타블렛을 옷장, 가방, 서랍 안 등 컴팩트한 공간에 넣어두면, 은은하면서도 강력하게 향이 퍼져 나간다. 외출 시에는 가방에 넣어 향을 즐기고, 집에 들어와서는 '홈 프래그런스'의 기능으로 옷장 안에 넣어 누게 되는 것이다. 즉, 외부의 향 자체와 니즈를 내부, '집'으로 끌어오는 개념인 셈이다.


두 번째, 테크 홈 프래그런스.

국내 IT 기반 디퓨져 스타트업 '피움'

사실상, 현재의 향수 업계는 과포화 상태이다. 완전한 레드 오션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국내의 상황만 보아도, 신세계라는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SI 빌리지 (딥디크, 바이레도, 프레데릭 말, 메모 ... 보유)와 외국계 코스메틱의 선두 주자 에스티 로더 (조말론, 르라보, 킬리안, 톰포드 ... 보유)의 독식 구조이다. LVMH와 같은 거대한 자본력을 등에 엎고 있는 퍼퓨머리를 무자본 신생 향수 브랜드가 상대하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더 세분화 된 홈 프래그런스란 분야에서는 말이다.



이에, 필자는 사람들의 기존 페인포인트와 원츠를 바탕으로, 홈 프래그런스의 방향성을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대형 퍼퓨머리들과 향의 퀄리티가 아니라, 향을 향유하는 방식 측면에서 승부 해야한다는 뜻이다. 왼쪽의 사진은 국내 기반 IT 스마트 디퓨져 스타트업 '피움'의 제품이다.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인데 매우 흥미롭다.


피움의 제품은 기존의 액체 - 리드 형태가 아닌, 카트리지 방식으로 구성되어 스마트폰과 연동이 된다. 원하는 시간에 특정 향이 나오도록 설정이 가능하고, 향의 강도와 향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기존의 디퓨져들이 향이 처음에는 너무 강하다가 갑자기 시들해져버리는 단점. 하나의 디퓨져를 개봉하면 계속 그 디퓨져만을 사용해야한다는 아쉬움 및 불편함. 디퓨져를 정확히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을 지 알고 싶은 궁금증. 등을 디퓨져의 IT화를 통해 해결한 것이다.


향의 세계는 무한하다. 향기 입자가 공간과 만나게 된다면, 그 무한함은 더욱 더 무한해진다. 이 무한함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줄 프래그런스 기업들의 행보를 고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연세대학교 문화디자인경영학과 최승연

seungyeon96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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