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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쇼 가상, 하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윤가원


코로나로 인한 컬렉션 쇼의 변화


   작년, 패션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컬렉션이 코로나 19로 인해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뉴욕 패션 위크를 며칠 앞두고 코로나의 확산세로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오기로 한 클라이언트들이 대거 일정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로 시작되는 런던과 밀라노 컬렉션을 진행하는 동안 코로나 19 확진자가 무섭게 불어났고, 밀라노 컬렉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패션쇼를 전면 비공개로 전환하여, 모델의 런웨이 워킹을 무관객 상태로 온라인상에 생중계했다.


    코로나 이전에 대부분의 컬렉션은 피지컬 쇼 (오프라인 쇼) 를 메인으로 진행하고, 여기에 더해 온라인으로 쇼를 중계하거나 이후 영상을 공개하는 정도로 진행되어 왔다. 코로나가 등장하자 패션 업계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인 온라인 생중계를 활용하여 익숙한 형태로 대처했으나,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로의 시도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런웨이의 새로운 시도


▶ 세계적 명소를 활용

2021 F/W 컬렉션을 선보이는 쇼에서는 다양한 브랜드가 세계적 명소를 배경으로 하여 런웨이를 선보였다. 디올의 경우, 베르사유 궁전에서 쇼를 진행했고, 발렌티노는 밀라노의 극장인 '피콜로 테아트로'에서 쇼를 진행했다. 샤넬의 경우, 기존에 활용해오던 '그랑 팔레'의 휴관으로 파리의 전설적인 야간 명소 '셰 카스텔'에서 런웨이를 선보였다. 루이비통은 루브르 박물관의 미켈란젤로 갤러리를 런웨이 장소로 활용했으며, 미우미우는 해발 2743에 위치한 알프스의 스키 명소 '코르티나담페초' 설원에서 쇼를 선보였다.


(왼쪽)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선보인 루이비통 패션쇼 / (오른쪽) 알프스 설원에서 선보인 미우미우 패션쇼


▶ Virtual Runway

컬렉션을 진행함에 있어, 가상성을 충분히 활용한 컨셉의 쇼들도 등장했다. 샤넬은 패션 포토그래퍼 듀어 이네즈&비누드가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런웨이 동선에 맞춰 흑백과 컬러가 교차되는 영상을 선보였다. 헤지스는 2021 F/W 컬렉션을 헤지스닷컴 3D 패션쇼를 통해 공개했다. 패션과 첨단기술을 결합한 버추얼 시스템을 도입하여, 모델 대신 옷들이 걸어다니고, 미로와 열쇠구멍과 같은 장소를 활용하여 색다른 구도의 영상들을 연출했다.


(왼쪽) 헤지스 3D 패션쇼 컨셉 1 'Young Victoria' / (오른쪽) 헤지스 3D 패션쇼 컨셉 2 'Alice in Wonderland'

      

  


패션 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피지컬 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패션쇼가 생중계되는 동안에도, 여전히 오프라인 쇼를 소규모로라도 강행했던 브랜드가 가장 큰 인기를 얻었다. 소재, 핏, 분위기를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생중계나 가상의 영상이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상성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며, 가상성의 대중화는 패션 업계의 한계를 부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1)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다.


    기존 온라인 생중계는 쇼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느끼는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쇼를 진행하는 배경의 공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서 세계적 명소를 활용했던 사례에서 보았듯, 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세계의 여러 장소에서 진행할 수도 있으며, 가상성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원더랜드, 호그와트와 같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쇼를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2)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다.


    쇼는 단순히 '입을 수 있는' 상품성을 띄는 옷을 선보이는 자리라기보다도, 브랜드의 방향성, 앞으로의 트렌드, 그리고 디자이너의 예술적 감각을 담은 옷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기존에는 실물로 구현이 가능하고, 입을 수 있는 옷이어야 했기 때문에 표현에 한계가 존재했다. 모델이 직접 입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제약은 물론, 도덕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가상으로 대체하게 된다면, 현실적인 한계가 줄어 디자이너가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의 범위가 증가하고,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가벼운 예로는, 기존에는 기술의 제약으로 살아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패턴의 옷은 제작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픽을 통한 가상 패션쇼에서는 그것이 가능해진다. 또 다른 예로는, 이전에 모델이 진공팩에 들어가서 런웨이를 하는 것과 같은 사례들이 모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이라는 의견과 함께 예술적 표현으로 어디까지를 인정해주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이런 부분들을 패션쇼가 가상으로 진행됨으로써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컬렉션 쇼는 패션 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다. 



    컬렉션 쇼는 세계 패션 업계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패션은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패션 업계에 변화를 선동하여 트렌드를 변화시킨다. 코로나를 시발점으로 하여 가상성이 결합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기 시작한 쇼는, 앞으로도 패션 산업의 트렌드를 변화시킬 것이다. 컬렉션 쇼의 다양한 도전은, 머지않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상성'이라는 소재를 우리 눈 앞에 가져다 놓게 될 것이다.




연세대 경영 윤가원

kawonoff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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