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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의 속도에 속도를 더해서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이상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쇼핑 니즈 상승으로 온라인 유통산업이 크게 성장하였다. 한국의 20년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5%, 3월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하였다. 급증한 주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현상도 일부 발생했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이커머스 업체와 오프라인 업체 모두 물류 관련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였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펜데믹으로 가속화되었다. 가장 중점을 둔 투자는 바로 ‘배송 속도 경쟁력’ 확보이고,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풀필먼트(Fulfillment)’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배송 속도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만이 갖는 소유의 적시성을 보완에 대한 니즈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풀필먼트, 배송의 속도를 더하다.


     이커머스의 상품 판매 과정은 재고관리, 주문 접수, 피킹, 포장, 라스트마일 배송, 반품 회수를 핵심으로 다양한 물류 업무가 이뤄진다. 풀필먼트는 기존의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물류 업체가 셀러의 상품을 대신 보관하면서 제품 주문이 접수되면 위 과정을 일괄 대행으로 수행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기존의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쿠팡, 아마존, 징동 닷컴 등이 존재하고, 물류 업체의 경우에는 CJ 대한통운, DHL 등이 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입점한 소규모 판매자는 물류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에 제대로 된 재고 관리 능력과 배송 품질의 일관성을 달성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이에 판매자들은 풀필먼트 센터에 제품의 모든 물류 과정을 위탁하고, 오직 상품의 개발, 판매, 마케팅 등 핵심 역량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 풀필먼트 서비스는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하게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다. (참고로 전제로 깔고 싶은 것은, 이커머스 물류 경쟁에서 최우선가치는 속도다.)


    2020년 4월달에 한국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나선 CJ 대한통운의 사례로 그것이 가지는 경쟁력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주문 마감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보통 주문한 다음 날 상품 배송을 받으려면 전날 오후 12~3시 이전에는 주문을 해야 하지만, CJ 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에서는 밤 12시에 주문해도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는 생각보다 큰 경쟁력이다) 또, 배송 속도에 경쟁력을 갖게 된다. 풀필먼트를 사용하지 않는, 기본적인 배송(=택배) 프로세스는 집하(판매자의 창고에서 택배 기사님이 물건을 픽업) - 서브 터미널 - 허브 터미널 - 서브 터미널 - 라스트 마일 배송이다. 만약 풀필먼트를 이용한다면 집하 - 서브 터미널의 과정이 사라진다. 허브 터미널에 물건을 이미 위탁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배송 소요 시간도 짧아지기에 우위를 가질 수 있다. 2020년 10월 말,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인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네이버 쇼핑의 유일한 약점은 물류였기 때문이다. 36만개에 달하는 네이버 쇼핑의 입점 업체가 대한통운의 잠재적 고객이 된다. 네이버의 시장 영향력과 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역량이 합쳐져 쿠팡과 혈투는 예견된다. 물론 쿠팡도 비즈니스 시작부터 직매입 모델을 통해 배송 속도를 높였고, 현재는 아마존과 같이 입점 판매자들에게 Coupang Fulfillment Service(CFC)를 제공한다. 쿠팡에게 이 총체적인 물류 운영비는 고정비지만, 네이버는 고정비가 들지 않는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한 입장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 쿠팡, CJ 대한통운 말고도 이베이 코리아 또한 풀필먼트를 시작했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위킵(WeKeep)’, ‘FSS’, ‘마이창고’와 같은 스타트업 회사 또한 확장해가고 있다. 

CJ 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마이크로 풀필먼트, 속도에 속도를 더하다.


    풀필먼트 센터에서 좀더 나아간 개념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는 코로나 이후로 더 각광받는 분야다. 기존 풀필먼트 센터는 수백개의 판매자들의 물량을 집중시켰기에 그것의 규모 상 도시 외각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는 도심으로 들어와, 배송 속도를 보다 더 높여 도심지 고객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한다. 전자는 건설에 2~3년이 걸리지만, 후자는 3~5개월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공실율이 높아지면서, 이 자리를 소형 물류 센터로 개조를 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물류 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서울 논현동 힐탑 호텔 맞은편 120평 규모의 MFC를 이번 년도 4월에 오픈했다. 강남 지역내 주문 후 1~3시간 내 배송이 가능해지고, 이후 올해 안에 서울 도심 등에 50개의 MFC를 추가할 예정이다. 배달의 민족의 ‘B마트’, 요기요의 ‘요마트’ 또한 도심지에 위치한 MFC로 30분 내 배송을 이끌고 있다. MFC 뿐만 아니라 도심 내 위치한 대형마트 또한 그것의 오프라인 활용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 매장의 기능을 축소하여 물류 거점 기능을 장착하는(매장+물류) 형태 또는 폐점하여 해당 점포를 온라인 물류 기지로만 활용하는(물류) 형태로 점포를 풀필먼트화하고 있다. 

메쉬코리아 강남 MFC


홈플러스 원천점 지하 1층 풀필먼트 센터



물론 소비자는 좋지만, 이것은 자멸의 길?


    이와 같은 물류 트렌드는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한 번 맛본 짜릿한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쿠팡의 ‘로켓 배송’, 마켓컬리의 ‘새벽 배송’을 맛본 사람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와 같은 ‘신선한’ 속도의 경험은 이커머스 기업에게 승자독식의 기회를 제공하며, 반대로 이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나는 재작년만 하더라도 쿠팡이 배송 속도의 기준과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높였다고 생각했다. MFC가 등장하는 지금 상황을 보면 하루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다시 새로운 눈높이가 형성되는 것이다.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싸움이 지속되고 있기에, 어제의 속도는 오늘의 뒤쳐짐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상황을 코로나 19가 가속화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오프라인의 니즈였던 소유의 적시성을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송 속도가 빨라져야 했기 때문이다. 미래에 소비자들의 심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배송 속도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 될까? 과연 하루가 긴 기다림이 되는 날이 올까?


이상 마지막 IJ를 마치며. 후련할 줄 알았는데, 막상 끝마치니 섭섭하네.


연세대 노어노문 이상민

peter95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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