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9th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국 면세업계, 코로나 이후에는 괜찮을까?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심하경




코로나 19와 한국 면세업계


http://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1&idx_800=3420326&seq_800=20412903 한산한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


위 사진은 코로나 이후 인천공항 면세점의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의 면세점의 모습을 떠올리면 무서울 정도로 한산하다. 코로나는 다양한 산업에 타격을 입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은 해외여행 산업이다. 코로나 감염의 위험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19년을 비교했을 때, 2020년의 출입국자 규모는 2019년의 3~4% 수준으로 폭락했다. 1~8월 한국인 출국자 수는 397만 5,57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2% 하락했으며, 외국인 입국자 수는 226만 8,3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2% 감소했다. 


http://www.kdfa.or.kr/ko/trend/year_krw.php 한국 면세점협회, 연도별 면세점 통계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 수가 폭락하자, 자연스레 면세점 산업 또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면세점 산업에게 큰 타격이었다. 한국면세점협회의 연도별 통계를 보면, 면세업계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17년의 경기 불황으로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성장 직선을 그렸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를 직격으로 맞으면서, 2019년보다 매출은 37.7%가 폭락했으며, 방문객은 2019년의 22%인 1천66만 9천여 명에 그쳤다. 대안을 내지 않으면,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면세업계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였다. 



한국 면세업계의 생존 전략


1) 내수시장-재고 면세품 판매


상황이 정상적이었다면 절대 허용되지 않았을 판매 전략이다. 이는 면세 시장이 끊임없이 추락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청이 임시로 내놓은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관세청은 2020년 4월, 보세창고(외국 물품이나 통관을 하고자 하는 물품을 장치하는 창고)에 면세점 상품이 계속 쌓여가자, 이 상품들의 내수 판매를 임시적으로 허용했다. 내수 판매란, 수입통관 절차를 거친 재고 면세품에 한해 해외 출국 예정이 없는 내국인들에게 임시적으로 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양한 면세점들에게 새로운 시장 기회로 작용하였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자사 전용 내수 면세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샵인 LUXEMALL을 오픈했다. 신세계의 경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공식 브랜드관을 열고,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노렸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라이브 방송을 통해 습기 등으로 인해 보관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두 라인 전 품목을 판매할 수 있었고, 신세계 또한 선물하기를 통해 명품 선글라스 등을 면세 가격 대비 60% 할인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면세업계 관계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러한 이벤트들이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정책에 의한 변화로, 코로나가 진정되면 곧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2) 해외시장-제 3자 반송 정책


코로나 이전, 면세점을 견인하던 고객들은 바로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이었다. 따이궁들은 대량으로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 구매대행 서비스를 하는 업자들을 일컫는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이들은 사실상 휴업 상태가 되었다. 따이궁들은 주로 일본과 한국의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품을 구매한 후 귀국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주 고객인 이들이 면세점을 이용하지 않게 되자, 정부는 한시적으로 6개월 동안 제 3자 반송 정책을 제시하였다. 


제 3자 반송 정책이란, 코로나 19로 인해 입국이 어려워진 해외 법인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재고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중국에서 구매대행 도매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따이궁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도 제품 구매를 가능하게 하는 길을 열었다. 3자 반송 정책을 통해 면세업계는 약 5340억 원의 매출을 거둬낼 수 있었다. 또한 재고처리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2020년 7월과 2020년 10월을 비교했을 때,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의 재고 규모는 4700억 원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이 또한 한시적인 정책에 기반한 변화로, 정책 변화 자체는 유지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 면세업계의 모습


코로나가 면세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의 전략들은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임시적 변화이다. 해외로 나가는 고객을 공략할 수 있게 되면 내수로 돌릴 필요가 없다. 마찬가지로 중국 보따리상들의 입국이 가능하게 되면 반송 정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면세점의 입지가 큰 타격을 받았고, 면세점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보인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해외직구의 대폭적 성장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직구 시장은 대폭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해외에 가서 직접 물건을 사고 들고 오던 수요(면세점, 현지 구매 기념품 등의 수요)가 해외직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해외직구 누적 거래액은 2조 8519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일 분기와 비교했을 때, 13.8%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쇼핑 트렌드 자체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이와 같은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을 때도 온라인 쇼핑 비중은 계속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물론 해외 직구 물품의 경우, 한국에서 구매가 불가능한 물품을 사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면세 정책의 경우, 미화 150달러 이내로 구매했을 때, 무제한 면세가 가능하다. 따라서 일정 가격 아래의 물품을 구매할 경우, 단순 해외 상품뿐 아니라 면세 관련 수요까지 포괄이 가능한 셈이다. 지금처럼 해외 직구 시장이 계속적으로 성장하게 될 경우, 면세 업계는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2) 혜성 같은 중국 면세점의 등장

https://www.ajunews.com/view/20200609135728729 하이난 성 이미지

현재 한국 면세업계는 따이궁들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중국 면세점으로 점차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혜성같이 등장한 중국 최대의 면세 특구, 하이난(海南) 성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내국인의 연간 면세 한도를 기존 3만 위안(약 517만 원)에서 10만 위안(약 1724만 원)으로 올리는 등 규제를 풀어줬다.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중국 소비자들은 모두 하이난 성에서 쇼핑 욕구를 해소하기 시작했다. 하이난 성의 중국 면세점(CDFG) 매출은 급성장했고, 결과적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따이궁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을 찾지 못한 따이궁들은 중국 면세점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한국을 다시 찾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중국이 면세업계를 대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 업계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한번 상품을 구매할 때, 대량으로 구매해야 저렴하게 파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면세점의 바잉 파워(Buying Power-제품 구매 능력)가 매우 중요한데,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제품 바잉 파워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제품을 전부 찾을 수 있을 경우, 따이궁들이 굳이 한국 면세점을 찾을 이유가 없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한국 면세점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론


물론 코로나가 진정되면 면세업계는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폼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매 전략과, 급성장하는 중국 면세점들을 대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 전략이 필요하다.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코로나가 빠르게 진정되어 면세 업계가 회복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연세대 신학 심하경

simhasd@yonsei.ac.kr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킥보드의 시대는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