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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공연예술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최유리



코로나에 직격타를 맞은 공연예술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재앙수준의 경제적 피해와 심리적 고통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의 피해는 극심하다. 2019년 연말부터 시행된 국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모든 극장은 문을 닫았고 전국의 문화 행사는 금지되었다. 1월 말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공연장이 폐쇄되었고 각종 공연예술축제들이 취소되었다. 코로나19가 차츰 안정화되고 제작사나 공연장에서 보건당국의 지침대로 소독과 체온검사, 마스크 착용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공연장 재개관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간 거리두기로 공연계의 피해는 특히나 심각하다. 

공연예술통합전상망(KOPIS)

이러한 코로나 판데믹 상황 속에서 현재 공연예술의 매커니즘과 진행과정, 반응들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공연예술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공연예술계에 들이닥친 변화의 물결



하나,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술 활동 자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시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활안정자금으로 305명(94.7%)가 답했다.


    따라서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처럼 실태 파악을 통해 공연예술 종사자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성이 인식되었다. 지금까지 2003년 창궐한 사스를 비롯해,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의 전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적절한 매뉴얼을 토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본 데이터인 예술인 피해 전수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술인들은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공연예술인들이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으로 불특정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연예술계에서 프리랜서의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또한 예술인들의 경우, 보험의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공연자 보험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현재는 의무가 아닐 뿐더러 한도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용보험이 임금기반이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공연예술인들로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 홈페이지

  

  지난 5월 20일 드디어 국회가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예술인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인 고용망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근로계약을 체결한 임금근로자만 보호대상으로 했던 제한적인 보호에서 보다 광범위한 고용안정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고,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체결한’ 문화예술 종사자들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해당 정책의 실질성 측면에서는 의문이다. 노무종속성과 전속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예술인 고용보험 의무적용법에 계속해서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한 추가와 보완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공연예술 전반에 있어서 세부적인 역할과 인력,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유지, 보수 절차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다. 전담 부서 설치, 다양한 고용보험료 산출 기준 성립, 증빙자료의 다양화, 파생 소득의 현실적 대책 마련 등의 조치도 현재의 법률안을 교정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다. 



둘, 비대면 공연 시스템


    21세기 이전에는 공연 영상물 제작은 기록 및 보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이 다양화 되었고, 2006년 MET Live in HD, 2008년 베를린필의 디지털 콘서트홀 등이 공연 유통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국내의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비대면 공연 시스템 구축은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비대면 공연 시스템의 구축이 지연된 이유는 ‘비대면’ 공연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공연예술 장르의 정체성의 본질을 뒤흔드는 개념이라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 공연이 기존의 공연예술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의 정의에 따르면 공연예술은 최소 한 명의 연기자와 한 명의 관객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존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1회성 라이브가 아닌 수정과 중단이 가능한 영상 관람을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지, 공연 영상 콘텐츠는 보완재인 것인지 대체재인 것인지, 현장에서의 관객과 공연자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공연도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점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공연 시스템 구축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국립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과 민간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등이 이 흐름의 전면에 나서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MK 뮤지컬컴퍼니는 네이버 V LIVE를 통해 뮤지컬 ‘모차르트!’를 유료 상영하며 관람객 1만 5000여명을 끌어 모았다. 오프라인 공연 대비 더 많은 관객 규모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연의 시간적, 공간적 한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대의 공연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공연예술에의 접근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한 실제 공연에서는 불가능한 클로즈업이 가능하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공연보다 탁월한 생생함을 구현할 수 있다. 

    

    공연예술의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가령 MET의 경우, 2008년 MET Live in HD 관객이 공연장의 관객 수를 넘어섰고, 전체 수익의 12%를 차지했다. 이렇게 비대면 공연은 대면 공연을 보완하고 더 나아가 추가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대면 공연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단점보다는 그 장점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비대면 공연 시스템 구축을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연예술의 비대면화는 현실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추가적으로 VR을 활용할 수 있다. 작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네이버가 공동 기획한 VR 영상콘텐츠 공모대전 ‘브이라운드(VRound)’선정작 <용늪의 전설>과 안무가 김설진이 주연으로 참여했던 <빛과 그림자>가 그 예이다. 영상을 서비스함에 있어서의 2D부분의 한계점들을 VR촬영을 통해서 더 강렬한 생동감과 몰입감을 부여하여 보완할 수 있다. 기존에는 편집자가 촬영된 영상물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시점으로 제한되어 있었다면, VR공연은 보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과 각도대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현장감이 극대화된다. VR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이번 코로나 사태로 VR시도가 보다 더 자주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VR과 공연예술의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예정이다. 최근 VR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에 대한 시도도 진행중에 있으며, 따라서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VR 형식에서 보다 발전된 또는 다양한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기반으로 콘텐츠는 더욱 다양화되고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32&aid=0000231732

    기존의 아날로그 공연 시스템의 특성을 포기할 수 없다면 디지털적인 요소와의 결합 또한 하나의 방안이다. 기존의 아날로그 공연 시스템에 디지털이라는 개념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공연장 내에서의 다수의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수를 줄일 수 있고, 이러한 인력 감축은 대면 접촉에의 가능성을 낮춘다. 일례로 고양문화재단과 카이스트 CT대학원이 공동 제작한 디지털 퍼포먼스 <신타지아(Syntasia)>는 관객으로 하여금 디지털 퍼포먼스의 생생한 현장을 경험하게 한다. <신타지아>는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동시에 각각 다른 곳에 위치한 공연장을 연결시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기존의 고정화된 무대의 개념을 변형시킨다. 기존의 공연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해낸 것이다. 또한 무대에 로봇을 등장시킴으로써 배우의 역할을 대체하였고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출연자가 등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관객이 직접 자신의 핸드폰을 사용해서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관객들의 역할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전염병의 파급력을 낮추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창작자와 관객을 직접 연결해 주는 매개를 역할을 함으로써 관객에게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감상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장점이 있다. 또한 공연자와 관객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공연예술의 가치를 증폭시킨다. 



셋, 온라인 플랫폼


    온라인 콘텐츠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지 않으면, 스트리밍 과정에서 플랫폼 소유주와의 의견조율과 중계 수수료 등을 처리하는 문제 등으로 유리한 시간에 콘텐츠를 개방할 수 없다. 현재 유튜브와 네이버 공연 생중계 플랫폼인 네이버TV와 브이라이브(V Live)와 같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들의 경우 현재로서는 예술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유명인이 출현하는 공연들만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비주류 예술가들이 예술계에서 배제되는 경향, 더 나아가서는 문화의 획일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약, 현재의 승자독식 구조를 없앨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규모 극단들은 더 이상 공연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수수료 문제 때문이다. 플랫폼 수수료가 평균 30-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소규모 극단들은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더 이상 공연 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공연예술의 생존을 위협한다. 공연예술의 중심지는 대학로이다. 대학로의 경우, 소규모의 극단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약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공연예술은 퇴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연예술계는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코로나19의 특징인 넌컨택트(non-contact)를 강조하게 되면서 공연예술계가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비대면 공연으로의 전환을 직면하게 되었고, 스트리밍 서비스가 물리적인 공연장을 대체하였고 공연예술 감상 방식 또한 변화하였다. 또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자발적으로 예술활동에 동참하는 사람, 즉 집 안에서도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홈루덴스(Home+Ludens)가 등장하면서 공연예술의 주체 또한 다양해졌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853074&memberNo=46184800&vType=VERTICAL


    물론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는 막대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계의 생존과 발전을 생각한다면, 코로나19 ‘때문에’가 아니라 코로나19 ‘덕분에’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탄탄해진 공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법적 규제 및 기업 내부적 해결 방안 도출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공연예술은 인간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가치를 지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만큼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의 발전에 맞게 환경에 적응하고 이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더 나아가 공연예술계 안팎으로의 네트워크 확장 및 강화를 기반으로 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는 것은, 이처럼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문화예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이다.



연세대 독어독문 최유리

urisys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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