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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십만전자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8기 최수연



코로나가 불러온 반도체 슈퍼사이클 


    코로나19가 우리 일상 전반에 지대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1년간 학교 수업부터 회사 업무까지 자연스레 언택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고 덩달아 클라우드 센터와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며 반도체까지 그 영향을 제대로 받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팹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16% 성장했고 올해 역시 이와 비슷한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출처 | 조선비즈



반도체가 뭔데?

    본격적으로 이번 코로나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논하기 전에 짧게 반도체에 대해 훑고 넘어가보자. 이름을 풀어보자면 전기가 반만 통하는 물체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기능'이 있는 제품은 반도체의 전기적 성질을 이용해 만든 장치인 반도체 소자다.(하지만 통상적으로 싹 다 반도체라 칭한다.) 이는 안정적인 절연체 실리콘으로 만든 웨이퍼 위에 미세하고 복잡한 회로를 두 달가량 먼지 하나 안 들어가게 켜켜이 쌓아 올린 칩이다. 그 용도는 만들기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메모리(D램, NAND)부터 이미지 센서(CMOS) 등등.. 웬만한 전자기기 속에 다 들어가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의 스마트폰 속 SIM카드(시스템 반도체)와 SD카드(메모리 반도체)도 반도체다. 매일 마시는 커피만큼이나 생각보다 우리에게 아주 밀접한 제품이었던 것. 

 

출처 | Bloomberg

    이처럼 반도체는 전자기기의 필수부품으로 세계 경제 동향에 따른 주기성이 뚜렷한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사이클은 5-7년을 주기로 반복되지만 이번 2020년 사이클은 이러한 주기성을 뒤로 하고 다소 빠르게 찾아왔다. AI 및 자율주행 자동차 등 신기술들이 산업에 대거 들어오며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은 2018년으로부터 단 2년만에 돌아온 사이클. 그것도 2018년에 못지않은 슈퍼 사이클의 배경에는 코로나로 활성화된 언택트 경제, 오프라인의 온라인화가 있다.



잘 나간다면서 왜 안 올라가요, 내 주식.. 


출처 | 한국경제

    본격적으로 궁금한 이야기를 해보자. 잘 나간다면 쭉쭉 올라야 하는 반도체 관련주, 어찌된 일인지 최근 그 상승세에 힘을 잃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에 관련 회사들의 주가는 대폭 상승하였다(a.k.a 십만전자) 그런데 쭉쭉 오르던 주식이 어느 순간 더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벌써 넘쳐나는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은 걸까? 아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쇼티지 현상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들의 주식 상승이 주춤한 데에는 역설적으로 반도체 쇼티지가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압경제에서 공급 쇼티지가 발생하면 반도체 제품의 가격이 올라 영업이익 실적은 좋을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완성 차, 스마트폰, pc 등의 생산 차질을 빚어 장기적으로 수요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에 차질이 생긴 업체들이 반도체 주문량을 축소시키는 오더컷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더컷에 대한 우려는 이윽고 사실로 드러났다. 코로나로 인한 인도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국 제조업체의 4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4% 감소하였고 애플의 '아이폰 미니'도 판매부진을 겪으며 주문량을 축소했다. 지난 달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전월대비 매출이 14% 감소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주가도 덩달아 하락하였다. 또한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FAB 투자를 공급과잉으로 해석하여 공급량이 늘어나 가격이 하향조정될 때까지 주문량을 조절, 수요가 꺾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슈퍼사이클 셔터 내렸나요?


출처 | 마이크론

    코로나 발 2020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벌써 고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걸까? 다행히(?) 그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올 상반기의 D램 수요에 스마트폰 및 PC가 주력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서버용 D램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인텔은 신형 서버용 CPU 아이스레이크를 출시했고 아마존, 구글, MS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서버 확충을 위한 D램 발주를 연초부터 늘리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은 하루 4TB의데이터를 소모하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서버용 D램의 전망이 밝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세도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PC용 D램은 지난 분기 대비 25% 상승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의 가격 상승은 B2B 고정거래 증가로 이어지며 장기호황을 기대하게 한다. 장기데이터 저장장치인 NAND 역시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이러한 가격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슈퍼사이클은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코로나19가 완화됨에 따른 경제 회복과 가속화 되는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2022년에 시장 규모의 최고치를 찍고 2024년쯤 하락세를 맞을 것으로 보고있다.



반도체 생산의 이슈들

 

    반도체 시장의 향방에 대한 의견은 사실 분분하지만 위에서는 기술보다는 시장의 관점에서의 일반적인 의견을 다뤄보았다. (혹시나 이 글만 읽고 주식투자하시면 안 됩니다!) 사실 고려해야하는 요소는 훨씬 많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 안에서도 D램과 NAND의 수요는 미묘하게 어긋나며 D램 안에서도 그 용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위탁생산 파운드리 시장까지 고려한다면 이 글 속의 정보만으로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예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서부터는 공급, 생산의 입장에서 나오는 이슈들을 짧게 다뤄보려고 한다.


1. 공격적인 생산기지 투자계획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최근 한미 회담 이후 다수의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결정됐다. 삼성전자 DS 역시 20조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올 3분기 미국 생산기지 착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 하이닉스도 머지않아 새로운 FAB인 M16을 가동하면서 생산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글로벌 1위 TSMC 역시 100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현재는 수요-공급 불균형 상황이지만 향후 공급량이 늘었을 때 시장이 어떤 양상을 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 NAND플래시 시장의 M&A

출처 | 국민일보

    또한 NAND 업계의 M&A도 중요한 이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의 3파전으로 갈린 D램과 달리 아직 NAND시장에는 많은 업체들이 치열하게 파이싸움을 하고 있고 시간이 흐르면 점차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 4위의 SK하이닉스는 작년 인텔의 NAND 사업부를 인수하였으며 최근 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구 도시바 메모리)의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이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NAND 시장은 기존의 6강 체제에서 벗어나 4강 체제로 정리되어 가격변동성이 낮아지고 경쟁구도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3. 파운드리 시장의 10나노 미세공정   

출처 | 조선일보

    파운드리에서 고려해 볼 만한 이슈로는 10나노 이하 공정이다. 일반적으로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저전력, 고효율 칩을 만들 수 있고 이러한 미세공정에 대한 수요는 향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글로벌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의 파이는 56%와 18%로 상당히 큰 차이다. 하지만 10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점유율은 60%와 40%로 그리 크지 않다. 삼성전자의 TSMC 추격이 허황된 꿈이 아닌 이유다. 초미세 공정인 7나노 이하는 현재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만이 생산 가능하며 두 곳 모두 5나노 공정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앞의 대규모 투자와도 이어지는데 두 회사가 미국에 신축하려는 공장들은 모두 5나노/3나노 미세공정 확대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2년 3나노 공정의 양산을 가장 먼저 시작하여 파운드리 시장의 역전을 노리고 있다. 


4. EUV 장치 확보 

   따라서 이러한 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EUV (극자외선)장치의 확보가 반도체 패권싸움의 중요한 키로 부상하고 있다. (*EUV장치는 짧은 파장으로 칩에 미세회로패턴을 효과적으로 새겨 공정단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인다) 7나노 미세공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EUV 장치는 현재 ASML이 유일한 공급처이며 생산량은 1년에 단 40여대 뿐이다. 이러한 첨단 장비를 제때 확보하는 것이 패권을 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십만전자가 돌아오길 바라면서.. 


자, 여기까지 긴 글 읽느라 고생하셨다. 작년 주변 지인들이 십만전자를 외치며 반도체주식을 적극 매수하는 모습을 봤기에 지금의 주가하락이 아쉬운 마음 그리고 영업이익이 호조인데 어째서 안 오를까 궁금한 마음에서 알아보았다. 이 글로 독자분들의 궁금증도 해소됐기를 바란다. 부디 십만전자를 비롯, 우리나라 반도체주의 고점이 돌아오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다.





산업공학17 최수연

csye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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