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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관중으로 완성된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준현


텅 빈 경기장이 의미하는 것

고척돔에서의 필자와 친구들

    위의 사진은 4년 전에 친구들과 고척돔에 방문한 필자의 사진이다. 행복한 필자의 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기장에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경기 관람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한다. 관객들은 경기장에 직접 관람해 선망하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전체적인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현장감을 스포츠 팬들에게 선사한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팬들은 하나의 문화로써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직접 경기장에 와서 응원하는 재미, 치킨과 맥주를 먹기 위해 야구장, 축구장을 찾는 재미 등등 '직관'의 이유는 경기 내외적으로 다양하다. 경기장이 팬들에게만 재미를 주냐면 그것도 아니다. 팬들이 이렇게 문화를 소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을 말하는데, 티켓, 구장 내 식료품, 구단 굿즈 등등의 경기장 관련 수입이 구단으로 들어오고 또 그것이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급료로 지불된다.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스포츠 산업 성장률 (출처: PwC 스포츠 서베이 2020)

    하지만 경기장의 이러한 가치는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로 인해 많이 퇴색되어가고 있다. 밀집된 구조로 관람할 수 밖에 없는 스포츠 경기의 특성상 가장 빠르게 결단내린 부분이 바로 관중 출입 금지다. 스포츠의 종류에 관계없이 리그들은 재개된 이후에도 관중을 출입시킬 수 없었다. 그리고 무관중이라는 요소는 스포츠 산업에 많은 그리고 어두운 변화를 야기시켰다. 코로나가 스포츠 산업에 끼친 영향 중에서 범위를 더 좁혀 코로나 19로 인한 관중 출입 금지가 만든 변화를 구단, 선수, 리그의 맥락에서 분석해보려고 한다. 

 


무관중이 일으킨 변화     

무관중 속 야구 경기 (출처: 경기일보)

구단에게 입장료 수입과 기타 구장 수입은 구단을 운영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자원이다. 그리고 관중 출입 금지는 그들의 주요한 수입원을 없애버린 것과 같다. 입장료 수입이 구단 운영비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KBO(한국프로야구연맹)리그는 리그 중단을 겪은 2020시즌 40억원 정도의 입장료 수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분의 1로 줄어든 수입인데 기본적으로 구단 운영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구단 입장에선 더욱 빠듯해지게 되었다. 입장료 수입 이외에 식음료, 굿즈 등 판매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작년 6월 기준, 경인 지역의 프로 축구 구단은 경기당 6천만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다. 야구 구단은 사정이 더 나빠서 경기당 1억 8천만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최근의 완화된 거리두기 정책이 없었다면 구단들의 재정은 더욱 무너졌을 것이다.

 

1500만 달러의 연봉이 삭감된 류현진 (출처: 연합뉴스) 

    플레이어들도 구단들의 수입 감소로 인해 축소된 봉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구단들은 기간의 축소를 명분으로 선수들의 연봉을 축소시킬 수 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지난 시즌 약 100경기가 사라진 60경기 단축시즌을 치뤘는데, 이로 인해 선수들의 연봉도 전년 대비 4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에 더불어, 단순히 선수들의 연봉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수단 정리해고를 통해 구단들은 비용을 절감하려 했다. 메이저리그의 하부리그인 마이너리그에서는 단 몇주만에 1천명의 선수들이 정리해고를 당했고, 남아있는 선수들도 극심한 봉급 감소를 감당해야만 했다. 


(출처: sportsnet)

    구단과 선수들을 총괄하는 리그도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나라와 종목을 불문하고 리그들은 중단과 조기 종료를 피해갈 수 없었다. 영국 축구리그인 EPL은 3개월간의 중단 과정을 거쳐 재개를 강행했고 그 결과 다음 시즌 일정과 겹쳐 실패한 리그 운영이라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이런 코로나 시대에 맞춰 리그들은 대응 체제를 갖추었는데, 대표적으로 미국 프로농구 NBA는 가장 발빠르게 코로나 프로토콜을 만들어냈다. 확진 판정, 밀접 접촉 등 정도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리그 전체의 매뉴얼로 통일을 시켰고 이 덕분에 코로나라는 혼란 속에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상복귀


올해 시작된 프로야구 유관중 경기 (출처: 연합뉴스)

    누군가는 위의 변화들이 그저 결과로서의 변화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산업의 핵심 가치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자신이 원하는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가, 온라인을 통해서 시청하는가. 코로나라는 상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직접 관람의 영역이 큰 변화를 겪었고,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변화의 결과들이 존재한다. 그러면 직접 관람을 대체할 수 있는 변화에 집중할 것인가? 그러기엔 온라인 시청과의 차별 지점 혹은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 이런 점을 모두 인정하기 때문에 관계자들은 VR 직관 등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보다 관중이 들어올 수 있을 때까지 손실을 최소화하고 감수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것이 스포츠 산업이 겪은 변화가 결과로써의 변화인 이유다.

    현실적으로 돌파구를 제시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의 시기에는 이런 변화들이 유지되기 보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미 거리두기 정도에 따라 10~30% 정도의 관객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코로나 이전의 모습들로 돌아온다는 것이 단순 추측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 박준현

juunyeon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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