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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수제맥주 시장의 양극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이동현

수제맥주 전성시대


어느 순간부터 편의점 맥주 섹션에서 이름도 생소한 형형색색의 맥주 브랜드가 하나 둘 늘어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예전의 필자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잘 사 마시지 않았다. 필자는 음식이나 음료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데, 맥주나 소주는 항상 아는 브랜드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편의점과 마트 진열대에 못 보던 맥주 브랜드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바로 수제맥주 브랜드들이다. 수제맥주(手製麥酒)는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브루어리)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서 만든 맥주를 지칭한다. 소규모 맥주 면허가 도입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자격만 갖추면 수제맥주를 제조하고, 유통시키고, 판매를 위한 영업을 할 수 있다. 수제맥주는 수많은 양조장의 다양성 만큼 맛이 다양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편의점 CU에 입점된 다양한 수제맥주 브랜드 (출처: 인사이트코리아)



수제맥주 시장 현황, 그리고 코로나


국내 시장에서 수제맥주는 영향력을 점차 높여왔다. 2020년 수제맥주가 국내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로, 매우 적어보이지만 2018년 1.4%에 비해 2년만에 약 두 배 성장했다. 2020년 수제맥주 시장의 전체 매출액은 1,18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양조장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참여자의 수가 그 시장의 수익성이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 등 '가정용 채널'에서는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커지고 있는데, 근 2-3년간 수입맥주의 비율은 감소하고 그 자리를 대신 수제맥주가 차지하게 되었다. 2021년 현재 편의점에세 볼 수 있는 맥주 중 10개 중 1개 이상이 수제맥주 브랜드일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확실히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의 트렌드는 수제맥주이며, 많이 팔리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매출액 규모(좌)와 시장 참여자 현황(우) (출처: 서울경제)
편의점 맥주 구성비 변화 (출처: 한겨례, 수제맥주 양극화…홈술은 파티 열고, 펍 맥주는 김빠져)


이러한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과 수제맥주가 국내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우연이 아니다. 많은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여 시설투자와 인력확충을 한 결과이다. 또한 대기업의 맥주와 비교했을 때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원가구조 개선에 신경 썼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다. 기업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주세법 개정으로 용량, 주세부담, 판로규제 등 소규모 양조장이 부담하는 여러 제한이 완화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주류 스마트 오더, 주류 배달 합법화, 주류 OEM 등이 가능해지면서 맥주 소비 시장 전반이 활성화 되었다.


그러나 근 1년간 수제맥주 시장의 변화를 설명할 때 코로나를 뺄 수 없다. 코로나는 현재 수제맥주 시장 지형의 기반이 되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현상을 만들어냈으며 큰 변화의 원인이 되었다. 우선 코로나는 혼술 (혼자 마시는 술), 홈술 (집-Home에서 마시는 술) 문화를 만들어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야외활동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집, 펍 등에서 소비되는 주류가 줄었다. 따라서 그 수요의 대부분은 술을 사와 집에서 마시는 형태로 대체되었다. 즉, 주류가 소비되는 채널을 크게 가정용 채널과 유흥용 채널로 나눈다면, 유흥용 채널로 소비되던 주류가 코로나로 인해 가정용 채널에서 소비되는 것이다. 이 가정용 채널에는 대형마트, 일반 소매점, 편의점 등이 있으며, 이들을 통한 맥주 등 주류의 판매량은 코로나 이후 폭증했다.


코로나 이후 홈술, 혼술 비율이 늘어 맥주 소비 방식과 채널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출처: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


하지만 수제맥주 시장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제맥주 시장에도 양극화가 찾아왔다. 주로 가정용 채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팔리는 캔 맥주, 병 맥주 위주를 생산하는 수제맥주 양조장의 경우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가며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캔이나 병 맥주 생산 라인이 없고 술집이나 요식업체에 생맥주 형태로 맥주를 공급하는 좀 더 소규모 양조장의 경우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하는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앞서 살펴본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과 매출액 증가도 대부분의 유통채널이 편의점이나 마트를 중심으로 집계된 통계이다. 약 160개의 수제맥주 기업들 중 캔, 병 맥주 자체 생산이 가능한 규모와 설비, 역량을 갖춘 회사는 약 7 개 내외이다. 수제맥주 시장 성장 그래프의 이면에 얼마나 큰 양극화 현상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잘 나가는 수제맥주


소위 잘 나가는 수제맥주 브랜드들은 코로나로 인한 홈술 현상에 힘입어 마트와 편의점 위주로 판매량이 증가한 경우이다. 물론 이들도 기성 맥주 브랜드인 대기업 맥주와 수입 맥주와 경쟁하여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잘 나가는' 수제맥주 브랜드 또한 그들만의 차별점을 강화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중 이종산업간 콜라보레이션이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세븐브로이와 CU가 협력하여 출시한 '곰표 맥주'다. 귀여운 곰 캐릭터와 레트로 분위기의 디자인이 합쳐진 이 맥주는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와 국내 1호 수제맥주 양조장인 세븐브로이가 합작하여 만든 수제맥주로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국내 맥주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예전에는 수제맥주가 잘 나가 봐야 시장 전체 관점에서는 점유율이 작았다. 하지만 최근 CU의 발표에 따르면 곰표 맥주가 지난달 모든 맥주 브랜드 중 매출액 1위였다.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가 대기업의 맥주 보다 잘 팔렸다는 사실은 곰표 맥주가 그들의 차별점을 잘 발전시키고 어필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자사의 캐릭터를 현대사회의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귀여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개편했고, 레트로 감성을 노리면서도 품질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마케팅을 펼쳤다. 또한 상품 외적인 측면만 신경쓰지 않고 본질인 맥주의 맛도 챙겼다.

CU 매출액 1위 맥주 '곰표 맥주.'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출처: idea rabbit)



못 나가는 수제맥주


모든 수제맥주 브랜드가 곰표 맥주 처럼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앞서 다루었듯 캔이나 병 맥주를 생산하지 않는 더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술집과 음식점 소비가 줄어든 지금 생존을 위해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은 '케그'(생맥주 보관용 대용량 컨테이너) 형태로 납품하기 때문에 생산 형태를 빠르게 바꿀 수 없었다. 케그에 담긴 맥주가 소비되는 채널을 사실 상 펍, 술집, 음식점 등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만큼 맥주를 구매하지 않고, 이는 고스란히 양조장에게 타격으로 돌아온다.


물론 이들도 가만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산 형태와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기존의 생맥주와 케그 생산 방식을 캔이나 병 맥주 형태로 가공하여 판매하려면 공장 입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기계 장치와 관련 인력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임시 방편으로 들여올 수 있는 캔입 장치는 최소 수천 만원에서 제대로 생산하려면 약 5억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는 매출액이 높지 않고 변변한 투자를 받지 못 한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 입장에서 너무 큰 부담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수제맥주 기업의 살아남기


기업이 전략을 준비할 때는 지금 당장만을 보고 준비하지 않는다. 현재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나 생활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제맥주 기업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한다.


앞서 살펴본 '곰표 맥주,'  코스닥 상장을 앞둘 정도로 성장한 '제주 맥주,'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는 '카브루' 등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더 잘 성장하기 위한 과제가 있다. 우선 이들은 리드타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특히 곰표 맥주의 경우 2020년 겨울과 2021년 상반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 인기가 많은 것에 비해 작은 양조장과 생산 공장을 가진 세븐브로이의 역량이 부족했다. 수요는 여기저기서 넘쳐나는데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으니 소비자들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기업 입장에서 이들은 모두 수익이 될 수 있었는데 되지 못 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생산 및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 곰표 맥주 생산자인 세븐 브로이의 경우 최근 개정된 주세법에 따라 다른 제조사의 시설을 이용해 위탁 생산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숨통이 틔였다. 방대한 생산 시설과 공장을 가진 롯데칠성에 생산 위탁을 함으로써 5월 현재부터 월 300만 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맥주 OEM 생산 방식이 자리를 잡는다면, 수제맥주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혹은 유통 채널에 너무 많은 파워가 쏠리는 현상을 방지해야하는 과제가 생긴다. 쉽게 말해서 'OEM 갑질'을 방지해야 하는 것이다. 생산과 유통을 너무 한 기업에 집중시키지 말고 다각화하여 이들이 가질 수 있는 파워를 분산시켜야 한다.


앞서 살펴본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의 경우, 우선 품질 경쟁력을 키우고 마케팅 채널을 다각화하고, 생산 방식을 다각화하는 등 해결 방안들이 있으나 어느 하나 제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이들의 규모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판매 허가 등 소규모 양조장들이 더 많은 소비자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들의 판매량을 조금이라도 늘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게 해야 한다.




표지사진 출처: gompyo.net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이동현

paul3ldh1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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