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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시대의 새로운 '립스틱 효과'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BIT 29기 이정운


나때는 립스틱 효과라는게...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 불황의 시기에는 비싼 옷을 사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대신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자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립스틱 구매가 늘어나 불경기에는 립스틱 매출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불경기에 값비싼 화장품이 안 팔리고 립스틱처럼 값싼 제품이 잘 팔리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합니다. 즉 불황기에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도 품위를 유지하고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소비성향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 산업별 매출통계 자료를 보면 경제상황이 매우 나쁨에도 불구하고 립스틱의 매출이 오르는 현상이 있었고, 이를 본 경제학자들이 이름 붙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가 흔들리던 몇 해 동안 립스틱 매출 신장률이 매우 높게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어라...? 어차피 마스크 쓰니까 눈만 화장할래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시작한 불황은 상황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아예 외출 빈도 자체가 낮아지고 재택근무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외출을 하더라도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리고 다녀야만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면서 보여주기 위한 '꾸밈'에 대한 필요성이 현격히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 절대 보이지 않는 입술 색조 화장에 대한 필요성은 더더욱 낮아졌으며, 오히려 마스크에 묻어난다는 단점때문에 바르는 것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비호는 비단 립스틱 사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색조 화장품의 매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세계적으로 뷰티 시장의 매장 내 구매율 (오프라인 구매율)은 최대 85%에 달했지만 코로나 이후 약 30%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음과 동시에 전자상거래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전반적으로 20~30% 증가했는데, 이와 관련해 아마존의 판매기록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뷰티 전제품에 대한 판매량은 7~8%가량 증가했으나 색조화장품은 오히려 -1%의 마이너스 성장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작년 말에 화장을 일상적으로 하는 여성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아도 90%가 마스크 착용 시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마스크를 써서 보이지 않으니... 립스틱을 바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입술을 칠할 바에는 구강청결제를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마스크 쓴 자국대로 얼굴에 뭐가 나서 짜증나 ㅠ.ㅠ


  립스틱과는 반대로 뷰티 업계 중에서도 스킨 케어 관련 제품군 및 헤어, 네일, 아이메이크업 관련 판매량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가 불러온 또 다른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른바 ‘마스크 뷰티(Mask Beauty)’가 뷰티 시장 전반을 관통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고가의 기초화장품류 매출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황에 ‘립스틱 효과’ 대신 ‘마스크 효과’가 생겨난 것입니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하며 피부트러블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올리브영의 지난해 하반기 기초 화장품류 판매량은 상반기 대비 68%나 급증했으며 색조화장품 시장에서는 ‘마스크 메이크업’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아이메이크업 제품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하반기 아이메이크업 매출은 상반기보다 무려 19% 가량 증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립스틱으로 대표되는 립 틴트류 시장은 9% 성장하긴 했지만 기초제품군과 아이메이크업보다는 신장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도 있습니다. 이른바 '마기꾼'이라는 단어인데요, 이는 마스크+사기꾼 두 단어의 조합으로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라 외적 변화가 큰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해당 단어 사용의 적절함 여부와 별개로 마스크 착용에 따른 노출 부위를 집중해 꾸미는 상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뷰티 업계에서는 이런 유행을 빠르게 캐치해 아이메이크업 관련 상품을 모아 추천하는 등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자 하는 마케팅을 꾀하고 있습니다.



극한의 화려함 + 깨끗한 자기 관리


  가까운 미래에 마스크 시대가 막을 내릴 수도, 혹은 평생을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생활화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의 유행과 함께 위생과 세정, 깨끗한 자기 관리에 대한 중요도가 대두되면서 이 인식이 전 세계 백신 접종 이후에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얼굴의 반을 가리는 이 마스크 시대에도 사람들은 어떠하나 방식으로든 자신을 꾸미고 개성을 표현하며 치장하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마스크와 마스크 스트랩이 유행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이외 부위에 대한 뷰티 상품군 매출이 늘어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위드 코로나,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대해서 감히 추론해보자면 앞으로의 뷰티 트렌드는 '코스메슈티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화장품을 의미하는 ’코스메틱(Cosmetic)'과 의약제품 혹은 의료산업을 통칭하는 ‘메디컬(Medical)'의 합성어인 ’코스메슈티컬‘은 미용과 의학이 합쳐진 ’혼합 산업‘군으로서 국내외 뷰티 기업들과 의료계의 새로운 진출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탈마스크 시대에는 그동안 못해왔던 다양한 색조 화장을 더욱 화려하게 하고 싶어하는 보상심리가 작용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오랜 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를 관리하며 트러블을 해결해 화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다양하고 두꺼운 화장품을 씻어내는 세정제품 라인에 대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사회가 다시금 도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 이정운

cloud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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