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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뮤지컬, 무대의 온기가 식지 않도록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8기 이민희


코로나 위기를 견뎌내며


   끝나지 않는 코로나 사태로 지난 1년 동안 한국 뮤지컬 산업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46일 동안의 개막 연기 끝에 올해 2월 막을 올렸다. <명성황후>도 프리뷰 공연 세번 만에 폐막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시작했다. 개막 전부터 스타 캐스팅 유명했던 <맨 오브 라만차>의 탑메인들은 기약 없는 기다림에도 출연 번복 없이 꾸준히 모여 연습에 매진했다. 해당 뮤지컬을 포함한 수많은 작품의 주·조연 배우가 스스로 몸값을 낮췄고, 제작사들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기다리며 결국 관객을 만났다. 이는 공연을 계속해야 한다는 뮤지컬계의 바람과 의지가 하나로 모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명성황후>의 개막 연기 공지


   힘겨운 상황을 열심히 이겨내고 있는 뮤지컬 산업은 코로나로 인해 나름의 변화를 겪었다. 예컨대 오프라인 공연의 대안으로서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하지만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짐에 따라 오프라인 공연도 다시 성행하고 있고, 뮤지컬 공연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즐기고자 하는 관객들의 본질적인 니즈는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은 ‘오프라인 공연’을 중심으로 그리고 특히 ‘고객 경험’ 차원에서, 코로나로 인한 뮤지컬 산업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관객 입장에서 그동안 코로나 사태에 맞게 변했거나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지점들을 미시적인 관점에서 다뤄볼 것이다.



서비스 측면, 고객을 더 배려하여


1. 좌석 예매 시스템


   변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뮤지컬 공연장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관객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 사이사이에, 예매가 불가능한 빈 자리를 만들어 관객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코로나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에 더하여 한 작품의 공연 시즌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할 수 없기에, 거리두기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 시 일정 좌석의 티켓 예매가 일괄 취소되는 ‘가변석’ 제도도 생겨났다. 관객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어려운 티켓팅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 제도가 됐지만, 무기한 공연 연기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라고 본다.


거리두기 좌석제와 가변석 제도


   개선 방향

   하지만 이러한 거리두기 좌석제에도 불구하고, 티켓 예매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온라인이 중심이 되었는데 뮤지컬 시장은 10~20년 전 상황에 멈춰서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예매한 티켓을 우편으로 받거나 현장에서 반드시 표로 교환해야 한다. 거리두기 좌석제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시작 전 공연장 로비에서 만원버스처럼 붐비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 ‘거리두기가 다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환경 속에서, 뮤지컬 업계도 오프라인 공연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면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모바일 티켓, 바코드 인식을 통한 입장 등의 디지털 전략을 통해 로비와 관객석 사이 인원을 적절히 조절하면서도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이는 비단 코로나 상황 속 관객들의 안전 확보 뿐만 아니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관객의 불편함을 줄이고 공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될 거라 예상한다.


2. MD(기념품/굿즈) 판매


   변화

   앞서 언급했듯 인기 있는 뮤지컬 공연장에 방문하면, 로비는 여기저기 줄을 서고 있는 관객들로 꽉 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티켓 발권을 위해, 관객석 입장을 위해, 포토존 촬영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이 곳곳에 있고, 또 하나의 이유는 공연 MD(공연과 관련된 기념품이나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MD 판매가 뮤지컬 시장에서 나름 강력한 수입원으로 작용하는 와중, 코로나 상황에서 뮤지컬 업계는 이러한 관객 내 혼잡과 대면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MD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입을 한 뒤 택배로 받는 방식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맷> MD 판매 공지


   개선 방향

   하지만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 MD의 수는 여전히 매우 적고, 아직까지는 거의 오프라인으로 구입해야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봄 <위키드>, <맨 오브 라만차>, <그레이트 코맷> 등의 뮤지컬 작품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위 세 작품 모두 온라인 MD 판매처가 없어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수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대기했던 기억이 난다.

앞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 역시 디지털화가 시급하다. 일부 제작사에서 시행하는 온라인 MD 판매를 조금 더 대중화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굿즈를 구매한 뒤 택배로 받거나 관극 날 현장에서 받아가는 등 관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MD 판매 전문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거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여 인터파크와 같은 대행사에서 보다 많은 MD 판매를 기획하고 실시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MD 구입 뿐만 아니라, 오페라글라스를 대여하거나 주차권을 발급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서 줄을 서는 상황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측면, 고객을 또 다른 경로로


   변화

   코로나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뮤지컬의 무대를 다른 방식으로 넓히는 모습들 또한 나타나고 있었다. 단순히 무대를 촬영하는 온라인 공연을 벗어나,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 웹 뮤지컬이나 작품을 분석하는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공연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멀어진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10명의 배우가 각자의 집에서 연기하고 촬영해 제작한 웹 뮤지컬 ‘킬러파티’, 소설가 김영하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원작인 '돈키호테'에 얽힌 배경 지식과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ENK 뮤지컬컴퍼니의 '킬러파티', OD 컴퍼니의 '맨오브라만차 뽀개기' 콘텐츠


   개선 방향

   사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점 뮤지컬 제작사가 관심을 쏟고 있는 지점이어서 명확한 개선점을 꼽긴 어려운데, 하나를 고르자면 여전히 그 콘텐츠의 소재가 아직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웹 뮤지컬이나 지식 사전 등의 예시는 소수의 사례이고, 대부분 공연 실황을 영상으로 단순히 담아낸 콘텐츠 위주로 제작되고 있다.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예컨대 공연 중인 작품을 각색해 만든 뮤직 드라마, 뮤지컬 배우와의 인터뷰, 뮤지컬 작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공연장 백스테이지의 모습 등이 있겠는데) 이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공연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뮤지컬에 크게 관심 없었던 일반 대중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홍보 효과도 얻어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공연이 계속될 수 있도록


   뮤지컬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많은 관객들이 뮤지컬을 통해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지점들을 짚어보았다. 뮤지컬에서의 고객 경험은 공연 자체의 러닝타임 이외에도, 공연을 기다리고 보내주는 시간 속에서의 경험을 포함한다. 작년 말에서 올해쯤 제작사 대표들이 모여 뮤지컬제작자협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더 나은 뮤지컬 제작 환경과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공연이 계속돼야 무대의 온기가 식지 않는다!



연세대 불어불문 이민희

2mini031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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