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백지현
근래에 DIY, Do It Yourself 열풍이 불어왔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제품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완제품으로 소비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현대에는 획일적인 완제품보다도 소비자가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을 거쳐 제품을 완성하는 DIY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직접 내 취향을 애정과 정성을 담아 저렴한 가격으로 무엇이든지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점에서 DIY 유행이 찾아온 것이다. 이런 DIY 문화를 적극 반영한 스냅스는 온라인 홈페이지, 혹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포토북, 사진 인화, 포토카드는 물론 스티커, 폰케이스, 컵과 같은 생활 용품까지 직접 사진을 넣어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위 4가지의 쉽고 간편한 과정을 통해 직접 제작한 제품을 집까지 간편히 배송받을 수 있다. 휴대폰 사진첩에 사진을 보관하는 편리함에서 나아가 과거와 같이 사진을 인화하여 실물 사진을 소유하고자 하는 최근 사용자들의 심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사용자는 직접 사진관을 찾아가지 않고도 사진을 인화할 수 있고, 제품 제작 업체에 연락하지 않고도 원하는 방식대로 스티커, 포토카드, 폰케이스 등을 취향껏 제작할 수 있다.
10~20대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자신의 '최애'가 담긴 포토카드, 키링, 그립톡 등의 굿즈가 인기이다. 이는 현재 Z세대만의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90-2000년대 초반에도 문구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브로마이드를 구매해 본 경험은 한 번쯤은 있을 것이고, 더 거슬러올라가면 8-90년대에는 연예인 책받침이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굿즈'는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최근의 생겨난 잠깐의 유행이 아닌 범시대적이고 보편적인 팬십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스냅스는 포토카드, 키링, 등신대, 슬로건 등 다양한 굿즈 제품 제작을 제공하며 팬심을 확보하고 있다. '#굿즈' 카테고리를 따로 구성하여 굿즈 판매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굿즈는 누군가의 팬이 소비의 주체이기 때문에 다른 상품들보다도 특히 소비자의 애정과 관심이 중요하고, 스냅스는 이런 특징을 반영하기에 안성맞춤인 플랫폼이다. 스냅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좋아하는 사진으로,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직접 애정을 담아 나만의 제품으로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애정을 담아 직접 만든 굿즈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집 앞까지 받아볼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K-POP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으며,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블랙핑크, BTS가 북미 음반 시장에서의 큰 성장을 거두며 북미에서의 케이팝 시장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빌보드 핫 100 차트는 미국 내 음악의 대중적 인기를 나타내는데, BTS는 빌보드 차트에서 1위 차지하였다. 블랙핑크는 북미 지역 최대 음악 축제로 꼽히는 코첼라(Coachella)의 초청을 받고 그 무대가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중계되기도 했다.
이처럼 북미 시장에서 케이팝에 대한 반응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으며, 이미 북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의 경우 미국 주류 시장의 중요한 관문들을 통과하고 있다. 과거 케이팝 세대에서는 쉽게 기대할 수 없었던 북미 시장이 케이팝 아이돌의 새로운 무대가 되어가는 것이다.
미국에서 케이팝이 성장세라는 것은 수치적으로도 증명된다. 미국 빌보드와 MRC 데이터가 공동 발표한 '2020 미국 음악시장 연말 결산 리포트'에 따르면, BTS의 '맵 오브 더 솔 : 7'은 2020년 미국에서 실물 앨범으로만 64만6000장이 판매되었다. 또한 방탄소년단이 2020년 8월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다이너마이트'는 지난해 130만 건 이상 판매로, 작년 유일하게 100만건을 넘겨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음원으로 기록된다. BTS 외에도 케이팝그룹 'NCT 127'이 작년 발매한 '엔시티 #127 네오 존'은 24만9000장의 판매량으로 미국 시장에서 실물 앨범 판매량 6위에 올랐다.
케이팝 시장의 확산과 더불어 굿즈와 같이 팬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 커지면서 하나의 산업으로 발달했고, 이와 같은 산업을 팬더스트리(fan+industry)라고 부른다. 미국 시장에서도 케이팝이 성장한다면, 팬덤이 늘어날 것이고 팬더스트리가 성장하는 것 역시 머지 않은 일이다.
해외에서의 굿즈문화는 어떨까? 스타 영상 메시지 서비스인 스타리와 셀러비를 비롯, 팬들이 만든 K팝 굿즈를 전 세계 팬에게 중계 판매하는 등이 해외의 굿즈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스타리의 경우 해외 팬들이 65%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K팝 스타 투표 플랫폼인 ‘스타플레이’는 현재 150여국에서 약 330만명이 이용자가 존재한다. K팝 팬덤 경제 규모는 8조원대(IBK 기업은행 추정)를 넘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POP의 성장과 팬덤의 성장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비단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팬더스트리 역시 미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유럽 각국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에서의 스냅스의 성장을 기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미국 동종업계 시장의 규모
스냅스와 동종 업계 시장인 온라인 사진 시장의 경우, 북미의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크다. 특히 미국의 셔터 플라이는 국내 시장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매출 규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온라인 사진 시장 자체가 미국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큰 온라인 사진 시장 규모를 가진 미국의 소비자들이 이미 이와 같은 플랫폼에 익숙하며, 온라인 사진 시장에서의 소비에도 작은 시장 규모를 가진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2. 셔터플라이와는 확연히 다른 스냅스
물론 스냅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사진 플랫폼인 '셔터플라이'와의 경쟁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스냅스에게는 미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닌 셔터플라이와는 확연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위 두 사진은 각각 스냅스와 셔터플라이 공식 홈페이지의 상품 카테고리이다. 명칭 상의 차이는 있지만 두 플랫폼 모두 포토북, 사진, 생활용품, 홈 데코, 달력 등 비슷한 제품을 제공한다. 하지만 스냅스에는 있고 셔터플라이에는 없는 확연히 다른 카테고리는 바로, '#굿즈' 카테고리이다.
위 두 사진에서는 스냅스의 차별성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개인의 추억이나 초대, 감사 카드가 주력 제품이며 굿즈 상품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이 없는 셔터플라이와는 달리, 스냅스는 굿즈 카테고리 내의 다양한 굿즈 상품들을 홍보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두 플랫폼은 온라인 상으로 사진을 주문하여 여러가지 형태로 제작해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스냅스에게는 셔터플라이에는 없는 주력 상품인 굿즈가 존재한다.
3. 스냅스와 American 팬더스트리
스냅스가 미국의 팬더스트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은 간단하다. 이미 온라인 사진에 익숙한 미국 팬덤에게 스냅스에게는 있고 기존의 타 플랫폼에는 없던 굿즈 제품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온라인 사진 플랫폼에 익숙한 미국 팬더스트리 내의 소비자들에게, 주력하는 굿즈 상품 라인이 있는 스냅스는 DIY 굿즈 구매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또한 스냅스는 기존의 미국 온라인 사진 서비스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며 품질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제품의 원가를 비교해보면, 벽걸이 달력의 경우 셔터플라이는 $44.99, 스냅스는 22,900원으로 약 2배 정도의 차이가 나고, 휴대폰 케이스의 경우 셔터플라이는 $44.99, 스냅스는 7,400원~22,900원의 가격대이다. 또한 스냅스의 김성경 대표의 말에 따르면 스냅스는 좋은 종이, 6도 인쇄, 자동화된 생산 시설 등 일정한 품질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가를 아끼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스냅스는 미국 시장에서 LOW PRICE, HIGH QUALITY의 위치를 점유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온라인 사진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 스냅스의 차별성을 강조한다면 스냅스는 미국의 팬더스트리 내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고, 큰 시장 규모는 소비를 이끌 것이다. 케이팝 시장이 지속적으로 미국에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머지 않은 미래에 내가 만드는 나만의 굿즈 '스냅스'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연세대 경영 백지현
wlgustt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