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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인 디지털 휴먼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유희재


파괴적 혁신

 

 모든 '신박한' 혁신이 '파괴적'이지는 않다. 

 파괴적 혁신은 자원을 적게 가진 소기업이 기존의 안정된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도전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의 기업은 전보다 더 나은 품질을 원하는 주류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존속적 혁신'을 이루는 한편, '파괴적 혁신'을 하는 신규 기업은 그 기업이 간과한 고객층을 공략해 적절한 기능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를 발판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제품이 기존의 주류고객이 요구하는 높은 품질을 달성하게 되어 주류고객이 기존의 기업에서 신규기업으로 이동할 때 기존시장의 파괴가 일어나고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을 만한 '파괴적 혁신'을 이룬 기업의 사례로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는 우편을 통한, 연체료가 없는  DVD 대여 서비스에서 시작해 당시 주류기업이었던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DVD대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 인터넷 환경의 발달에 발 맞춰 '블록버스터'가 신경쓰지 않았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여 대여 서비스를 귀찮게 여겼던 非소비자까지 시장에 끌어들이면서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 시장까지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3년 이내 근미래에 우리는 어떤 파괴적 혁신을 예측할 수 있을까? 정확히, 어떤 신규산업이 적절한 제품을 통해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나아가 주류산업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필자는 파괴적 혁신의 정의에 근거해, 근미래에 '디지털 휴먼 산업'이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300만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이 사람이 가짜라고?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페이지

 300만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88만명 이상의 틱톡 팔로워, 26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가진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는 19살의 브라질계 미국인이고 현재 LA에 거주한다. 

 그녀는 모델와 뮤지션을 겸직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는 주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이나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을 업로드한다. 

  릴 미켈라는 노숙자, 난민 여성, 유색 인종 등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음악업계를 위해 펀딩을 진행했다. 

 다양한 피드에서 릴의 댓글을 발견할 수 있고 디엠과 피드 댓글을 통한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인 그녀는 이 시대에 완벽한 셀럽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 사람이 아닌 디지털 휴먼이다. 

릴 미켈라를 창조한 미국 스타트업 기업 브러드(Brud)는 그녀를 실제 사람과 유사하게 모델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아'를 부여했다. 

 따라서 릴 미켈라에게도 남자친구, 정치적 견해, 성격이 있을 뿐 아니라 정체성 혼란(로봇과 인간 사이에), 자신을 만든 회사 Brud와의 갈등, 심지어 출생의 비밀까지 있다. 



 실제 인간과 비슷한 외형에 비슷한 입체적 캐릭터를 갖춘 릴 미켈라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패션/뷰티 분야에서 메가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면서 프라다, 겐조, 타미힐피거, 샤넬과 같은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하여다.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 광고는 게시물 하나당 1000만원이고 작년 한해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130억원에 달한다. 그녀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실제 인플루언서에 필적할 만한 인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케이스다.  



디지털 휴먼, 사람과 어디까지 비슷해질 수 있을까?


디지털 휴먼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현시점 디지털 휴먼의 외형은 1998년에 출시된 사이버 가수 '아담'의 외형과 비교했을 때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디지털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 이마, 로지 등은 정지된 사진(인스타그램 피드 사진)에서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외형을 보인다. 

일본 가상 인플루언서 '이마'

물론 움직이는 동영상에서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지만 그들이 형성한 팬덤과 SNS세계에서의 성공적인 자리잡음에 입각해 인간을 어설프게 닮아서 생기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넘었다고 볼 수 있다. 근미래에는 동영상에서의 그래픽도 보다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휴먼은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가상 인플루언서, AI 인플루언서라는 단어적 특성 때문에 디지털 휴먼의 뇌는 AI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릴 미켈라를 만든 스타트업, 브러드의 인터뷰를 보면 릴 미켈라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팀, SNS 소통 팀, 패션 팀, 캐릭터 디자인 팀 등으로 세분화되어있다. 릴 미켈라와 댓글 혹은 디엠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은 실제 인플루언서와 비슷한 말투와 반응을 보여서 놀랄 수 있다. 결국 그녀의 인격은 사람이 담당하기 때문에 릴 미켈라의 모든 행동은 인간적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특성 덕분에 수많은 팬을 거느릴 수 있었다. 



디지털 휴먼은 엔터 사업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릴 미켈라의 인기는 과연 해프닝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다. 디지털 휴먼은 인플루언서/연예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이 느끼는 고충을 해소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근본적 숙명


사람을 상품화하는 엔터텐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그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해야하는 2가지 지점이 있다. 


 첫번째로, 사람은 통제하기 힘든 상품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능동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다. 따라서 그들이 하는 돌발 행동을 기업 차원에서는 통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종종 뉴스를 통해 대형사고를 치고 주가가 하락한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을 봤으리라. 문제는 연예인 개인은 1인 기업이 아니라서 연예인 1명의 주가 하락은 해당 비즈니스에도 막심한 타격을 줄 밖에 없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계약을 진행한 기업은 언제나 해당 연예인의 평판 하락을 걱정할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엔터테인먼트의 구조 특성상 연예인 개인이 너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연예인의 비용이 높다.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콘서트, 방송, 음원, 광고 등)가 제작/유통되기 위해서 다양한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연예인 한명의 개런티가 스태프 임금의 전체를 합친 것보다 큰 경우가 많다. 다른 연예계 종사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수익을 얻는 이유는 그들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써 컨텐츠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에게 큰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연예인/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위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그 고질적인 문제를 디지털 인플루언서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엔터테인먼트에 안착할 것이다. 


사람인듯 사람 아닌 디지털 인플루언서


우선, 디지털 인플루언서는 저렴하다. 마케팅 전문가에 따르면 릴 미켈라의 경우, 그녀가 실존하는 모델이었을 경우 인스타그램 피드 하나당 가격은 14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였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이 실제로 1000만원인 것을 감안했을 때 디지털 인플루언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비슷한 인기를 이용하게 할 수 있다. 


두번째,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행동은 그것을 창작한 기업이 조종한다. 릴 미켈라만 해도 그녀의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직원만 3명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의 실수가 존재하다 하더라도 '개인 차원'에서 벌어질 해프닝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광고 계약을 원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예인 보다 디지털 인플루언서에게 더 큰 안정성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고객층


 첫 문단에서도 언급했듯이 파괴적 혁신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기존 산업의 주요 고객층이 신규산업으로 이동했을 때이다. 디지털 휴먼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그들의 고객층은 신선한,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얼리어답터, MZ세대였다. 하지만 그들은 본인만의 세계관을 갖춰나갔고, 팔로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인기의 지변을 넓혔다. 최종적으로 디지털 인플루언서들은은 다양한 기업에서 광고를 진행하면서 기업도 그들의 고객으로 포섭이 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요 고객층은 연예인들은 좋아하는 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거대한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소수의 아이돌에 불과하다. 그들의 주요 수입원이자 고객층은 광고를 진행하는 기업이다. 만약에 기업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략이 위와 같은 점 때문에 디지털 휴먼쪽으로 옮겨간다면 기업의 SNS 협찬에서 디지털 휴먼이 상당수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의 버츄얼 인플루언서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입체적인 캐릭터 구축을 위한 스토리텔링, 고유의 목소리, 감각적으로 꾸며진 SNS 등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결국에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뇌는 AI가 아니라, 여러명의 인간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단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예상하기로는, 디지털 인플루언서의 시장이 커진다면 연예계에서 종사할 만한 인재가 디지털 인플루언서에게 포섭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연예계에서 속해 여러가지 부담을 감수하면서 얻는 이익이 디지털 휴먼 사업에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얻는 이익보다 작다면 자연스럽게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자원인 사람도 디지털 휴먼 사업으로 옯기리라 예상한다.

 

 주류 고객인 기업의 선호와 엔터네인먼트 산업의 자원이 디지털 휴먼쪽으로 쏠린다면 기존 시장은 뒤틀리고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연세대 경영 유희재

alley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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