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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축구 디바이스가 아마추어 곁으로, 사커비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정승훈

지난 9월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왓포드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왓포드VS울버햄튼의 경기에서 황희찬 선수가 EPL 데뷔골을 터뜨렸다. 왓포드의 바흐만 골키퍼가 급하게 황희찬의 슈팅을 쳐냈음에도 골라인 판독기(호크아이)는 골을 선언했고, 이내 심판의 손목시계에는 ‘GOAL’이라는 진동이 울렸다. 이때 사용된 호크아이라는 기술은 경기장에 설치된 초고속 카메라를 통해 공이 완전히 골라인을 넘었는지 판단하고 이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뿐만 아니라 축구에는 경기 및 훈련 과정에서 다양한 IT 기술이 활용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는 공식적으로 시행된 비디오 판독심(VAR), 근거리무전통신(NFC) 칩이 내장된 축구공이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특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로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이루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의 융합이 가속화되었는데, 특허청에 따르면 축구화, 분석기록 장치, 정강이 보호대 등을 활용한 IoT 특허 출원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 이야기는 이 중에서도 선수들이 훈련 및 경기 시 입는 ‘검은 나일론 조끼’, 정확하게는 그 조끼에 들어가는 웨어러블 장비인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s)와 그 장비를 판매하는 국내 기업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EPTS 장비를 장착한 모습

프로 축구에서는 감독과 코치진은 EPTS 장비에 내장된 GPS, 가속도 센서, 회전 센서 등을 통해 선수들의 활동량, 최고 속도, 히트맵 등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정보를 훈련과 전술에 활용한다. 최근에는 아마추어 축구 시장에서도 기능이 간소화된 형태의 EPTS 장비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아마추어용 EPTS 장비로는 호주 카타펄트(Catapult) 사의 플레이어텍(Playertek)과 SPT사의 SPT2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비스랩에서 출시한 사커비(Soccerbee) 제품이 있다.

사커비 제품 라인업

유비스랩은 2017년 6월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며, 2019년 시드 투자를 받고 현재 Pre-A 단계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밝혔듯 유비스랩의 주력 상품은 아마추어를 위한 축구 분석용 웨어러블 GPS 트래킹 솔루션 사커비이며, 그 보조장치로서 베스트와 스티커, 방수팩 등을 포함한 스티키 팩도 판매하고 있다. 유비스랩은 <경기장 정보 자동 추출 장치 및 방법>이라는 국내 특허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사커비에 적용해 GPS에 기반한 사용자의 활동량 및 히트맵 데이터를 제공한다.

출처 사커비

GPS 데이터와 더불어 가속도 센서 기반의 최고속도 및 평균속도 등 개인 스탯도 제공받을 수 있으며, 모든 데이터를 무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커비는 팀 플레이어 11명이 모두 동시에 사용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선수단 전체의 움직임을 복기할 수 있으며, 어느 위치에서 주로 플레이가 이루어졌는지, 선수단 내 모두의 스탯은 어떤지 등을 알 수 있다. 이는 감독 및 코치진이 전술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선수단을 동기부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사커비를 사용하는 팀 중 하나인 K5 리그의 벽산 플레이어스FC의 플레잉 코치는 “선수 입장에서 사커비는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 된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필드에서 더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팀이 승리하고 개인 기록도 만족스러울 때 기쁨이 배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커비는 프로 축구의 기술을 아마추어 수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사커비는 실제로 축구, 풋살을 즐기는 아마추어 축구인들에게 주로 소비되고 있으며, FS슛타트, 알타리FC 등 전국의 아마추어 축구팀을 앰버서더로 활용해 국내 아마추어 축구 시장에서 그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이 강점에 공감하는 아마추어 축구인들이 더욱 많아지며 사커비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신감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축구의 인기이다.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이며, 국내에서도 거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에 축구부가 존재하고 대학에서는 많으면 20여 개의 축구 동아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의 조기 축구 클럽 등은 축구가 평생 취미로 자리잡는데 일조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그 인기가 계속해서 더해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는데, SBS ‘골때리는 그녀들’ 방송과 함께 풋살장 및 축구장에는 여자 축구의 비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 여자 대학생 아마추어 축구대회 (K리그 K-Win컵) 등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되는 것 또한 그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 이슈로 축구인들의 시선이 유튜브, OTT 등 온라인 미디어로 옮겨오며 사커비의 온라인 마케팅이 날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축구채널 중 하나인 ‘이스타TV’의 구독자는 202년 7월 이래 11만 이상의 구독자가 증가했으며, ‘이거해조 원희형’ 채널 또한 약 9만의 구독자가 증가했다. 

출처 : 유튜브 분석 사이트 블링

또한 해외축구를 중계하는 OTT인 스포티비나우(SPOTVNOW)와 쿠팡 플레이(Coupang Play) 등도 구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사커비 측은 축구인들이 모이는 양 미디어에 광고를 집행하고 있으며, 아마추어 축구인들이 온라인 미디어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이 마케팅은 여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축구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둘러싼 기술의 발전이다. 메타버스 중 하나인 로블록스에는 Super Striker League, Kick off 등의 축구 게임이 존재한다. 

이때 사용되는 메타버스 캐릭터에 사커비의 데이터를 접목해 실제 본인과 비슷한 선수를 플레이할 수 있다면 재미가 더해질 수 있다. EA sports의 FIFA 시리즈에는 커리어모드라는 인기있는 게임 기능이 있으며, 이 모드에서는 유저가 생성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에서도 사커비의 데이터를 연동해 커리어모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IoT 측면에서 더 발전하여 유저의 능력치에 따라 현실 축구에 있어 필요한 아이템을 추천해주거나 소모품을 자동 주문하는 등 커머스적 측면도 더해질 수 있다. 사커비가 개인화 디바이스인 만큼, 맞춤형 훈련을 위한 물품 등을 소개하는 데 강점을 가질 수 있다.

기존의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던 IoT 디바이스를 아마추어 축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도 축구인으로서 방송을 보며 관심을 가졌던 사커비를 기회가 된다면 한 번 활용해 보며 우리 팀이, 그리고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처럼 아마추어 축구 시장에서 온라인 미디어와 메타버스 등이 발전하며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특허 기반의 기술과 함께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사커비, 그리고 유비스랩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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