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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동네, 성수동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유희재

팝업스토어가 열렸대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동네는 다름 아닌 성수동일 것이다. 확실히 성수동에는 팝업스토어가 많이 열리긴 한다. 지금도(작성 날짜 3/23)  LG 전자에서 성수동에 ‘어나더 키친’ 팝업스토어가 진행 중이고 다음 달 4월에는 신한카드의 아트페어와 NCT 드림의 앨범 발매 기념 팝업스토어가 열릴 예정이다. 


출처=LG 전자

 요즘 기업들은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으로 성수동을 낙점하는 일이 많아졌다. 모나미, 기아, 아모레퍼시픽도 최근에 성수동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뿐만 아니라 샤넬, 루이뷔통, 에르메스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 같은 대형 미디어 기업까지, 그들의 선택은 모두 성수동이었다.


성수동: MZ세대의 성지


 성수동이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MZ세대는 성수동을 ‘핫플레이스’라고 인식하고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MZ세대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크게 3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성수동은 지리적인 접근성이 높다. 정확히는,  ‘원조 핫플레이스’들과 성수는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압구정에서 차로 10분 거리, 한남동과는 바로 맞닿아있고, 대학가 상권이 발달한 건대나 5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와 지하철 2-3 정거장 거리에 위치한다. 따라서 ‘핫플레이스’를 많이 다니는 MZ세대에게 성수동은 다른 데서 놀다가 이동하기 쉬운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성수동은 다른 상권과는 구분되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강남처럼 널찍한 대로변에 신축 건물이 세워져 있는 모습이 주를 이루지 않는다. 대신, 성수동의 건물은 낡고 거친 오래된 건물과 폐공장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기능이 상실된, 옛 건물들을 젊은 예술인들과 청년 크리에이터와 같은 배고픈 혁신가들은 외형은 그대로 살리되 갤러리, 카페, 복합 문화시설 등 용도에 맞게 공간을 재생시켰다. 이렇게 낡고 거친 감성이 남아있는 성수동을  MZ세대가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감성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는 성수동에서 그들은 느껴보지 못한 특유의 7080의 레트로 감성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살 게 많이 없어도 괜찮다. 그들에게 성수동은 기존의 트렌드 메카인 명동, 가로수길 강남과 비교했을 ‘구매하는 공간’ 보다는 ‘즐기는 공간’으로 포지셔닝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 사진은 성수동의 랜드마크인 대림창고다. 물류공장이었던 과거의 외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대림창고로 가면 80년대 성수의 과거와 22년 현재의 성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성수동은 오히려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혼잡한 공간을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MZ세대는 사람이 밀집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전통 상권(명동, 혜화, 홍대) 보다 한남, 성수 등 신흥 핫플에 몰리는 경향을 띠고 있다. 특히 성수동의 상권은 서울숲 갤러리아/뚝섬역/성수역으로 상권이 흩어져있고 한강과 서울숲과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의 접촉이 다른 핫플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즉, 성수동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변모된 ‘공간’에 대한 니즈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코로나 발생 전이 1구간, 코로나 발생 시점이 2구간, 코로나 발생 이후가 3구간이다. 이 자료는 코로나 발생 전후 주요 핫플의 매출 변화율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서술한 성수동의 지리적 접근성, 고유의 분위기와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성수동은 MZ세대가 많이 찾아오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성수동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동네는 외지인에게 인기 있을  뿐만이 아니라 탄탄한 배후 수요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초고급 초고층 아파트인 아크로, 갤러리아 포레, 트리마제가 들어서면서 성수동은 신흥 부촌화 되어가고 있는다. 고급 주거 기반의 상주인구는 지역 인구 자체의 구매력이 높아 자생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성동구청에서는 스타트업 유인 정책으로 세금 감면, 용적률 완화와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지식산업센터 신규 분양이 줄줄이 자리 잡으면서 대기업과 스타트업, 첨단 산업 업체 등이 서울 강남과 경기 판교를 떠나 성수동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패션 분야의 ‘유니콘'으로 꼽히는 무신사, 차량 공유 업체 ‘쏘카' 등 유수의 스타트업과 대형 연예 기획사 SM과 현대차 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등의 대기업이 성수동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이 성수동 이마트 본사가 있었던 자리로 사옥을 이전할 예정이다.


 유망한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나 벤처 기업들도 성수동으로 몰리고 있다.  성수동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이 지역 내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정도이다. 성수동의 탄탄한 배후 수요에 이 같은 직장인 수요도 역할을 하고 있다.


요약

    성수동은 장사가 잘 된다

        -     2030이 사랑하는 핫플레이스

        -     하루 종일, 매일 사람이 많은 주 7일 상권 


성수동의 아성은 계속될 것인가?


 성수동은 확실히 MZ세대 사이에서도, 기업에서도 트렌드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여느 상권이 흥망이 있었던 것처럼 성수동은 과연 계속 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을 것이다. 

  

 역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일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빈민가에 중산층이 유입되면서 지대가 상승하여 원주민이 쫓겨나고 고급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상이 되는 지역은 배고픈 혁신가들이 거주하면서 만들어낸 동네만의 독특한 매력이  ‘핫플레이스'라고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이 대거 유입되는 곳이다. 돈을 따라 대기업 브랜드가 동네를 차지하면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동네 자체가 획일화되고 고유의 매력이 퇴색하게 된다. 가로수길이 매출 하락과 공실 증가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모습이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출처=부산광역시 홈페이지

 

 하지만, 성수동은 나름 젠트리피케이션을 잘 방어하고 있는 편이다. 이는 구청의 노력과 성수동 상권의 지리적 특성 덕분이다. 성동구청은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선포했다. 이 조례는 건물주와 ‘상생 협약',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공공 안심 상가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상생협약의 경우 건물주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을 이해시키고 임대료 상승을 자제하겠다는 서명을 받아낸 협약이다. 


 또한, 성수동은 하나의 중심 도로에서 형성된 상권이 아니라 3개 역(서울숲역, 뚝섬역, 성수역)에 걸쳐 넓게 퍼져있는 상권이기 때문에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명 매장 간의 거리가 크고 아직 성수동에서 개발되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성수동에는 공간이 진입할 공간이 충분히 많다. 

  

 이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성수동은 임대료 인상률이 상한선인 5% 이하를 로 유지되고 있다. 자본가들이 성수동에 몰리더라도, 성수동의 특색을 살렸던 배고픈 혁신가들이 공존할 여지가 충분하다. ‘성수동’이라는 트렌드는 특유의 색과 지금의 인기를 충분히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블루보틀 성수


출처=블루보틀 홈페이지


 성수동의 매력을 선제적으로 캐치하고 일찌감치 자리 잡은 브랜드는 다름 아닌 미국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blue bottle)이다.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은 손님이 주문하면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갈아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리는 ‘슬로 커피’하다. 기존의 커피시장을 답습하던 문화와 다른 가치를 내세우며 블루보틀은 커피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전 세계 68개의 매장만으로 미국에서는 2만 8000개의 매장을 가진 스타벅스의 경쟁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 소식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1호점으로 강남이 아닌 성수를 선택한 것은 이례적인 뉴스였다. 강남은 일평균 80만 명의 유동인구를 자랑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 세대가 가장 많이 모여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해외 브랜드에서 한국에 첫 입점으로 가장 많이 낙점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나열된 성수동의 장점을 고려하면 블루보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성수동 입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동네 특유의 한적함과 여유, 프리미엄 커피를 소비할 수 있는 구매력, 스타트업 자체로서의 입지(블루보틀도 스타트업이다!)를 생각했을 때 꽤 현명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블루보틀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이 상당히 성수스럽다.


 성수동에 녹아든 전략도 인상적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블루보틀은 흰색 계열의 바탕에 푸른 로고가 있는 모던한 느낌의 외관과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가 특징적이다. 하지만 블루보틀 성수점은 외관부터가 성수동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벽돌이다.  내부 디자인은 인더스트리얼(industrial)한 인테리어로 공간을 성수동과 어울리게 설계했다. 


블루보틀 성수, 그러나 정작 성수동 사람들에게는 낯선


  그러나, 아쉬움 점은 블루보틀의 주요 고객은 성수동에 찾아오는 외부 MZ세대에 한정되어있다는 점이다. 성수동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블루보틀 성수는 항상 인스타그래머블한 MZ세대로 북적이고 커피가 나오는 시간도 짧지 않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수동 주민과 성수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은 블루보틀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 유행은 바뀌고 버즈는 영원하지 않다. 강남역에 쉑쉑 버거도 오픈 초기에는 줄이 길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처럼 블루보틀도 이러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성수동 주민과 직장인도 블루보틀의 매력을 느끼게 해야 한다.  


블루보틀 성수, 성수동 주민들의 삶에 스며들어야 할 때


 이를 위해 필자는 성수동의 아파트 내 커뮤니티와 성수동에 자리 잡은 기업들에게 블루보틀 콜드 브루나 원두를 납품하는 것을 제안한다. 비록 블루보틀에 간 적은 없지만, 블루보틀의 가장 큰 강점인 맛과 퀄리티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는 스페셜티 브랜드를 지향한 스타벅스의 2000년대 전략에서 착안한 것으로 스타벅스는 자사의 원두를 다양한 경로로 유통하여 스타벅스의 고객이 아니더라도 간접 경로로 스타벅스의 원두를 맛보게 하여 고객으로 유인했다. 


 마찬가지로 블루보틀 역시,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인 맛을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이를 테면 줄을 선다던가..) 경험하게  수 있다면 매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그들도 블루보틀의 가치에 공감하며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걸음을 이동할 것이다. 해당 전략을 시행한다면 지금도 여전히 인기 많은 블루보틀이 MZ세대에게 받는 사랑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고객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연세대 경영 유희재

alley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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