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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매장에 제품 사러 가나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리아


오프라인 리테일, 이제는 변해야 할 때


전년 동월 대비 오프라인 성장률이 가장 낮았던 2020년 3월ⓒ산업통상자원부

    2020년의 코로나19는 오프라인 리테일을 매우 곤란하게 만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매달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즉 무려 7개월 동안 오프라인 유통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꾸준한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기 이전부터 이커머스의 발달로 무섭게 파이를 늘려가는 온라인 리테일로 인해, 오프라인 리테일이 변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오프라인 리테일이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기를 만들었다. 대변혁의 트리거를 당긴 것이다.



    오프라인 리테일은 온라인 리테일이 가지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음'에 대항할 그들만의 강점을 찾아야 했다. 오프라인 리테일에 시공간의 제약이 있다는 것은 고객이 시간을 내어 정해진 위치의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고객이 직접 방문하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온라인 상의 UX 보다 훨씬 오감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리테일은 온라인 리테일과의 차별점으로 '고객 경험'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닌,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현대서울 5F 사운즈 포레스트 ⓒ더현대서울

    2021년 2월, 국내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이 오픈했다. 더현대서울은 공식 명칭에서부터 ‘백화점'이라는 상품 판매 관련 단어를 제외하고, 내부 플로어를 식물로 가득 채운 ‘사운즈 포레스트'를 구성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기존의 백화점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했다. 이렇게 오프라인 공간의 변화를 시도한 더현대서울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MZ세대를 3천만 명 이상 유치하였고, 개점 1년 만에 매출 8천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개점 첫 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체험형 공간 전략은 충분히 유효해 보인다.

*관련기사: "더현대 서울, 1년 만에 매출 8천억 돌파…내년 1조클럽 가입" (뉴시스, 2022.02.27)


    또한, 당연하게도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2021년 6월, 구글은 뉴욕에 첫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 ‘구글 스토어'를 오픈했고, 같은 해 9월, 도쿄에 위치한 유니클로 긴자점은 12층짜리 건물 전체를 체험형 공간으로 리뉴얼했다. 이처럼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에서도 알 수 있듯, 오프라인 리테일 공간의 활용에 있어 색다른 고객 경험은 꽤나 주요한 요소가 되었다.





젠틀몬스터가 제안하는 퓨처 리테일


    체험형 공간으로써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곳으로 ‘젠틀몬스터'를 빼놓을 수 없다. 젠틀몬스터의 오프라인 매장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퓨처 리테일'을 제시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젠틀몬스터의 최우석 공간 파트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과 퓨처 리테일을 구분 짓는 잣대는 ‘감정적 자극'이라고 말했다. 소비하는 경험 자체를 문화를 향유하는 행위로 만들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의 조도부터 사운드까지 여러 요소를 활용해 다채로운 감각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브랜드의 세계관을 연결한 퓨처 리테일을 꿈꾸다: 하우스 도산" (스페이스, 2021.04)


    2021년 2월에 오픈한 하우스 도산은 젠틀몬스터의 퓨처 리테일의 시작점이다. 잠깐 이 공간을 살펴보자.

하우스 도산 1F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의 1층 라운지는 프레데릭 헤이만과 협업한 3D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층 전체를 제품 구매의 공간이 아닌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했다는 것에서부터 과감함이 느껴진다.


하우스 도산 2F ⓒ젠틀몬스터

    2층과 3층은 젠틀몬스터의 전용 공간이다.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가 취급하는 안경과 선글라스를, 각각의 특성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층을 나눠 구성했다고 한다. 2층 안경의 공간은 미니멀하고 절제된 무드를 테마로 하였고, 이와 대비하여 3층 선글라스의 공간은 사내 로봇 연구소에서 제작한 육족 보행 로봇인 ‘The Probe(더 프로브)'를 활용해 과감한 무드를 표현했다.



젠틀몬스터 홍대점 SACRIFICE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는 하우스 도산 이외에도, 홍대점 ‘SACRIFICE’에 정원에서 탄생한 ‘신의 눈'을 테마로 하여 공간을 구성하였고, 스타필드 하남점에 ‘자기 유사성'을 테마로 다양한 확장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일관적인 공간 구성이 아닌 지점마다 테마의 구별을 두어 한 브랜드에서도 고객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하우스 도산, 제가 한 번 체험해보겠습니다


    2022년 3월 27일, 필자가 직접 하우스 도산에 방문해보았다.

하우스 도산 팝업 스토어의 인기 ⓒ박리아

    주말 오후에 방문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하우스 도산에는 굉장한 인파가 몰려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현재 새로운 시즌을 기념하여 팝업 스토어 이벤트를 진행 중에 있어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번 팝업 스토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의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찍으려면 무려 "5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일보 후퇴하기로 했다..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는 풍경들 ⓒ박리아

    위의 사진은 1층과 2층의 중간층에서 촬영한 것인데, 해당 층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이곳에서도 1층에 조성된 공간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도록 망원경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망원경을 통해 미니어처로 구성된 것들을 하나하나 구경하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세세한 디테일까지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우스 도산 3F The Probe ⓒ박리아

    2층과 3층 젠틀몬스터 매장에서 여러 안경과 선글라스 제품들을 시착해볼 수 있었고, 사진으로만 봤던 전시물들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특히, 가장 궁금했던 더 프로브 로봇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그러한 점에서 젠틀몬스터가 표현하고자 하는 전위적인 감각이 성큼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아주 소심하게 움직이는 로봇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점을 방문하고 난 후, 필자에게 가장 크게 남은 느낀 점은 "정말 재미있었다."이다. 매우 직관적인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러 들어간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이었다면 흔히 느껴볼 수 없는 감정이다. 하우스 도산에서 층별로 산뜻하게, 또는 도전적으로 구성된 공간들과 구조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라식을 해 전혀 관심 밖이던 안경이지만 이 공간에서는 안경을 써보지 않을 수 없었고, 계속되는 재택근무에 햇빛 볼 일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머리 위에 선글라스를 걸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시험 삼아 착용해본 안경과 선글라스들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곧 구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nstagram @m_juhaa


" 디자이너 친구가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고 하기도 했고, 제니랑 콜라보 한 이번 시즌 선글라스를 실물로 보고 싶어서 방문했어요! 그리고 젠틀 가든 팝업 스토어가 인스타 피드에 많이 올라왔었는데, 동화 속 세상 같고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만 감상하기에 아쉽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보러 가서 고양이와 악수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구경하다 왔어요." (하민주, 대학생)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점을 방문한 고객을 인터뷰해 본 결과,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은 제품 구매 뿐만이 아니라 체험에 대한 목적을 함께 가지고 이 공간으로 방문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곳에 방문한 사람들은 조성된 공간을 체험하고, 공간을 활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SNS에 기록한다. 위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사용된 "나들이"라는 캡션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리테일에서라면 과연 사용될 수 있는 단어였을까?





퓨처 리테일, 그 결과는


#젠틀몬스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분석을 통해 젠틀몬스터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았다. 2021년 2월, 하우스 도산을 오픈하면서 누적 포스트 수가 꾸준히 상승하여 현재는 게시물이 30만 개에 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로지 오프라인 매장 오픈에 의한 해시태그 수치의 상승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젠틀몬스터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대부분의 인기 포스팅이 젠틀몬스터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찍은 사진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확실하다.


    또한, 젠틀몬스터의 오프라인 공간 활용은 한국의 지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능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젠틀몬스터는 중국 백화점의 아트 디렉팅을 담당하기도 하였으며, 현재 하우스 도산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하우스 상해'를 오픈하는 등 중국, 타이완, 미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고객들에게 그들만의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에 있어, 젠틀몬스터의 구진영 파트장은 젠틀몬스터가 공간 브랜딩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기보다 모두 본질의 제품인 아이웨어를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관련 기사: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10년 만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됐을까?" (BrandBrief, 2021.09.10)


    젠틀몬스터 역시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2020년에 전년 대비 38% 하락한 1434억의 매출액을 기록하였지만, 2021년에 그 매출액을 3000억 원 까지 끌어올렸다. IB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는 기업이기에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속되는 팬데믹의 상황에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변화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온 젠틀몬스터가 이루어낸 결과이다.





퓨처 리테일의 퓨처를 위해서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좋은 성과를 내왔던 젠틀몬스터의 퓨처 리테일이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 지점을 ‘고객 방문의 지속 가능성'에서 찾았다.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을 통해 살펴본 검색량 추이를 보면, 젠틀몬스터에서 하우스 도산을 개점하고 크게 인기를 끌었던 2월부터 7월까지는 많은 검색량을 보이지만, 이후로는 최근 새로운 시즌 제품을 공개하기 이전까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또한, 하우스 도산 역시 3월까지 상승하다가 이후로 서서히 줄어드는 검색량 추이를 보인다. 물론 바이럴에 의한 순간적 수치임을 감안해야 하는 점은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지점은 여전히 중요해 보인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들에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지만, 그 ‘새로운' 경험도 두 번째 방문하는 고객에는 새롭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모델인 제니와 함께 ‘젠틀 가든'이라는 테마로 하우스 도산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러한 형태로 주기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이전에 방문한 고객도 재방문을 고려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의 팝업스토어 이벤트는 한정된 지점에서밖에 개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고객들이 꾸준히 방문할 수 있는 전략은 필요하다.


    오프라인 매장에 꾸준히 고객을 불러들이는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고객들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는 이유인 ‘경험'을 이루는 요소에는 ‘소통’, ‘상호작용'이 있다. 따라서, 젠틀몬스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이 직원 또는 디지털 매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최적의 안경/선글라스를 제안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를 제안한다. 사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문 직원에게 제품을 추천받는 방식은 여러 곳에서 흔히 시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 젠틀 몬스터에는 그러한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 젠틀몬스터의 주요 제품인 아이웨어는 본래 사람의 전체적인 얼굴 형태와 이목구비를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안경과 선글라스를 시착해볼 수밖에 없는 현재, 이러한 추천 시스템이 오프라인 매장까지 방문한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각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되었을 때, 이는 젠틀몬스터 고객들은 팝업 스토어와 같은 이벤트가 없는 기간에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하는 주요 요인이 되어줄 것이다.





젠틀(gentle)한 몬스터(monster)라니..


    잘 생각해보면 이름에서부터 역설과 과감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장 속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젠틀몬스터의 오프라인 매장을 더 많은 곳에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연세대 경영 박리아

riapar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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