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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고객을 배고프게 하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1기 권지수

2014년, “허니버터칩” 대란을 기억하시나요? 단짠단짠의 대명사 허니버터칩의 맛에 홀려 전국 동네 편의점과 마트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각 판매점에서는 소비자에게 대기번호를 나누어 주거나 다른 비인기 상품과 끼워 팔기도 하고 인당 판매량을 제한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존 가격의 4~5배 가격으로 되파는 “리셀”까지 등장하고 소비자들은 이 과자를 구매하면 SNS를 통해 친구들 혹은 지인들에게 자랑하는 모습도 많이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스포츠조선

아마 많은 독자분들이 위 글을 읽으며 비슷한 요즘 트렌드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최근 품절 대란의 주인공,  “포켓몬 빵”입니다. 이 두 상품에는 과연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이 둘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소비 트렌드 “득템력”과 이를 유발하는 “헝거 마케팅”입니다. 



득템력이란?


평소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득템은 보통 게임에서 쓰이는 단어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은 상황을 얻을 ‘득’ (得) 자와 아이템 (item)의 ‘템’자를 합쳐서 표현한 단어입니다. 거기에 힘 ‘력’ (力) 자까지 더해져 만들어진 “득템력”, 과연 무슨 뜻일까요?

출처: 이미지투데이

“득템력 (Gotcha Power)”이란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구매하기 어려운 희소성이 짙은 상품을 차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단어로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선정한 2022년 키워드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상품은 더 이상 타 상품과의 차별화를 이루어낼 수 없고, 구매 능력을 가진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상품은 흔한 상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득템력에서 중요한 요소는 오로지 비싼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하는 “지불 능력”이 아닌, 소유 자체가 어려운 희귀한 아이템을 획득하는 “득템 능력”입니다. 


득템력이 트렌드로 떠오른 배경에는 “과시욕구”가 존재합니다. 작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단기간에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다수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과시욕구는 기존의 단순 경제력에 대한 흔한 과시로부터 희소성이 짙은 물건을 구매할 정도의 정보력과 트렌드 이해력, 시간 등에 대한 더 특별한 과시로 옮겨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출처: SBS ‘Pick Up! 트렌드 스페셜’

득템력과 헝거 마케팅


이렇듯 바뀐 소비 트렌드로 인하여 기업은 제품 기획 단계에서 단지 가격대와 품질만을 고려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제는 “득템력”을 불러일으킬 만한 획기적인 제품의 기획과 소비자가 그들의 정보, 시간, 정성 등을 총동원하여 물건을 “득템” 하도록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 개발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마케팅적 관점으로 전환하여 득템력을 살펴보면 소비자 수요보다 적은 물량만을 공급해 소비자를 배고프게 만드는 “헝거 마케팅”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정 제품의 판매수, 판매 기간, 판매 장소, 판매 가격 등 다양한 조건을 한정하여 소비자들을 굶주리게 만드는 헝거 마케팅을 활용하고 이는 곧 소비자들 사이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득템력과 과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스타벅스, 고객을 배고프게 하다.


한국 스타벅스의 굿즈 상품은(MD 상품과 증정용 사은품) 헝거 마케팅을 대표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보이며 소비자들의 득템력 심리를 자극합니다. 1999년에 국내 처음으로 이화여대에 1호점을 오픈한 스타벅스는 해외에서 판매 중인 텀블러, 머그컵 등의 MD 상품을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자인팀을 신설해 열쇠고리, 머들러, 코스터, 우산 등 다양한 품목의 MD 제품의 개발과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그들이 펼치는 “헝거 마케팅”으로, 제품의 희소성을 높임으로써 소비자의 득템력 심리를 높이는 데에 있습니다. 특정 굿즈가 아무리 인기 있고 품절 대란이 일어난다고 하여도 스타벅스는 생산 수량을 무한정 늘리지도 않았으며 구매 기간 또한 더 연장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굿즈를 아무리 사고 싶어도 판매 수량과 기간을 놓치면 구매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굿즈 대란을 일으켰던 스타벅스의 굿즈 한 가지를 예로 들면, 2020년 여름 시즌에 e프리퀀시 이벤트 상품으로 출시한 서머 레디 백과 서머 체어가 있습니다. 시즌 음료 3잔과 17잔의 기본 음료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이었으나 굿즈의 수량과 판매 기간을 제한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의 득템 심리를 건드렸으며, 많은 소비자들이 굿즈를 갖기 위해 열광하였습니다.


출처: 스타벅스코리아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기업의 굿즈 상품의 매력도를 더욱 높여 매출에도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가져옵니다. 스타벅스는 헝거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는 대신 굿즈 출시의 빈도수를 높임으로써 MD 상품의 매출은 매년 약 20%씩 신장되고 있으며, 굿즈 상품이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이는 2020년 스타벅스코리아 매출 1조 9284억 원 중 2000억 원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매출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총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스타벅스의 헝거 마케팅에 대한 의견


아무리 소비자들을 굶주리게한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면 상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스타벅스의 헝거 마케팅은 어떻게 소비자들을 자극할 수 있던 것일까요? 앞서 언급한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브랜드와 상품의 가치를 올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2021년 4월 커피전문점 브랜드 평판 분석'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의하면, 브랜드 평판 1위 기업은 다름 아닌 스타벅스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는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정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브랜드 평판을 가진 스타벅스는 타 기업보다 한 수 쉽게 헝거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해당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첫째로 마케팅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들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된 예시인 스타벅스의 2020년 서머 이벤트 사은품을 위해 어떤 한 고객은 마시지도 않을 커피 300잔을 주문한 뒤 사은품만 가져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예상 밖의 소비 행동은 곧 ‘스타벅스의 소비 심리를 부추기는 마케팅 전략, 정말 괜찮은가?’에 대한 의문점으로 번지기도 하였습니다. 


둘째로 요즘 부각되는 스타벅스 굿즈의 ‘가짜 친환경’ 논란이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며 기존의 플라스틱 빨대에서 종이 빨대로 변경하기까지 하였으나 기업의 지속적인 굿즈 제작 및 판매, 득템력 심리를 부추기는 헝거 마케팅 전략은 결국 오히려 환경을 해치며 이는 기업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행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만연합니다.


또한 2021년 8월, 단 한 달간 신상 굿즈 상품을 7개나 선보이는 행보를 보이는 등 최근 스타벅스는 굿즈 출시 빈도수를 현저히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과 우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거 스타벅스는 시즌(계절)별로 제품이 나왔던 거 같은데, 지금은 매주 나온다”, “이쯤이면 커피가 아니라 굿즈 전문 기업”, “출시 빈도가 짧아져서 그런지 디자인이 아쉬운 굿즈도 늘었다” (인터뷰 출처: 조선일보)라며 자주 출시하는 굿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적절한 기획과 마케팅의 결합이 굿즈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졌으니 효과적이었던 것은 맞으나, 굿즈 판매를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커피 브랜드로서의 스타벅스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 지속적인 헝거 마케팅의 단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기업이 충분히 공급을 수요에 맞추어 소비자에게 제공을 할 수 있지만 의도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공급 부족 상태로 만드는 것이므로 결국 소비자의 분노를 유발할 수 있기에 항상 유의해야 합니다. 




스타벅스의 향후 전략 제안


앞서 말했듯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이 1순위인 헝거 마케팅 전략은 위와 같은 기업의 부정적인 인식이 계속해서 심어지면 결국 더 이상 헝거 마케팅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헝거 마케팅의 성공을 위하여 스타벅스는 브랜드의 이미지  상승 전략을 추가적으로 기획해야 하고 앞서 발견되었던 친환경 전략의 모순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경영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적되었던 헝거 마케팅의 단점은 보완하지만 희소성은 감소시키지는 않는 형태로 둘의 균형을 잘 맞추어 획기적인 마케팅을 고안해 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어떤 식의 헝거 마케팅을 기획해야 할까요? 먼저, 소비자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 너무 잦은 굿즈 출시는 오히려 브랜드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커피 브랜드로서의 아이덴티티 또한 잃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굿즈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오직 스타벅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료를 기획하고 이를 위해 헝거 마케팅을 활용하여 매출을 올리는 전략으로 흘러가야 할 것입니다. 2021년 상반기 신상품으로 출시되어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해당 메뉴를 지금과 같이 상시 메뉴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 시즌 한정 메뉴로 제한하여 주기적으로 출시를 하게 되면 비 시즌 동안 해당 음료를 못 마셨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음료가 재출시 되었을 때 화제가 되고 음료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보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고, 또 음료의 다양화는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스타벅스는 굿즈 판매를 위한 헝거 마케팅보다는 음료 판매를 위한 헝거 마케팅에 집중하여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득템력을 돋구어야 할 것입니다.




연세대 창의기술경영 권지수

kwonjeesoo2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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