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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같은 가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1기 조형택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는 인턴기자 주현영,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본부장 이호창, 수능 한국지리 일타강사 문상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MZ세대가 열광하는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란 무엇인지, 왜 MZ세대는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기업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피식대학, BDNS)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란 무엇인가?


 본래 하이퍼리얼리즘은 미술 용어로, 리얼리즘에 하이퍼가 추가된 의미 그대로, 극 사실적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예술적 경향성을 지칭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미디 장르의 새로운 정체성을 설명하는 용어로 의미가 재정착 되었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란, 현실에서 볼 법한 상황들을 그대로 재현하여 영상에 담아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이 얼마나 핫하길래?


(인턴기자 주현영의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쿠팡플레이)

 인턴기자 주현영은 잘 하고 싶지만 아직 미숙한 20대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표현한 캐릭터이다. 반드시 발표를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점, 대비하지 못한 추가 질문에는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뭐 감사합니다.”와 같은 말실수를 한다는 점,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무슨 말이든 하려 할 때 나오는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 등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초년생들의 특징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인턴기자 주현영이 처음으로 등장한 영상은 현재 무려 700만 조회수를 넘겼으며, 이후 업로드 된 주현영이 등장하는 다른 영상들도 잇따라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장기연애 – 모텔이나 갈까 콘텐츠 썸네일, 숏박스)

 유튜브 채널 숏박스는 첫 영상이 업로드된 지 약 5개월여 만에 구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골드버튼이라는 성과를 이루었다. 숏박스의 주요 콘텐츠는 2030세대가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중점으로 콩트를 연기하는 약 2~5분 길이의 짧은 영상이다. 특히 지난 1월 13일 업로드된 ‘장기연애 – 모텔이나 갈까’영상은 조회수 600만을 돌파했으며, 해당 영상 이후 구독자수가 20일 만에 약 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소셜 네트워크의 ‘하이퍼리얼리즘’ 관련 언급량 추이, 생활변화관측소)

 수치적인 근거 또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2019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소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리얼리티’관련 언급량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하이퍼리얼리즘’ 관련 언급량은 2021년 1분기까지 눈에 띄게 성장한 이후 계속해서 높은 언급량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콘텐츠 시장 전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MZ세대는 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MZ세대가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대표적인 특징은 디테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의식하지 않았지만 분명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세심한 포인트들에서 MZ세대들은 ‘편안한 공감’을 느낀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유행하기 전, ‘연애의 참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와 같은 극단적인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와 ‘하트시그널’ 등 현실에서 보기 힘든 완벽한 사람들이 서로 사랑을 찾아가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들은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큰 문제점이 있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는(현 보이스오브유) “코로나 19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세상에 넘쳐나는 가짜 정보와 포장된 현실에 싫증을 느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때 MZ세대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이다. 실제 현실을 잘 반영한 캐릭터나 콘텐츠는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인 내용이나 과한 감정소비보다는 편안함과 애착을 느끼게 한다.

(MZ 세대 특징, 이코노미조선)

 또한, 주로 유튜브라는 채널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MZ세대는 재미를 매우 중시한다. 재미있었던 영상을 공유하고 확산하기에 용이한 콘텐츠 형태이며, 그러한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활용하기 때문에, MZ세대들은 반복적으로 검색-탐색-공유의 과정을 거치며 재미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반영하는 기업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여러 기업의 마케팅 부서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     콘텐츠 내 유료광고 포함


 유튜브 콘텐츠 내 유료광고는 해당 콘텐츠와 동떨어지거나 너무 적나라한 광고라는 측면에서 많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맥주 브랜드 CASS에서는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유투버 숏박스의 콘텐츠 내 유료광고의 형태로 마케팅을 진행하여 콘텐츠에 적절하게 녹아드는 광고를 진행할 수 있었다.

 ‘대리니ㅁ 할말ㅇㅣ씁ㄴ다’ 라는 제목에서부터 술 취한 느낌을 풍기는 해당 콘텐츠는 한 직원이 술 취한 상태로 상사에게 전화해 말 못하던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상 마지막에 사실은 논알콜 맥주였다는 반전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알코올 함유 맥주라고 착각할 만큼 맛있는 논알콜 맥주라는 이미지를 잠재고객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대리니ㅁ 할말ㅇㅣ씁ㄴ다’ 콘텐츠 내 논알콜 맥주 광고, 숏박스)

2.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제작


 기업에서 직접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KCC건설 스위첸의 ‘문명의 충돌’ 이라는 영상은 소변이 묻은 변기를 보며 더럽다고 화내거나 에어컨을 켤지 끌지의 문제로 다투는 부부들이 쉽게 공감할 만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상은 후반부로 갈수록 “좋은 거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그래도 뭐 맛있는 거 먹으면 같이 먹고 싶은 사람” 과 같은 따뜻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함께 지어가는 집. 가족은 그렇게 태어납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해당 광고는 대한민국광고대상과 서울영상광고제에서 모두 금상을 수상했으며, 여느 건설사들과는 다르게 집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문명의 충돌, KCC건설 스위첸)

3.     광고 모델로의 활용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내의 캐릭터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기도 한다. 부담스러운 눈빛과 오그라드는 말투로 독보적인 비호감 캐릭터를 구축한 카페사장 최준은 캐릭터에 걸맞게 실제 커피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CU는 즉석 원두커피 브랜드 CAFÉ GET의 사장이 최준이라는 컨셉의 광고를 제작하였으며, 해당 영상은 CU의 다른 영상 대비 2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CAFE GET을 잠재고객들에게 재치있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CU카페사장광고, CU[씨유튜브])

4.     콘텐츠와 연관된 제품 출시


 기업들은 단순 광고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캐릭터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본부장 이호창은 재벌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한 느낌과 약간의 허세를 부리는 묘한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김갑생할머니김은 캐릭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성경식품의 성경김은 피식대학과 협업하여 가상의 브랜드였던 ‘김갑생할머니김’ 제품 2종을 실제로 출시했다. 제품 포장 겉면에는 본부장 이호창의 사진이 걸려있고, 김갑생명예회장의 명언인 ‘양념으로 얼룩진 흰 쌀밥을 감싸줄 수 있는 것은 김 한 장이다’라는 문구도 실제로 프린트 되어 있다. 해당 제품은 출시된지 한달도 되지 않았을 때 매진되었으며, 이후 구매 예약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덩달아 본사 제품인 지도표성경김의 매출도 늘며,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와의 협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로 출시된 김갑생할머니김, 샌드박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와의 협업 방향성


 위의 협업 방식들 모두 좋은 홍보효과를 가져왔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요소만을 핵심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고객들이 일회성 구매에 그치기 쉽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구매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려면, 고객에게 상품의 니즈를 각인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와의 협업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핵심은 일상에서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콘텐츠 내 캐릭터가 일상에서 겪는 혹은 겪을 만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면 잠재고객들의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피치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초년생 주현영 기자 캐릭터와 스피치 앱 및 패스트캠퍼스와 같은 자기계발 인터넷 강의 서비스의 콜라보, 사투리가 너무 입에 굳어서 상대방과의 소통이 어려운 피식대학 유튜브 내 한사랑산악회의 김영남 캐릭터와 발음 교정 서비스의 콜라보가 있을 수 있다.



편안한 공감,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재미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편안한 공감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재미’라는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이퍼리얼리즘만의 극현실적이라는 특성을 살려서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캐릭터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세계관 구축과 동시에 기업이 큰 홍보효과를 볼 수 있는 윈윈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연세대 화공생명공학 조형택

taegshtae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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