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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커뮤니케이션의 탄생, 팬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0기 황정아


티파니와 팬톤이 함께 구현해 낸 Pantone1837


Tiffany&Co.는 보석의 색을 단 한 가지 색상으로 정의했고, ‘티파니 블루’라는 색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수많은 경쟁 비즈니스 속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 하에서 색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를 고안하는 초기부터 의미를 담아 색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색으로 표현한 아이덴티티는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언어의 장벽을 낮추는 데에 큰 효과가 있다. 특히 색은 보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더해지기 때문에 브랜드 감성을 표현하는 데에 더욱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하에서 팬톤은 컬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색을 완벽하게 구현해주는 도구


팬톤은 인쇄 회사 직원이던 로렌스 하버트가 인수하여 오늘날까지 운영하고 있는 색채 전문 기업이다. 팬톤이 개발해 판매한 ‘팬톤 매칭 시스템’은 특정 컬러에 일련번호를 붙인 것으로 일종의 ‘색의 표준’을 제시한다. 디자이너가 ‘어떤 회색’을 원하더라도 컴퓨터 화면이나 인쇄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회색이 나오는데, 팬톤의 컬러 칩에 적힌 특정 번호를 이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회색’을 얻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을 색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필요했기에 모든 사람이 같은 색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 팬톤을 언어와 다름없다고도 말한다. 


팬톤 컬러 칩

디자이너 이동인 디렉터는 “팬톤 덕분에 모두가 같은 색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팬톤이 지정한 색상 번호만으로도 얘기하고자 하는 색이 정확히 전달된다”고 말했다. 위너의 ‘센치해’, 레드벨벳의 ‘덤덤’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이문영 미술 감독은 “결정적 순간에 모든 색을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팬톤 컬러 칩이다. 남에게 색을 설명할 때에는 늘 팬톤 컬러 칩을 활용한다. 팬톤 컬러 칩을 사용하는 이유는 색을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그 컬러 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색의 표준인 셈이다.”라며 팬톤을 언급했다.



예술이 아니라 과학


P.O.P(유사점)

물론 팬톤이 가장 처음 문을 열었지만, 현재 색을 정의하고 시스템화하는 데에 있어 팬톤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색채 시장을 공략하는 경쟁자는 수두룩하다. 팬톤과 유사한 방식으로 색을 표준화한 일본의 DIC 시스템도 그 중 하나다. 실제로 팬톤 잉크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인쇄 환경에서는 DIC 컬러 칩이 더 잘 맞을 수도 있으며, 팬톤이 처음 국내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색상 수 또한 DIC가 앞섰다. 면과 폴리에스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뉴욕의 SCOTDIC Colours(스코트딕 컬러즈) 또한 패션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팬톤 컬러 칩

P.O.D(차별점)

팬톤이 이러한 경쟁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안정된 색을 도출할 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는 점이다. 선정현 디자이너는 벤자민 무어, 르코르뷔지에, 랄프 로렌에서 나오는 컬러 칩도 모두 사용해 보았지만, 그들의 색에는 브랜드와 인물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팬톤 칩은 개성이 없고 숫자로 표현되어 있어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일종의 문자처럼 색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팬톤은 가장 처음 데이터 마이닝을 사용해 트렌드를 예측한 회사 중 하나이다. 색이 숫자로 둔갑하자 특정 컬러에 대한 수요를 추적하고 시장을 모니터링 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팬톤 관계자는 팬톤이 하는 일은 예술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말한다.

추가적으로, 지금부터 설명할 타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 모습과, 업계 관리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점 또한 경쟁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팬톤은 오직 컬러칩만을 출시해 판매한 다른 색채기업들과는 사뭇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타 산업에 팬톤이 불러온 변화


팬톤의 색 표준은 인쇄 산업에서 점차 타 산업으로도 확장되어 나갔고, 예상치 못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여러 나라의 국기에 사용하는 색을 공식화 하기도 했고, 준보석의 색상과 가치를 측정하는데 사용되기도 했으며,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의 모자이크 타일을 보수하는 공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팬톤은 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간 이식수술 전에 간의 지방 수치를 색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색표집을 개발해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팬톤 플라스틱 칩

색 표준이 진출한 또 다른 분야는 패션, 홈, 인테리어다. 색이 핵심으로 작용하는 산업은 그래픽 디자인 뿐이 아니며, 색은 종이 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팬톤은 마침내 면 형태의 색을 보여주는 패션&홈+인테리어 라인을 출시했으며 플라스틱 칩 라인도 출시해 소비자층을 더욱 공고히 했다. 

팬톤색채연구소의 연구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색상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연구하고 공유함과 동시에 브랜드를 상대로 다양한 컬러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최적화한 커스텀 컬러 서비스 색상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 컬러 트렌드 예측, 고객의 컬러 선호도 조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Pantone, Color of the Future

색채 전문 기업들은 일반 소비자에게 소구되는 대상은 아니다. 전문가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업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팬톤을 포함한 여타 색채 기업들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러나 팬톤은 이 같은 자신들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일상에서도 팬톤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팬톤 올해의 색


실제로 팬톤은 소비재가 아님에도 많은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국 디자인과 절묘한 마케팅을 통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발 빠른 브랜드들은 해가 채 바뀌기도 전에 팬톤과 손잡고 ‘올해의 색’을 적용한 신상품을 쏟아낸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탄생한 팬톤 유니버스의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은 팬톤이 더 이상 전문가와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팬톤 호텔&팬톤 카페

추가적으로 팬톤은 팬톤 호텔과 팬톤 카페를 만들어 익숙한 공간에 자연스럽게 팬톤의 철학을 녹였다. 팬톤 호텔은 7개의 층마다 각기 다른 컬러 테마를 적용해 투숙객이 취향에 맞게 객실을 고를 수 있게 했다. 이용자들은 호텔 로비에서 팬톤 컬러 설탕, 샴페인 등을 즐길 수 있다. 컬러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여 팬톤 호텔은 이용자 모두 저만의 방식으로 팬톤을 소비할 수 있다. 모나코에 위치한 팬톤 카페에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와 스낵은 팬톤의 고유 번호와 함께한다. 냅킨, 물병, 커피 머신과 카페 외관까지 모두 팬톤 컬러를 머금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곳에서 팬톤의 가치를 눈 뿐만 아니라 맛으로도 기억하게 된다.

팬톤 유니버스가 제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들

지금까지 팬톤이 시도한 변화 외에 앞으로도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방법으로는 색깔 NFT가 있다. 이는 기업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는 색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할 수 있으며, 색을 활용하던 기존 상황에서 색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다. 

그래픽 디자인,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를 넘어 더 넓은 개념의 건축과 문화 산업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업에서 색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팬톤은 비즈니스 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세상에 색을 알리고 있다. 색채를 사용하는 전문가를 넘어선 일반 대중에게도 색상계의 강자로 거듭나며 컬러 트렌드를 주도할 팬톤의 미래를 기대한다.



연세대 경영 황정아

jenniferh70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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