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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는 한 끗 차이,
에어비앤비의 유연한 사고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1기 조형택


숙박시설이 없는 시가총액 100조 숙박업체


 숙박시설이 없는 시가총액 100조의 숙박업체가 있다. 바로 숙박시설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이다. 에어비앤비가 숙박시설 하나 없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코로나라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시장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에어비앤비, 중앙일보)




에어비앤비, 숙박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기존의 숙박업은 보유하고 있는 숙박시설에 고객들이 방문 및 숙박을 함으로써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숙박시설을 가지고 있어야하며, 여분 숙박시설이 있다고 해도 직접 광고를 하거나 공인중개사를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번거로운 산업 분야였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도입함으로써 숙박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플로우, 경기연구원)


 에어비앤비는 자체 숙박시설을 보유하는 대신, 개인의 집이나 방을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에게 연결해준다.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임대할 집과 관련된 정보를 올려놓으면, 여행객이 이를 보고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에어비앤비는 집주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이렇게 공유경제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은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공유경제는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과거의 품앗이, 그리고 아나바다 운동도 공유경제의 한 형태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공유경제는 ‘연결성’의 측면에서 과거의 공유경제와 차별점이 있다.                    


(다양한 공유경제 사례의 비교 분석)


 에어비앤비의 핵심은 공유경제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다. 과거에 존재했던 품앗이나 아나바다 운동은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지인 간에만 공유가 이루어지거나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만 공유가 이루어지므로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연결성이 매우 떨어진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공유경제는 디지털 기술과 융합되어 유휴자원을 가진 공급자와 자원이 필요한 수요자의 연결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공유경제는 현대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에어비앤비의 등장 이후 다양한 다른 산업에서도 공유경제를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었다.

  에어비앤비의 등장으로 숙박업과 여행경험의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다. 여행객의 선택의 폭은 호텔, 리조트, 모텔 등의 전형적인 숙박시설만이 아닌 다양한 곳에 위치해 있는 개인의 집까지 매우 넓어졌으며, 개인 유휴시설만 있다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대신 에어비앤비에 호스트로 등록하는 간단한 방식을 통해 개인도 숙박업에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에어비앤비의 성공 요인,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라!


(초창기 에어비앤비 웹사이트의 모습)

 에어비앤비가 서비스를 런칭하자마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독특한 서비스로 인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들은 직접 고객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뉴욕으로 넘어가 에어비앤비 사용자와 집주인 40여명을 만났고, 이들의 의견을 토대로 서비스를 개선했다. 뉴욕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여행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직접 본인의 방을 등록하면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항목 별로 별점을 확인할 수 있는 후기 시스템, 대학내일)

 이후,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했다. 고객들의 가장 큰 니즈는 안전 및 신뢰 확보였다. 무엇을 믿고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자고, 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집을 빌려주겠는가? 에어비앤비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후기 시스템을 도입하고, 아이디와 프로필을 검증했다. 또한, 결제시스템의 보안을 강화하고, 24시간 상담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들의 또 다른 핵심 니즈였던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폰 앱서비스를 기획하였으며, 계속해서 UI를 개선했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 에어비앤비는 창업 3년 만에 샌프란시스코에 자체 사옥을 설립하고, 창업 7년 만에 추정 기업가치 약 26조원을 돌파하며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그렇듯 에어비앤비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로 인해 여행숙박업과 공유경제산업은 큰 타격을 맞게 되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이 두 산업의 교집합에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큰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전형적인 사고 방식이라면 이때 자사의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게 될까? SWOT분석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에서 에어비앤비의 상황을 확인해 보자.      

(전형적인 사고방식으로 도출된 SWOT)

 에어비앤비는 거의 모든 지역에,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의 숙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호텔과 같은 고급 시설 및 서비스 제공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여행숙박업의 큰 위기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이에 따라 기회요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전세계 국제여행객 추이 및 호텔리조트 시장 규모, 각 세계관광기구, 스태티스타)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이 여행숙박 산업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전세계의 국제여행객 추이를 보면 코로나 사태 전의 14억6600만에서 코로나 사태 직후 3억9800만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국제여행객이 약70% 감소한 수치이며, 특히 아시아의 경우 84%의 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전세계 호텔 및 리조트 시장 규모가 코로나 사태 전의 1조4700억에서 코로나 사태 직후 6100억 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보아 숙박업계가 큰 타격을 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다르게 생각했다. 서비스를 런칭할 때처럼 고객 분석을 면밀히 진행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문화가 바뀌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통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삼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다시 도출된 SWOT)

 우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여행지에 다녀오는 방식 대신 한 달 살기와 같은 장기 체류 트렌드가 전세계적으로 형성되었다. 사람들은 집을 오래 비울수록 집과 비슷한 공간에 있고 싶어하기 때문에 장기 체류 트렌드는 집의 형태로 다양한 숙소를 가지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된다. 또한, 줌과 같은 재택근무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업무 공간과 생활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에 따라, 여행의 유연성이 높아졌고 업무 공간이자 여행 공간으로 집 형태의 숙박시설을 활용하는 트렌드가 형성되었다. 마지막으로, 여행의 유연성이 높아지면서 전원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였다. 에어비앤비의 자체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2019년에 비해 2021년 전원으로 가는 여행자가 40% 이상 증가했다. 이는 대도시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에 숙소를 갖추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



에어비앤비, 다시 한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에어비앤비의 홈화면(좌)과 유연한 검색의 다양한 카테고리(우), 에어비앤비)

 기회를 포착한 에어비앤비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에어비앤비는 트렌드에 맞춰 ‘유연한 검색(I’m flexible)’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는 여행지를 먼저 설정하지 않고 곧바로 해변, 농장, 통나무집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숙소를 살펴볼 수 있는 기능이며, 여행 일정 또한 정확한 날짜를 입력하는 대신 주말 휴가, 일주일 휴가, 한 달 살기와 같은 방식으로 검색할 수 있다. 장기 체류 트렌드가 활성화되고, 여행의 유연성이 증대된 만큼 정확한 일정을 고려하기보다 여행자의 취향에 맞는 숙소를 제시하는 서비스이다. 유연한 검색 기능은 런칭 후 1년 간 5억회 이상 이용되었다.

 이렇게 에어비앤비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또 한 번 바꾸고 있다. 기존의 숙박시설 공유 플랫폼은 여행자가 계획한 지역과 일정에 맞춰 숙소의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해주는 수동적인 역할만 수행했다면, 이제는 먼저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시하고 여행의 영감을 만드는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TCO분석 :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


 필자가 직접 만든 TCO분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위기요인에서 기회요인을 찾아내는 데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TCO분석법)

 여기에서 핵심은 두 번째 단계인 고객 분석이다. 위기요인이 주어진 상황에서 변화된 고객의 심리와 행동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기회요인으로 전환가능한 고객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자사의 강점과 결합하여 새로운 전략을 도출해낸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TCO 분석을 통한 미래 에어비앤비의 전략 제시


 미래에 에어비앤비는 반드시 또 다른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TCO 분석을 통하여 미래에 예상되는 에어비앤비의 위기요인에서 기회요인을 찾아보고 적합한 전략을 생각해 보자.

(TCO 분석법을 활용한 미래 에어비앤비의 기회 요인 예측)

 여행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전문가들은 디지털 대체여행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 국내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랜선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코로나19 초반(2020년 1월~2021년 1월)에 비해 코로나19 중반(2021년 2월~9월)에 7%로 증가했다. 이에 더해, VR,AR,메타버스 기술은 점점 더 현실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달하고 있으며, 해당 기술들을 활용하여 국내 관련 공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현실의 관광명소를 메타버스에 구현해내고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여행 형태로 에어비앤비에게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화를 생각해 보자. 다양한 경험을 간편하게 하기 위해 장시간의 디지털 대체여행을 즐긴 소비자들은, 신체 전반적으로, 그 중에서도 특히 눈의 피로도가 매우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근교에서 조용히 휴식하기 적합한 장소에 대한 수요 증가라는 기회요인으로 연결된다. 보기만 해도 눈이 맑아지는 푸른 숲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면 눈의 피로도가 싹 풀릴 것이다. 해당 기회요인은 다양한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을 가지고 있는 에어비앤비의 강점을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숲 속의 작은 집. 홈텔캉스를 통해 눈의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하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필자는 호캉스도 아니고 홈캉스도 아닌, 홈텔캉스를 생각해 보았다. 홈텔캉스는 필자가 직접 생각해 본 용어로 홈+호텔+바캉스의 의미를 갖는다. 이미 숙소 내에서 조용히 쉬는 트렌드는 호캉스와 홈캉스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왔다. 하지만, 호텔처럼 비싸지 않으면서, 집과 같이 너무 익숙하지도 않은, 휴식을 취하면서도 적절히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홈텔캉스는 매력이 있으며 '근교에서 휴식하기 적합한 장소에 대한 수요 증가'라는 기회요인에 매우 잘 부합한다. 홈텔캉스라는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앱 내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면 에어비앤비는 미래의 위기 또한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는 한 끗 차이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기업이든 반드시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약점과 위기요인만 신경 쓰는 전략을 취한다면, 위기가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약점을 보완하여 겨우 위기를 넘기기만 할 것이다.

 만약 위기를 기회로 생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면, 다른 경쟁사들은 주춤할 때 오히려 시장을 선도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조형택

taegshtae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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