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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하는 올리브영, 시장 생태를 바꾸다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박소민 

습관처럼 너를 찾네, 올리브영.


 훤한 대로를 걷다 보면, 루틴처럼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형형색색의 뷰티,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가득한 이곳, 바로 올리브영이다. 친구를 기다리다가 지하철 역에서, 집에 가는 길에 그냥 한번 들려 본다. 어쩌다 세일이라도 하는 날엔 설레는 발걸음으로 지갑을 꼭 쥔 채 들어간다.  

 꼭 구매하지 않아도 좋다. 부담 없는 구경이야 말로 올리브영의 가장 큰 매력 아니겠는가? 적당히 무심하고 친절한 직원, 편한 테스트 환경. 이런 낙원이 따로 없다. 각종 트렌디한 제품들을 둘러보다 보면 세련된 라이프 스타일을 체득하는 느낌. 지금 유행하는 그 제품, 바로 여기에 다 있다.



요즘 화장품, 어디서 사세요?



(출처:https://www.news1.kr/articles/?3620267)


필자의 이 루틴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화장품 유통 채널 중, 올리브영에서 지출한 금액 비중은 전체의 65.2%로 압도적이다. 이 수치는 타 헬스 앤 뷰티 스토어[1]인 롭스, 랄라블라는 물론이고 에뛰드, 미샤 등 로드샵 브랜드에서 지출한 금액 합보다 큰 것이다.


 설문 참여자들은 응답의 이유로 ‘매장의 접근성’, ‘다양한 제품군’,’ 우선 들리면 살 것이 생긴다.’등의 이유를 꼽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양상은 과거 뷰티업계 ‘로드샵 전성시대’가 이제는 저물어 감을 보여준다.


그 많던 로드샵은 어디로 갔을까?

 https://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958451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명동 길거리엔 한 로드샵 브랜드 매장이 1호점, 2호점, 많게는 5호점까지 즐비했다. 골목마다 늘어선 화장품 로드샵의 향연. 그리고 각 매장마다 북적이는 사람들은 로드샵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2022인 지금, 명동 로드샵 매장은 공실 상태이거나 폐업한 지 오래다. 명동은 한풀 꺾인 로드샵 전성시대의 한 예시일 뿐이다. 오랜 기간 자리를 버텨온 대형 로드샵 매장이 폐업하는 일은 더 이상 드물지 않다.


 로드샵은 2016년 전성기를 지나, 이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더 페이스샵은 2015년 1200개에서 2020년 418개로 감소했다. 이니스프리는 2017년 1056개 매장에서 2020년에 280개로 급감했다.

 

(출처: 트렌드모니터)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 로드샵이 쇠퇴한 원인으로는 51.0%가 화장품을 살 수 있는 다른 매장들이 많아져서, 47.2%가 드럭 스토어(헬스 앤 뷰티 스토어)의 경쟁력이 높아져서가 꼽힌다.





 과거의 영광이 쉽게 잊힐까. 아픈 현실을 벗어나고자 로드샵의 대표주자인 에이블 이엔씨는  ‘자체 멀티숍’’을 론칭하기도 했다. 2020년, 미샤, 어퓨, 스틸라 등 23개 매장을 모아 ‘미샤 플러스’ 매장을 론칭했다. 그러나 헬스 앤 뷰티 스토어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가지게 되어 올리브영과 같은 대형 기업을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두는 악수였다. 보유 브랜드 다양성도, 브랜드 파워도 약한 해당 매장은  매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본질적으로 로드샵이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는, 화장품 업계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온라인, 면세점, 역직구, 원 브랜드숍과 멀티 브랜드숍, H&B가 서로 이익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구조 이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 금융투자 연구원). 이 와중에 더 큰 파이를 압도적으로 차지해가는 헬스 앤 뷰티 스토어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란, 과거의 영광에 젖은 로드샵에겐 머나먼 길이다. 



올리브영의 적수 없는 질주


 그에 반해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세에 있다. 2020년 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전체 헬스 앤 뷰티 스토어의 84%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매장 수, 이에 기반한 접근성, 막강한 트렌드 리딩 능력으로 이 분야 유일한 영업이익 흑자 기업으로 우뚝 섰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 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쇠퇴하는 로드샵의 빈자리는 헬스 앤 뷰티 스토어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올리브영의 질주는 압도적이다. 이 무서운 질주 속 승자는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들어 매장 수가 감소하는 랄라블라, 2022년 전격 사업 철수를 선언한 롭스의 패배 선언이 이를 증명한다. 



(출처: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2022408218047029)


 위의 그래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올리브영의 거래액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1년에는 2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자료에서 알 수 있듯 올리브영과 로드샵의 희비 교차는 어떤 이유에서 이뤄졌을까?




돋보이는 경쟁력(POD분석)  


1) 트렌드 Reader, 트렌드 Leader   


 헬스 뷰티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바로 이곳 올리브영으로 오라. 국내 뷰티 트렌드를 읽고 선두 하는 올리브영은 각 품목별 가장 트렌디하고 전문적인 제품들을 큐레이션 한다. 덕분에 우리는 여러 브랜드 매장을 일일이 방문할 필요 없이, 올리브영 매장 하나를 방문하는 것으로 베이스, 색조, 다이어트, 헬스 등 각 카테고리 별 트렌드를 모두 알 수 있다.

 단순히 현재를 읽는 능력뿐 아니라 미래를 이끄는 능력을 갖췄다. 올리브영이 큐레이션 한 트렌드는 곧 뷰티업계의 트렌드가 되기도 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매대 정렬 한 번에 그 해의 화장품 업계를 움직일 수 있다. 대중이 모이는 곳에 힘이 있다고 했나. 수많은 고객의 선택을 읽고, 수많은 뷰티 브랜드의 선택을 선두 하는 능력. 오직 이곳 올리브영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2) 옴니채널(오프라인+온라인 채널 전략)


올리브영 공식 애플리케이션

오늘 주문하고 오늘 받는 화장품. 이토록 신선한 화장품이 또 있을까? 2018년, 올리브영은 헬스뷰티 업계 최초로 ‘오늘 드림’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는 고객이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즉시 포장하고 배달하는 서비스이다. 이 신선한 서비스는 화장품 업계 물류 상식을 바꾸었다. 이토록 빠른 배송이 ‘당연한’ 세상. 


서비스의 기반은 바로 전국 1265개라는 압도적인 점포수에 따른 접근성이다. 각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의 오프라인 경험과 온라인 경험을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리뷰 서비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를 도입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제품 구매 모두 동질적으로 리뷰를 작성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때문에 내가 오늘 학교 앞 올리브영에서 구매한 제품 리뷰를 올리브영 어플을 통해 작성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는 2021년 1000만 리뷰라는 업계 최다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를 강화하는 장치로서 올리브영의  지위를 공고히 했다.


  3) 아이쇼핑의 ‘맛’


올리브영 공식 홈페이지


 무엇보다, 구경하는 ‘맛’이 있다. 꼭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좋다.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보고 싶은 만큼 상품을 구경할 수 있다. 부르면 달려오는 친절한 직원, 그러나 부르지 않을 땐 저마다 할 일을 하느라 바쁘다. 적당한 무관심과 친절의 중용. 편안한 쇼핑공간은 고객을 매료시킨다.

 매장 한편에 준비된 ‘헤어 스타일링 바’, ‘셀프 메이크업 바’에선 상품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약속에 가기 직전 헤어를 고치고 싶을 때, 그 고데기가 너무 사용해 보고 싶을 때 눈치 볼 것 없이 이곳에 오면 된다.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의 재미는 이렇게 형성된다.



올리브영의 젊은 도전

 OH, LIVE YOUNG! 젊은 삶을 추구하는 올리브영은 여전히 젊고 싱싱한 질주 중이다. 이미 국내 뷰티 시장의 패러다임을 각 브랜드에서 유통채널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고,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국내 트렌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당장 뚜렷한 적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올리브영의 질주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올리브영은 1위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상 패러다임의 왕좌를 오래도록 거머쥘 것을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경제학과 박소민

jasomin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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