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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으로 찾아오는 맛의 즐거움, 식문화 패러다임 변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30기 김민지


패러다임의 전환


  패러다임이란 무엇일까? 이는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한 개념에 대하여 공통적이거나 유사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는 식사를 하거나, 학교에 가는 등 일상적이고 과업적인 일들은 여느 누구와 같은 유사한 방식으로 해결하고는 한다. 이를 통하여 사회 내에서 통합되고 합의된 패러다임적 인식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인식은 고정된 것일까? 패러다임의 구조가 견고할수록 해당 개념은 10년 혹은 100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으나, 영원히 불변하다 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변인과 일상적으로 이루고 있는 소통의 개념을 떠올려본다면, 이러한 인식적 행동은 과거부터 큰 변화가 없이 이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와 달리 소통 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은 변화를 지속해왔다. 이전에는 구두로, 편지로 전달되던 것이 이제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해결되며, 이러한 방법론에 대한 인식은 만인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패러다임이란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으로, 해당 개념의 본질적인 영역 혹은 방법론적인 영역 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급격하거나 점진적인 변화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2가지 필요조건은, 기존 개념을 대체할 수 있는 논리와 이를 해당 사회에서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 볼 수 있다. 체계적 논리만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에 인지하고 있는 인지하고 있는 개념을 대체하여 현실사회에 실현하기 어렵고, 혁신적 기술 또한 이를 따라갈 수 있는 인식체계가 부재할 경우 사회 내에서 개념의 혼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은 해당 두 가지 필요조건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


  그럼 이쯤에서 이번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버스에 몸을 실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필자는 오늘 저녁에 어떤 음식을 먹을 지에 대한 소소하지만 즐거운 고민을 하고는 한다. 매콤하고 얼얼한 맛에 중독되는 따끈한 마라탕, 초코칩을 가득 넣은 아이스크림 와플 등의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집이 가까워진다. 집에 완전히 도착하기 전 서둘러 배달 어플을 키고 주문까지 마치면, 기대하던 음식과 함께 저녁시간을 즐길 수 있다. 


  과거, 우리가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직접 가게를 방문해야만 했다. 가정에서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이를 포장해야 했고, 이외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은 중국 음식점이나 몇몇의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에 한정되었었다. 배달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직접 매장에 전화를 해야만 했고, 직접 메뉴와 주소, 추가적인 요구 사항까지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중간 과정 또한 복잡한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배달 전문 어플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보다 단순화된 방식의 식문화를 즐기고 있다. 오늘은 일상 속에 녹아 들어 식문화의 패러다임에 파괴적 변화를 이끌어온 ‘배달의 민족’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배달의 민족과 패러다임의 전환

배달의 민족, 서비스 비전 3.0

  ‘배달의 민족’은 ‘문 앞으로 배달되는 일상의 행복’을 주요 비전으로 제시하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식업체와 판매 매장 등을 직접 연계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통하여, 높은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 오늘은 해당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식문화 패러다임을 전환함과 동시에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전환

배달의민족, TVCF 중

  배달의 민족에서 제공하고자 했던 서비스는 당시 소비자들의 인식 과정이 부재한 개념이었다. 결국 이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배달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를 강화하고 포지셔닝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먼저 회사에서 식사를 주문하는 일을 담당하는 2030대의 ‘막내’들이라는 세부 타겟을 중심으로 이미지 마케팅을 진행하였다. 이것이 바로 B급 감성을 강조한 키치한 이미지의 ‘배민다움’의 시작이다. 이들은 니치한 타겟팅으로 시작하여 점차 고객들의 인식적 체계를 점점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이미지 마케팅을 운영하였다.


  해당 과정에서 배달의 민족이 강조한 키워드는 ‘일상’과 '즐거움’을 중심으로 알아볼 수 있다. 먼저 일상에 녹아 드는 마케팅이다. 배달의 민족이 서비스 출시 이후 가장 먼저 운영한 전략은 ‘배달의민족 주아체’의 자체 폰트의 제작 및 배포였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이 무료 폰트는 기업의 이름을 가지고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즐거움을 나누는 마케팅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패러디 중심의 카피 광고는 보는 이들의 즐거움을 제공하며, 당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배달산업의 긍정적 이미지를 락인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배민신춘문예’와 ‘떡볶이 마스터즈’와 같은 고객들의 공감과 참여를 함께 이끌어낼 수 있는 니치한 이벤트들을 함께 운영하며, 배달산업은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며 기존 모호했던 시장에 대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배달의 민족은 신규 시장 확보를 중심으로 하나의 기업 브랜딩에서 나아가, 기존 부재했던 배달산업이라는 시장 전체에 대한 고객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인식을 구성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해당 활동을 시작으로 배달산업이라는 카테고리를 소비자의 인식체계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2. 손실을 제거하는 서비스 제공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인식을 제공했다면, 다음 단계는 해당 서비스를 실제 소비자들의 행동적 요소로 전이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소비자는 재화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룬 의사결정을 쉽게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하는 일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필자가 형광색으로 빛나는 생소한 제조사에서 판매하는 노트북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분명 누군가는 이러한 선택과정에 대한 의문을 표할 것이고, 필자는 해당 의문에 대하여 타자를 납득시켜야만 할 것이다. 결국 해당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귀찮은 과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결정으로 무난한 무채색의 유명한 제조사의 노트북을 구매하는 구매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소비자들이 각자의 준거점을 중심으로, 새로운 혜택적 요소를 얻는 것보다 손실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예민한 모습으로 이어진다. 


  해당 예시는 혜택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 기존에 존재해왔던 불편감을 해소해야만 신규 소비자를 유입이 보다 용이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매커니즘에서 소비자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앞에서 언급한 '손실회피성향'이 발생하며 유입을 얻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 또한 이러한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했다. 이들은 기존의 배달 주문을 통하여 식품을 섭취하는 일에서 새로운 추가 혜택 요소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부가적인 혜택요인이 아닌,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배달 과정에서의 번거로움과 복잡함을 없애주는 일에 집중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배달의 민족은 성공적인 소비자의 유입을 중심으로, 이들의 식문화 매커니즘에 커다란 변화를 제공하였다.


3. POD 중심의 서비스 확장

배달의 민족, 배민B마트

  배달의 민족은 배달산업에 있어 새로운 매커니즘적 인식을 제공하였으며,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시장에 대중화시킬 수 있었다. 이는 업계최초로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쾌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매커니즘의 성공적인 변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이후에도 ‘요기요’, ‘쿠팡이츠’ 등 시장 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다양한 경쟁사들 사이에서 1위 기업이라는 우위를 확보해야만 했다. 


  배달의 민족 '단순한 음식배달앱이 아니라 음식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해결할 수 있는 슈퍼앱을 구현'한다는 목적으로, 연관 산업에 대한 서비스를 확장하며 시장 내 경쟁우위를 강화했다. 과거 중심 서비스로 제공했던 요식업 배달에서 나아가, 장보기 배달을 제공하는 ‘B마트’와 다양화된 상품을 라이프 커머스로 제공하는 ‘쇼핑라이브’까지의 서비스 확장을 통하여 이를 알아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 가장 먼저 도입된 퀵커머스 서비스인 B마트는 B마트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퀵커머스를 제공했으며, 매년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해당 산업에서도 선두를 달리며 큰 결실을 낳았다. 이와 같은 방식은 산업의 확장 경향성적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기존 POP에서 나아가 ‘배달’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식품 O2O 산업을 포괄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통하여 POD를 구성한 것이라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새로운 서비스적 개념을 성장시키며, 기존 시장을 이탈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Reverse 포지셔닝을 운영하며 시장 내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의 현재와 미래


  앞선 언급한 바와 같이 패러다임의 변화는 의외로 단순하거나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우리 삶에 유입되지만, 그와 동시에 파괴적인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살펴본 배달의 민족이야말로 이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배달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체계의 확립과 개념적 인식의 행동적 전이, Reverse 포지셔닝을 통한 신시장 확보의 순으로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배달 산업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이제는 국내의 대표 식품 O2O 서비스를 목표로 기업을 확장시키며 '배달'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적 개념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패러다임적 변화를 이룰지, 이들의 미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민지

mizi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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