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2nd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텔레파시와 염력의 현실화, 뉴럴링크가 그리는 미래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1기 조형택


초능력을 현실화하는 기업


텔레파시. 염력. 당신이 이런 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만으로 물체를 조종하고, 필요한 지식을 뇌에 곧바로 저장하며, 다른 사람들과 텔레파시를 통해 소통하는 당신. 생각만 해도 편하고 멋지지 않은가? 엑스맨, 마블, 기묘한 이야기 등 다양한 작품에서 히어로를 만나며 우린 초능력에 대한 멋있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마블과 엑스맨에는 텔레파시와 염력을 쓸 수 있는 히어로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바이오 스타트업, 뉴럴링크다. 뉴럴링크가 어떤 기업인지, 무슨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알아보자.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뉴럴링크의 로고, Neuralink


뉴럴링크는 2016년에 만들어진 뇌와 컴퓨터의 연결을 연구하는 기업이다. 신경이라는 뜻의 뉴럴(neural)과 연결이라는 뜻의 링크(link)가 합쳐져 만들어진 뉴럴링크(neuralink)라는 회사명도 이 기업의 핵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뇌와 컴퓨터의 연결’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선, 현재는 뇌에서 컴퓨터까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우선, 뇌에서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다음 카톡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잠금화면을 풀고 카카오톡 앱에 들어가서 두 개의 엄지손가락으로 자판을 눌러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보낸다. 자 그럼 뇌와 컴퓨터가 곧바로 연결된다면 이 과정은 어떻게 될까? 손으로 핸드폰의 기기를 거치는 일련의 과정이 불필요해진다. 뇌에서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친구에게 카톡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시를 처음 들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겠지만, 인류가 최초로 뇌와 컴퓨터의 연결을 시도한 것은 뉴럴링크의 등장보다 훨씬 이전의 일이다.



BCI: Brain Computer Interface

BCI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도, Gerwin Schalk


 뇌와 컴퓨터의 연결이라는 분야를 영어로 쉽게 줄여서 BCI(Brain Computer Interface)라고 한다. BCI의 개념은 1960년대에 최초로 등장했고, 본격적인 학술적 연구는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BCI의 핵심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번째 단계는 뇌에서 신호를 얻어내는 것(Signal Acquisition)이며, 두번째 단계는 얻어낸 신호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것(Signal Processing),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기기로 보내어 기기가 생각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Application Interface)이다.


두피에 수많은 전극이 달린 헬멧을 쓰는 초기 BCI 방식, 동아일보


 가장 초기 BCI의 형태는 머리에 독특한 헬멧을 쓰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는데, 바로 뇌와 전극 사이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뇌에서는 전기적 신호가 만들어지고 이 전기적 신호가 뇌의 뉴런 세포들을 따라서 이동하는데, 이 신호는 굉장히 미세하다. 따라서, 뇌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신호를 잡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뇌와 전극 사이에 존재하는 두개골의 두께는 뇌의 전기신호를 잡기에는 충분히 먼 거리였고, 이에 따라 뇌에 직접 전극을 꽂는 형태의 BCI가 등장하게 되었다.

뇌에 직접 꽂는 전극인 유타 어레이, Brain Latam


 뇌에 직접 전극을 꽂는 방식의 BCI는 유타 어레이를 사용하여 이루어진다. 유타 어레이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100개의 실리콘 바늘로 만들어진 칩이다.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유타 어레이를 뇌에 직접 연결하면, 뇌의 실시간 반응을 컴퓨터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유타 어레이는 신경 마비 환자들에게 활용되었으며, 2012년에는 팔과 다리가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커피를 마시기까지 성공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생각만으로 물체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인데, 뉴럴링크는 무엇을 하고 있기에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걸까?



뉴럴링크, BCI를 상용화하다


 유타 어레이를 직접 심은 환자의 모습을 보자.

유타 어레이를 직접 심은 환자의 모습, Medium

뇌에 큰 물체를 박은 모습이 꽤나 충격적이다. 이것이 기존 BCI의 모습이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기존의 BCI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뇌를 구성하는 수백억개의 뉴런세포에서 나오는 신호를 수집하기에 100개의 실리콘 바늘은 너무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뇌에 큰 전극을 직접 꽂는 방식이기 때문에 염증과 뇌 조직 손상 문제도 불가피했다. 즉, 일상생활 불가, 비효율적 신호 수집, 염증 및 뇌손상의 세 가지 중대한 문제가 존재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는 해당 문제들의 해결을 통한 BCI의 상용화에 집중했다.

뉴럴링크의 칩. 동전 크기로 매우 작다, Neuralink


 뉴럴링크는 위 세 가지 문제를 모두 개선했다. 우선, 동전 정도로 작은 크기로 칩을 개발했고, 정교하게 해당 칩을 뇌에 집어 넣는 로봇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약 1시간의 칩 이식 수술 후에 겉으로 보기에 칩 이식 전과 아무 차이가 없는 모습으로 일상생활을 문제 없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실과 같은 flexible polymer 형태의 전극을 개발하여 신호를 수집하기에 충분한 칩을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실을 생체친화적 소재로 만들어 염증 문제도 최대한 해소했다. 이렇게 세 가지 문제의 해결을 통한 BCI의 상용화 가능성은 뉴럴링크의 성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뉴럴링크의 놀라운 성과

뉴럴링크의 칩을 이식 받은 돼지(좌)와 칩 이식 원숭이의 mindpong(우), Neuralink


 2020년 일론머스크는 뉴럴링크의 칩을 이식한 돼지 ‘거트루드’를 공개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거트루드는 겉으로 봤을 때 칩을 이식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으며, 거트루드가 음식 냄새를 맡고 배고픔을 느낄 때마다 실시간으로 컴퓨터에서 전기 신호가 확인되었다. 

 다음 해인 2021년 뉴럴링크는 Mind pong이라는 제목의 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뉴럴링크의 칩을 이식 받은 원숭이는 생각만으로 핑퐁 게임을 하고 있었다. 뉴럴링크가 단순히 뇌에서 신호를 얻어내고 분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생각으로 물체를 조종까지 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올 해인 2022년 일론 머스크는 직접 사람에 칩을 이식하는 임상 실험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뉴럴링크로 시작된 BCI 산업화


 뉴럴링크가 세상에 끼친 직접적 영향력은 BCI의 산업화이다. 1990년대부터 2016년까지 BCI는 학술적 연구의 대상이었고 매우 더딘 속도로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뉴럴링크가 BCI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하게 되면서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또 많은 BCI신생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밸류에이츠(valuates reports)는 2020~2027년 BCI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14.3%로 예측했으며, 2027년 시장 규모를 35억850만 달러(한화 약 4조 원)로 전망했다.

 다양한 BCI신생 기업들이 각자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뉴럴링크가 BCI산업화를 이끌고 있음은 명확하다. 대부분의 BCI 기업들은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뇌의 전기 신호를 부분적으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BCI의 활용 역시 부분적으로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으며, 뉴럴링크는 뇌에 직접 이식하는 방식을 통해 뇌의 전기 신호를 완전하게 수집하여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꿈꾸고 있다. 



뉴럴링크가 그리는 미래

뉴럴링크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예상되는 뇌질환들, Neural Pod

 뉴럴링크의 현재 단기적 목표는 신경마비 및 뇌질환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신경마비 환자들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뇌에서 특정 신체 부위까지 연결되는 신경 세포에 이상이 생겨 해당 신체 부위를 의지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뇌신경질환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게 되고, 각 뇌신경질환마다 발병 원인과 치료 방식이 상이하다. 이에 따라,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 개발은 해당 질환만 치료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뉴럴링크의 BCI칩이 성공적으로 이식된다면 대부분의 뇌신경질환을 해당 칩 만으로 보완 및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뉴럴링크가 상용화 된다면 ppt제작과 같은 업무적 작업이 생각만으로 이루어진다

 단기적으로는 의료적 활용만이 목표이지만 중기적으로 BCI칩이 완전 상용화가 되어 일반인이 사용하게 된다면, 핸드폰이 등장 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삶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TV 전원을 키고,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트는 일상적 작업부터, 회사에서 글을 쓰고 ppt를 만드는 업무적 작업, 로봇을 통해 물건을 옮기는 물리적 작업까지 생각만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모든 작업이 정말 빠르게 일어나는 초고효율의 세상이 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뉴럴링크는 외국어 프로그램을 뇌에 다운로드받는 뇌에 입력도 꿈꾸고 있다


 장기적으로 일론 머스크는 뇌에서 정보를 출력만 하는 것이 아닌, 뇌로 정보의 입력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2020년 팟캐스트에 출연해 “앞으로 의사소통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질 것이다. 언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영화 <매트릭스>와 흡사할 것이다. 다른 나라 언어를 하고 싶나? 문제없다.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언제쯤 가능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5~10년 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뇌에서의 입력과 출력이 모두 가능해진다면, 사람과 사람 간의 의사소통도 생각만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정말 말 그대로 텔레파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뇌에 정보 입력까지 가능해지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의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불가능의 영역이 더 이상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Halloween Update! 

 일론 머스크가 지난 8월 트위터에 뉴럴링크에 대해 한 마디를 업로드했다. 10월 31일 할로윈에 뉴럴링크에 대한 업데이트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업데이트를 통해 세상을 놀라게 할지,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에 현재 뉴럴링크는 얼마나 가까워졌을지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연세대 화공생명공 조형택

taegshtaeg@gmail.com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테크,해양 폐기물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