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32nd BITor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러쉬, 너 뭐 돼?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이재원


안녕하세요 신선한 러쉬입니다!


 어디에선가 풍겨오는 아로마 향, 시끌벅적한 음악소리와 말소리, 왠지 외향형인 사람들로 가득할 것만 같은 곳, 바로 러쉬다. 러쉬는 확고한 신념을 기반으로 화장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로서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2022년 9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 빅데이터 분석 결과, 러쉬가 2달 연속 비건 화장품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윤리적 소비, 가치소비 트렌드의 부상과 함께 러쉬는 2021년 기준 전년대비 23%의 매출액 성장, 영업이익은 214% 성장한 138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즉, 대중들에게 러쉬는 충분히 익숙한 브랜드이다. 

출처: 러쉬 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여기서 잠깐 TV에서 다양한 뷰티 기업들이 제공하는 광고들을 본 기억이 있는지 되돌아보자. 그리고 러쉬는 어떠한 광고를 하고 있었는지 떠올려보자. 다양한 뷰티 기업들의 광고들은 각자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테지만 러쉬는 없다. 당연하게도 러쉬는 TV광고를 하지 않기에 연상되는 광고 또한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밀화된 뷰티 시장에서 광고도 하지 않는 러쉬를 과연 우리는 어떠한 이유를 통해 인지하게 되었을까?



오늘날 뷰티 산업은?


 우선 방금 떠올린 전반적인 뷰티 기업들이 속한 산업에 대해 알아보자. 뷰티 산업은 상대적으로 다른 시장에 비해 빠른 트렌드 반영이 이루어지기에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은 편에 속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과포화된 화장품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뷰티 기업들은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린다. 닐슨코리아가 매월 제공하는 화장품 및 보건용품 4대 매체 광고비 현황을 보면 뷰티 기업들이 홍보에 얼마나 진심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년 한 해 수집된 총광고비는 2269억 4876만 원으로 2019년(2012억 3708만 원)에 비해 12.8%, 2020년(1764억 1123만 원)에 비해 28.6% 증가했다.

출처: 리서치애드

 인터넷 노출형 광고 동향을 비교 분석한 결과 또한 화장품 및 보건용품 디지털 광고비는 2019년에서 2021년까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큰 증가폭을 보인다. 이렇게 많은 돈을 써가면서 뷰티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무슨 가치를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까? 다수의 뷰티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전달하는 가치는 ‘자사 제품을 통한 아름다움’이다. 이를 몇 가지 광고 카피를 통해 알아보자.


차이를 만드세요”, “나이의 흔적을 지워줍니다”, “감출수록 드러나는 그녀”, 

“(남자들이여) 여자를 안다면 티부터 감춰라”, “칙칙한 건 질색이다”, “당신의 가치는 피부가 말해 줍니다”


 많은 카피들은 공통적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움을 부정하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종용한다. 현재의 나로 만족하기보다 더 칠하고 더 가려야 인정받는다. 심지어 개인의 가치가 피부에서 비롯된다고 말하기까지 하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을 내세운 마케팅 역시 자사 제품을 통해 화면 속 연예인과 같은 외모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며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뷰티 기업들의 메시지는 화장이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외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야기했다. 나아가 그루밍 트렌드와 연관하여 진행된 뷰티 산업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들은 외모관리를 자아존중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열거한다. 화장이 개인을 드러내는 주요하면서도 당연한 수단이 되며 뷰티 시장은 이를 동력으로 삼아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그러나 뷰티 기업들이 제품에 대한 기대효과를 위주로 한 홍보에만 몰두한 나머지, 기능에 대한 확실하고 구체적인 근거보다 노화 예방과 탄력 강화와 같은 모호한 키워드 중심의 홍보가 만연해졌다. 또한 제품 이용 고객들의 후기가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에 앞서 고려하는 주요한 고려 사항이라는 점을 이용한 부정광고가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2분기부터 적발한 1만 7천여 건의 ‘뒷광고’ 게재 품목 중 화장품이 제일 많았다는 사실은 뷰티 산업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비자들 역시 뷰티 기업들이 강조하는 가치들에 피로감을 느꼈다. 자신을 가리고 지워서 표현하는 방식 외에도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주의가 주목받으며 기존 뷰티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과 상충되는 움직임이 일었다. 과열된 마케팅으로 인한 폐해를 고려해본다면 노메이크업(No make up), 클린 뷰티(Clean beauty) 트렌드 부상은 필연적인 반작용으로 보인다.  



러쉬는 다른 뷰티 기업들과 다를까?


 그렇다면 러쉬는 어떠한가 자세히 알아보자. 러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자사 제품의 홍보보다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우선 러쉬가 지향하는 가치를 제품 설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러쉬 공식 홈페이지

“피부에 꼭 맞는 다양한 색상은 동물성 성분이 없어 더욱 의미 있어요”, “마음을 담아 원재료부터 정성스레 골랐어요”, “네이키드 제품으로 환경을 생각한 마음과 풍성한 거품을 담았어요”


 앞서 살펴본 기존 뷰티 산업들이 내건 카피와 차이점이 느껴진다면 정확히 파악했다. 러쉬는 지속 가능성을 통한 재생 가능성 추구를 대전제로 삼고 있다. 러쉬의 모든 제품은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며, 그중 약 85%는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비건이다. 방부제가 들어간 제품들도 전체 제품의 25%에 불과하고, 들어가더라도 소량만 사용해 제품의 사용기한이 매우 짧은 편이다. 안전하고 질 좋은 원재료를 찾기 위한 creative buying 팀이 따로 있을 정도로 윤리적인 공정을 통해 원재료를 재배하고 구매한다. 


 한편 기존 뷰티 기업들도 동물복지 화장품이나 비건 화장품을 생산하는데 ‘러쉬는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울 수 있다. 혹은 실제로 환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친환경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경제적 이익만을 도모하는 그린워싱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구심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러쉬는 어떻게 진심을 전달하고자 했을까. 


(1) 실천적 캠페인

출처: 러쉬 공식 홈페이지


 기존 화장품 회사들이 감각적 디자인을 활용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제품의 매력도를 높이고자 하는 와중에 러쉬는 제품의 절반 이상 포장이 없다. 구태여 필요하지 않은 포장을 줄이자는 “Go Naked” 캠페인의 일환으로 소비자들은 재사용 가능한 손수건으로 제품을 포장해 매장을 나선다. 나머지 제품도 모두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한다. 블랙팟(black pot)이라고 불리는 해당 용기는 100% 재활용 가능하다. 


 실천적인 캠페인 역시 꾸준히 진행한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는 기존에 여러 뷰티 회사들이 사용하는 팜오일을 추출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팜오일을 얻기 위해 열대우림을 불태우고 팜 나무를 심는 일련의 과정들이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야생동물 서식지에 큰 피해를 주었다. 숲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로 퍼지며 국제분쟁 또한 잦았다. 상황이 점차 악화되자 러쉬는 뷰티 업계 최초로 팜오일이 들어가지 않은 비누를 생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NGO나 풀뿌리 단체와 협력하여 러쉬는 수마트라에서 30만 평의 농지를 구매해 영속 농업을 정착시켰다. 


 각 지역에 맞는 캠페인 역시 진행된다. 석유 회사들의 석유 추출로 타르 샌드 매장량이 많은 캐나다의 자연과 거주민들이 고통받자 이를 막기 위해 ‘타르 샌드 채취 반대’ 캠페인을 전개했다. 탈북자를 지원하는 홍콩의 단체와 위안부 피해 역사 교육 및 자료 보존에 힘쓰고 있는 ‘민족과 여성 역사관’,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단체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추가적으로 부가세를 제외한 판매 수익금 전액을 환경보호, 동물보호,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채리티 팟(charity pot) 제품을 런칭한 후, 2022년 6월 기준으로 105개 단체에 15억 2천만 원을 기부하여 캠페인을 이어가는 꾸준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최근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개인위생이 중요해진 시점에 러쉬가 진행한 캠페인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출처: 29street

 러쉬의 캠페인이 다른 뷰티 기업들에 대해 갖는 차이는 단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순히 동물실험을 반대하며 동물성 재료를 지양하는 것에서 나아가 국제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HSI)과 함께 동물대체시험법 개발 및 보급,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서명을 진행하며 구체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자체적으로도 동물 실험을 중단하거나 대체를 지원하기 위한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를 시행한다. 2020년까지 동물대체시험 관련 분야 120여 단체와 개인에게 약 37억 원의 후원이 이루어졌다.


(2) 색다른 고객 경험 제공 


 오감을 자극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경험은 고객으로 하여금 러쉬에 한층 더 빠져들게 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들에게 러쉬 매장 경험을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답변이 있다. “향기가 나며 화려하고 북적북적해요.” 러쉬는 고객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깔린 매장 앞 커다란 세면대를 설치하여 강한 향이 나는 입욕제로 거품을 만든다. 향에 이끌려 방문한 고객은 형형색색의 제품과 원재료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는 제품들을 보게 된다. 입욕제를 직접 물에 넣어보거나, 바디로션을 손에 발라보며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치즈 모양과 같은 음식 모양으로 만들어진 비누를 도마에서 잘라 주며 자연스럽게 미각을 자극한다. 제품에 대한 구체적이고 인상적인 경험은 고객들의 자연스러운 확산을 야기했다. 5개의 블랙팟 제품을 매장으로 가져오면 정품 마스크 팩으로 교환해주는 정책 역시 고객 스스로가 환경적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경험과 함께 락인(Lock-in)을 유도했다. 



그래서 러쉬가 바꾼 세상은?


 러쉬는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보다 캠페인과 고객 경험에 집중하여 현재의 브랜드 인식을 구축했다. 더불어 러쉬가 기존 뷰티 산업에 여러 관행들과는 달리 다양한 가치의 존재 가능성을 긍정했다는 점에서 세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야기했다. 많은 이들이 환경에 대해 다시금 고민할 기회를 마련하였으며,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강박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경험에 몰두하는데 일조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특히 대두되는 시점에서 앞으로 러쉬가 전달할 통일성 있지만 색다른 메시지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연세대 사회 이재원

blackmu9616@yonsei.ac.kr

매거진의 이전글 Y Combinator, 혁신에 혁신을 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