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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강점으로 혁신의 프레임을 제공하는 기업, 닌텐도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2기 김도영

    기계식 TV 시대에 다채로운 색감과 장면의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는 아날로그 컬러 TV 색상 인코딩 방식을 기반으로 컬러 TV가 발명되며 해결되었다. 또한, 피처폰 지배기의 종말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폰은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하며 소비자들의 경험 및 편의를 극대화해주었다. 소비자들이 뚜렷하게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는 문제의 새로운 관점을 차용한 해결법이라고 하면, 앞의 두 사례와 같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 불연속적 혁신 사례들이 쉽게 떠오른다. 불연속적, 또는 비연속적 혁신(discontinuous innovation)이란, 소비자 친숙도(customer familiarity)의 측면에서 다이내믹한 도약을 포함한 급진적으로 새로운 제품들의 혁신이다. 이는 기존 제품에 소비자들이 효용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연속적 혁신(continuous innovation)과 달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와 그에 해당하는 시장을 만들어내는 혁신이다. 그러나 불연속적 혁신을 통해 컬러 TV나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함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 한편, 이들이 세상에 나오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소비자들의 새로운 미충족 수요 또는 문제들도 등장하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불연속적 혁신이 또 다시 일어나 기존의 제품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내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관행과 다른, 보다 새로운 시각의 문제 해결 방법은 어쩌면 불연속적 혁신을 통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즉, 이미 존재하던 카테고리의 제품 기능을 향상하는 연속적 혁신이 오히려 선례와 구별되는 신선한 문제 해결 방법이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문제 접근법을 통해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의 효용을 증가시켜주는 기업으로 닌텐도가 있다.



    닌텐도(任天堂)는 1889년 교토에서 야마우치 후사지로(山內房治郞)가 설립하여 현 시점을 기준으로 100년이 넘도록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게임회사이다. 닌텐도의 초기 사업은 오락용 카드 판매 위주로 진행되었다. 설립 당시 일본을 중심으로 엄청난 열풍을 불어온 화투 트렌드에 맞춰 수제에서 시작해 양산화 화투 카드까지 만들어 팔다가, 해외에서 최초로 트럼프 카드를 들여와 일본 국내 시장에 오락을 위한 새로운 카드 게임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나뭇조각에 구멍을 파서 만든 노름 기구 또는 이러한 기구로 하는 노름이라는 의미의 단어인 ‘골패’를 포함한 창업 당시 닌텐도의 정식 기업 명칭 닌텐도골패(任天堂骨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당대 화투는 도박성이 짙은 게임이었다. 이에 더하여 일본의 조직폭력배 집단인 야쿠자가 패전 직후 일본 사회의 침울한 분위기를 비집고 들어가 본격적으로 화투 및 트럼프를 기본으로 한 도박사업을 진행함과 함께 닌텐도는 탄탄하고 거대한 자본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TV의 보급화에 더불어 1964년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며 대중의 오락적 관심은 카드가 아닌 TV 등의 새로운 전자기기 기반 매체를 향하게 되었다. 다소 빈부격차가 크기는 하였으나, 1960년대는 이미 1950년대 일본의 전후 복구 노력의 결과가 눈에 띄게 보이던 시기였다. 즉, 일본의 국민들이 오락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어느 정도 되찾게 된 것이다. 이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닌텐도는 장난감 사업에 진출하여 울트라머신 등 나름의 히트작을 만들어냈지만, 이미 같은 시장의 선발주자인 반다이(バンダイ)나 토미(Tomy)가 주요 시장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등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되며 닌텐도의 경영난은 더욱 심해졌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 변화가 필요했다. 


    이처럼 닌텐도가 고전하고 있을 때, 닌텐도에 가장 커다랗고 주요한 변화를 가져온 인물 중 하나인 미야모토 시게루가 입사한다. 미야모토는 장난감 디자이너로 입사하여 관련 업무를 하다가, 전자시대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시적 상황에 맞춰 사내 게임 제작 공모에 참가하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임 동키콩이 그의 히트작의 시작이며, 이후 그는 마리오브라더스, 젤다의 전설 등 다양한 게임 IP를 기획하고 엄청난 성공을 이끌어낸다. 특히, 현재 닌텐도의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마리오브라더스는 관행과 다른 혁신의 프레임을 제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미야모토가 동키콩을 개발했던 시기는 전자시대로의 전환이 이미 이루어진 시점으로 큰 성공을 거둔 비디오 게임 IP가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미야모토가 해결한 문제는 이러한 기존의 비디오 게임 히트작 대다수가 놓치고 있었지만 대중들 사이에 분명히 존재하던 미충족 수요였다. 그것은 바로 모든 연령대를 포괄할 수 있는 게임 IP이다. 미야모토는 선정성이나 과한 폭력 없이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이대의 가족 구성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즐거운 게임 IP를 개발하는 연속적 혁신으로서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처럼 닌텐도는 기존에 존재하던 제품과 구별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문제 정의를 바탕으로 기존 닌텐도가 보유한 강점을 강화하며 연속적 혁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터넷을 통한 유저 연결 등 모바일 게임의 특장점을 자사의 콘솔 게임에 도입, 적용함으로써 소통이 단절되어 가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유저들이 비대면 뿐만 아니라 대면으로도 연결을 통한 게임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닌텐도는 세상을 바꿔왔다.


    1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닌텐도는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적 경제, 사회 등의 이슈로 인한 일본 국내 경제, 사회 상황의 변화 그리고 불연속적 혁신으로서 등장한 다양한 새로운 오락거리와의 경쟁이 바로 그러한 위기들이다. 닌텐도라는 기업이 화투 제조 기업에서 다양한 국외 지부를 두고 전 세계 인구가 나이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상황 변화에 알맞은 변화를 도모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결국 닌텐도가 관행과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해온 보유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적용해 연속적 혁신을 이뤄냈다는 데에 있다. 이는 또한 혁신이 닌텐도의 IP를 비롯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든 부분의 유기적 연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너지에 대한 고려를 포함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조해내는 것만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닌텐도의 사례처럼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탐구 그 자체가 혁신이 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닌텐도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결과로서의 성공 뿐만 아니라 결과로서의 실패 또한 혁신으로서의 성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 그리고 그 속 개인의 마음 돌보기 및 건강한 즐거움 추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파편화된 현대 나노 사회에서 혁신을 통해 닌텐도가 주고자 하는 가치는 단순한 오락 그 너머의 연결이다. 누군가에게는 콘솔 게임이 주류이던 과거 추억과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공간을 넘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다른 누군가와의 연결. 다른 기업들도 이처럼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혁신을 단순한 새로움 추구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고민해볼 때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 끝에 이루어진 혁신은 한 개인이 여러 맥락에서의 연결을 통해 자신의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연세대 정치외교 김도영

doyoungkim111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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