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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인력난, 자동화는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1기 이동우


코로나가 제조업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우리 일상 전반을 바꾸어놓은 코로나의 영향은 제조업계에도 엄청난 파급을 미쳤다. 전 세계적인 경제 성장 둔화는 소비와 투자의 위축을 불러왔으며, 각국의 봉쇄 조치는 공급의 지연, 수출의 감소를 초래했다. 이러한 충격은 고스란히 노동자와 기업 모두에게 전해졌다. 우선,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이후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감소세가 지속되었다. 한편, 기업은 생산성 하락이라는 리스크를 지게 되었다.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사업장이나 공장이 마비되는 사례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생산 중단 사례(출처: 언론 보도, 편집: 한국은행)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고용 위기를 자동화를 통해 돌파하고자 했다. 기계는 감염될 가능성이 없어 경영 불확실성이 적었으며, 감염병이 확산하며 대량 해고가 있었기에 추가적인 인력 감축 비용에 대한 염려가 덜해 가능한 조치였다. 자동화를 향한 추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종식 이후 ‘디지털화, 무인화와 같은 경영환경의 변화가 가속화·확산하거나 코로나 때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72.8%에 달한 반면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 전망은 27.2%에 그쳤다. 신기술 도입에는 많은 걸림돌이 존재하지만, 코로나라는 외부적 요인이 그 속도를 높였다. 어떠한 측면에서는 경영자들에게 신기술의 도입에 대한 거부감이 줄이는 효과를 내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로 노동시장에 위기가 찾아왔고, 기업은 자동화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로 앞의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엔데믹을 바라보는 지금, 제조 산업은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장을 떠난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정말 자동화가 모든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일자리의 문제: 제조업, 숙련공이 사라졌다


  현재 제조업 노동시장에는 수급 불균형이 존재한다. 단순노무직 및 서비스직은 채용 절차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진입장벽이 낮으며, 관리자 및 사무직은 채용 과정이 체계화된 경우가 많아 채용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반면 기능직 및 기계조작직은 단순노무직 및 서비스직에 비해 기술 숙련 등의 이유로 진입장벽이 높아 채용장벽이 높다. 그와 동시에 제조업은 금융업과 같이 관리자 및 사무직이 많은 산업에 비해 경기 충격을 크게 받아 노동수요는 적다. 결과적으로 고용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실정이다.

실업자 추이(출처: 경제활동인구조사, 편집: 한국은행)

 노동수급 불균형은 실업의 장기화로 이어지며, 실업 장기화는 구직단념자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장기실업자의 구직단념전환율(실업자 중 3개월 이내 구직단념자가 된 경험이 있는 사람 비율)은 단기실업자의 동 비율의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구직단념자가 증가한다면 고용회복에 영구적인 상처를 낼 수 있다. 실업 장기화로 인해 생기는 또 다른 부작용은 경제적 충격 이후에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고용이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이력현상’이다. 경력 공백이 길어져 생기는 낙인효과, 생산성 감소 등에 기인한다.

실업자의 구직단념전환율(출처: 경제활동인구조사, 편집: 한국은행)
취업전환율(출처: 경제활동인구조사, 편집: 한국은행)

 한동안 고용환경이 좋지 않아 기존 노동자를 일터로 부르기 어렵다면, 추후 새롭게 젊은 노동자를 채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에 유입되는 젊은 인력이 줄어든 지는 꽤 오래되었다. 주요 제조업 강국인 미국, 일본과 견주어 보면, 한국의 제조업 고령화 속도는 훨씬 가파른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0년 42.5세로 3.3세 올랐지만, 일본은 41.6세에서 42.8세로 1.2세 증가했고 미국은 44.1세에서 44.4세로 0.3세 오른 것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기존 정규직의 과보호, 기대와 맞지 않는 근로조건, 지방 근무 기피 등이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젊은 층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韓·美·日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 추이 및 전망 비교(출처: 고용부 고용형태별



기술의 문제: 자동화에는 한계가 있다


  앞서 기업이 고용시장의 위기를 자동화로 돌파하고 있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기존 노동자도, 젊은 노동자도 찾을 수 없다면 기계를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닐까? 특히 최근의 자동화 기계는 인공지능을 도입하여 결함을 찾거나 문자를 판독하는 등 이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일도 척척 해내고는 한다. 이러한 사례는 자동화에 대한 기대를 더 높이지만, 설령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하더라도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이 막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는 인공지능과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일부는 인공지능이 전체 직업의 절반 이상을 대체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으며, 제조 직군은 흔히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으로 꼽혔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의 특성을 고려한 후속 연구들은 다소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유럽직업훈련개발센터(CEDEFOP)의 연구는 ‘직업’이 아닌 ‘작업’의 단위로 자동화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단순히 기계를 조작하는 작업은 자동화 가능성이 굉장히 크지만, 장비를 유지·보수하거나 작업을 식별, 모니터링하는 작업은 자동화 가능성이 작다. 즉, 제조업 직군이라 할지라도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은 일부일 뿐이다.

작업별 자동화 위험도 차이(출처: CEDEFOP)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테슬라이다. 2018년, 테슬라는 ‘모델3’ 생산라인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로봇들을 도입해 완전 자동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주당 5,000대를 목표했던 생산량은 2,000대에 불과했고, 시스템 오류까지 발생해 결국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춰야 했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와의 트위터 문답에서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하게 말해서, 나의 실수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해 실수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설령 인공지능을 활용하더라도 모든 작업을 자동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공지능의 원리에 있다. 현재 인공지능의 주요 방법론인 머신러닝, 딥러닝은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패턴 인식이다. 따라서 변수가 많은 작업은 기계가 대체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또한,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 혹은 시장 수요가 적은 노동에서는 자동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조업 일자리 위기, 어떤 대처가 필요할까?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제조업 위기는 계속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업의 경우에는 산업 종사자 수가 2014년 대비 절반 이상 급감해 인력난이 가시화되어 수주 호황에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정부는 구인난이 심한 산업의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늘려 대처하고 있으나 기존 근로자 복귀, 신규 노동 인력 확보, 자동화 확대 제약 등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일자리와 기술 측면을 고루 살필 필요가 있다.


 일자리 측면에서, 정부는 공공 고용지원 서비스 활성화, 직업 교육 강화 등을 통해 노동생산성이 낮으나 여분의 노동력이 존재하는 도소매, 숙박, 음식, 운수와 같은 산업의 인력을 이식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에서는 임금과 근로 환경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배달 등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며 조직 스트레스 없이 원할 때만 일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당장 임금을 올리는 게 어렵다면, 숙련도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를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자동화가 가능하나 되지 않고 있는 영역 중 우선순위가 높은 부분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동화를 지원하는 펀드나 연구 협력 플랫폼을 조성하는 등의 방안이 가능하다. 또한, 산업계에서는 체계화되지 않은 작업 방식들을 표준화, 시스템화하여 생산성을 향상하는 한편 추후 자동화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의 영향은 제조업계에 엄청난 파급을 미쳤다. 자동화 도입을 가속했지만, 그와 동시에 노동시장에 스멀스멀 축적되고 있었던 문제들을 두드러지게 하였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이 난 뒤에도 제조 분야 국가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두드러진 문제들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에 달려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경영 이동우

dongwoolee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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