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32기 김선주
2019년 9월 Harvard Business Review가 발표한 지난 1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전환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 7위에 오스테드라는 기업이 등장했다. 오스테드는 과연 어떠한 기업이고, 어떠한 의사결정을 했기에 이 리스트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함께 나란히 위치할 수 있었던 것일까?
오스테드란?
이미지 출처: 오스테드
오스테드 (Ørsted)는 덴마크의 에너지 국영 기업으로서 현재 전 세계 풍력 발전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다. 오스테드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의 선두 주자로 활약하고 있지만, 오스테드의 전신인 DONG ENERGY (이하 동에너지)는 지금의 오스테드와 180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동에너지가 전 세계 모든 에너지 기업이 겪는 위기 상황에 대하여 혁신적인 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에 지금의 오스테드가 있을 수 있기에 우리는 동에너지의 의사결정과정에 주목해 볼 필요성이 있다.
DONG ENERGY (동에너지)의 위기
오스테드의 전신인 동에너지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에너지 국영기업으로서 1972년 천연가스 및 석유 채굴회사로 시작했다. 이들은 화석연료 채굴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었으나 2012년 발생한 천연가스 가격 대폭락 사태를 통해 동에너지는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다.
2012년, 천연가스 수요 부진과 공급과잉을 통해 천연가스 가격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달성하며 천연가스 가격이 전년 대비 약 90% 이상 폭락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셰일 암에서 추출한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며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2005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당시 미국 가정의 절반이 천연가스를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데, 그해 겨울 비정상적으로 따뜻하여 천연가스 수요가 둔화하였다. 또한, 당시 천연가스보다는 석탄 발전소가 화력발전의 키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천연가스 수요가 둔화하였다. 결론적으로 수요부족과 공급과잉의 이유로 천연가스 가격이 90%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에 천연가스 채굴 기업인 동에너지는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동에너지의 혁신
위기에 빠진 동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이사회는 LEGO의 전 임원인 헨리크 포울센을 새 CEO로 고용하게 되었고, 포울센을 주축으로 하여 동에너지의 혁신이 시작되었다. 우선, 포울센은 사명을 오스테드로 변경하고,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추구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에 주력 사업이던 석유 및 천연가스 사업을 매각하고, 이를 해상풍력 발전에 투자했다.
오스테드의 혁신이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생산하는 전기 에너지 중 약 80% 이상이 해상풍력을 통해 발전되고 있다. 해상풍력이라는 방식이 당시에도 낯설었지만, 오스테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해상풍력을 선택하였다.
해상풍력의 장점
해상 풍력터빈 기초구조물. 자료=2020 US Offshore Wind Conference
해상풍력 발전이란, 육지가 아닌 해상에서 발전기를 띄운 상태에서 바람을 활용하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을 의미한다. 기존의 육상풍력 대비해서 먼바다에서 풍속이 세고, 바람의 방향이 균일하여 발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먼 바다에 설치되기 때문에 주민 수용성 문제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해상풍력은 기존의 친환경 발전 방식보다 주민 수용성 문제없이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오스테드의 문제 해결방식
해상풍력이 지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의 발전단가는 당시 육상풍력 발전에 비해 2배 이상 비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오스테드는 발전 규모를 키우며 해상풍력 발전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취했다. 외해에 대규모 발전 단지를 조성하여 보다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공급을 통해 해상풍력 발전 단가를 낮추었다. 결론적으로, 오스테드는 2019년 해상풍력 발전 비용을 2012년 대비 66% 이상 절감하여 세계 최대 해상풍력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오스테드의 해상풍력 발전 비용은 1MWh당 56유로로 석탄 (101유로), 천연가스(72유로)보다도 저렴한 전력원이 되었다. 적극적인 비즈니스모델 개편과 낮은 해상풍력 발전 단가에 힘입어 오스테드는 현재 세계 해상풍력 신규 설치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테드는 화석연료 채굴에서 재생 에너지 발전이라는 전면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시도했으며 현재 환경적인 가치를 지속해서 창출하고 있다. 우리는 오스테드의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경영학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에너지 회사들은 모두 2012년 천연가스 가격의 폭락을 함께 경험하였으나 이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였다. 오스테드만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화석연료의 급격한 가격변동 문제에 대응하여 친환경 발전 모델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개편하였다.
마무리하며
비즈니스 모델 개편 과정에서도 오스테드는 당시 생산 단가가 매우 높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해상풍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였다. 당시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이들은 해상풍력의 안정적인 전력공급 능력과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문제가 되는 발전 단가 부분은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 건설을 통해 해결하였다. 오스테드의 과감한 결단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전략으로 오스테드는 현재 세계 1위의 해상풍력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지속적으로 Net Zero를 향해 달려나가며 전세계 에너지 혁명을 이끌고 있는 오스테드의 Next Step은 과연 무엇일 지 궁금하다.